내주 최대명절 앞둔 日 초긴장 … 지자체 "피난가방 싸둬라"
일주일 내 규모7 지진 땐
연쇄지진 시작으로 간주
동일본지진 피해 11배 예상
기시다 총리 해외순방 취소
9일 도쿄 서쪽 규모5.3 지진

"고령자는 사전에 마련된 피난지로 이동해 주세요. 집 안 가구를 벽에 고정하고 물과 비상식량 등을 준비해 주세요."
일본 전역이 긴장에 휩싸여 있다. 지난 8일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후 거대 지진이 뒤따를 가능성이 평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영향권에 든 지역은 '난카이 해곡'으로, 향후 일주일 이내에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지진이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시코쿠 남쪽 해저에 위치한 수심 4000m급의 깊은 협곡을 가리킨다.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가는 경계에 자리한 이 협곡은 거대 단층을 품고 있는데, 이 단층이 움직이면서 지진을 유발한다. 판의 경계에서 계속 조금씩 변형 중인 단층이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면 단번에 어긋나면서 거대한 지진을 촉발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관련 지진은 1946년 와카야마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쇼와 난카이 지진'으로, 당시 가옥 3만5000채가 붕괴됐고 1443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8일 지진의 진원은 난카이 해곡 전체로 보면 남서쪽 끝이지만 멀리서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일주일 정도 대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8일에 이어 9일에는 도쿄 서쪽 지역인 가나가와현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부는 난카이 해곡 지진에 대한 경계 태세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보를 잘 확인해 지진 대비를 재확인하고, 지진이 발생하면 즉시 대피할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쓰나미다. 난카이 해곡 지진에는 항상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수반됐다. 대지진 발생 시 최고 34m의 쓰나미가 예상되는 고치현 구로시오초에는 약 30개의 피난소가 마련됐다. 이들 지역은 쓰나미 발생 시 빠른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피난소에서 생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진 고고학자 산카와 아키라 박사는 지난 1월 노토반도 지진이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그는 산케이신문에 "난카이 대지진 발생 수십 년 전부터 노토반도 포함 서일본 지역에서 지진이 빈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지진이) 단층 활동기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4년 지진 대응 기본계획에서 사망자 수를 약 80% 줄이고, 붕괴되는 건물 숫자도 절반으로 막는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등은 내진설계, 쓰나미 대피 타워 설치 등 지진 대책을 강화해왔다. 다만 일본 정부는 대비책을 토대로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개인 차원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주가 일본 최대 명절인 '오본(추석) 주간'이라는 점이다. 이 기간에는 많은 사람이 휴가를 내고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이미 9일 오후부터 각 지역으로 운행하는 고속열차인 신칸센과 항공기 등이 만석인 상황이다.
지진 전문가인 히라타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가더라도 피난 장소와 경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쓰나미 경보가 울렸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에 원자력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또 전국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사업자에도 다시 한번 거대 지진과 쓰나미 대비 상황을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기업들도 기상청의 주의 발표 후 대응에 나섰다. 전력 회사들은 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시설을 점검하거나 비상 연락 체제 등을 재차 확인했다.
혼슈 중서부 열차 운행을 담당하는 JR도카이는 앞으로 일주일가량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 속도를 일부 구간에서 줄여 운전하기로 했다. 한편 미야자키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과 관련해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피해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휴가철 일본 남부행을 앞둔 한국 여행족의 안전 문의는 갑작스럽게 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메이저 여행사는 일본 남부 지역에 대한 현지 투어 가능 여부 문의가 평소 대비 3~4배 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원지와 200㎞ 이상 떨어진 후쿠오카나 북도호쿠 지역 등 중북부 지역의 투어는 전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 신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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