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금계산기 발판···국내 최고 상권분석 플랫폼 만들 것" [CEO&STORY]
25년 증권맨 '세금계산 솔루션' 창업
빅데이터 등으로 고도화 시스템 개발
취득·증여세 복잡한 조건도 정확히
프롭테크 불황속 작년 흑자전환 성공
지난달 상권분석 '오픈몬' 서비스 선봬
개인·법인카드별 매출 종합정보 제공
'임장 모임' 기능 탑재···이용자 늘릴것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비싼 자동차를 사면 건강보험료가 더 많이 나올까요?”
최근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상담회. 강사가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방청객의 대부분은 질문이 당연하다는 듯이 ‘예’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오’다. 정부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2월부터 지역가입자의 자동차에 매기던 보험료를 폐지했다.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뿐 아니라 은퇴 후 건강보험료, 상속·증여세까지 절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복잡한 세제 때문에 ‘세포족(세금 포기족)’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세금 신고를 하다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낼 우려에 수백만 원의 수수료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세무사 등 전문가를 찾는다.
2016년 당시 직장 퇴직을 앞둔 이선구(58) 아티웰스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이 같은 복잡한 세법이 자리 잡고 있다. “세금도 연말정산처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계산할 수는 없을까”라는 직장 후배의 푸념이 이 대표의 눈을 번뜩이게 한 것이다. 과거에도 세금 계산기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수시로 바뀌는 정책이 반영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부정확했다. 이 대표는 전국 부동산 공시가격을 일일이 입력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개발자를 고용해 ‘세금 로직’을 개발했다. 이렇게 2017년 내놓은 서비스가 국내에서 가장 고도화된 세금 계산기 ‘셀리몬’이다. 셀리몬은 양도세를 비롯해 취득세·종부세·증여세·상속세·부담부증여 등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 계산을 해주는 인공지능(AI) 세금 계산 솔루션이다. 지역이나 공시가격, 소유주의 나이, 보유 주택 수 등 복합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을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연금과 자산관리·상업용부동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아티웰스는 프롭테크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직원 수는 창업 초기 3명에서 현재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금 계산 및 세금 상담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지금까지의 세금 계산은 사용자가 입력 값을 넣으면 결과가 산출되는 ‘모의 계산 시대’였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절세를 위한 ‘의사 결정 지원의 시대’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단순 예상 납부액을 알려주는 단계를 넘어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최소 납부액’을 제공하고 의사 결정을 돕는 서비스로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25년 증권맨으로서 기업 심사와 투자자문 등을 담당해온 기업금융 전문가다. 세금이라면 근로소득세 정도만 알던 평범한 직장인이 돌연 세금 계산기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노후 대비를 위한 절세 방법에 관심이 생겼지만 복잡한 세법 때문에 문턱이 너무 높았다”며 “부동산 세금을 부동산 빅데이터와 연계해 간편하게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세금 로직을 개발할 개발자를 구하고 자문을 구할 세무 전문가를 찾고 당시 대학을 휴학하고 군 입대를 준비 중이었던 공학도인 아들까지 설득해 2017년 아티웰스를 공동으로 창업했다.
회사가 본격 성장세를 보인 것은 창업 이듬해다. 2018년 정부가 종부세 세율을 0.1~0.12%포인트 인상하는 등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고 나서자 세금 계산기를 찾는 수요자가 급증했다. 당시 일반 세금 계산기는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일일이 검색한 후 입력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셀리몬은 빅데이터를 통해 세금 계산기 내에서 아파트명을 검색하면 공시가격이 자동으로 입력돼 간편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아티웰스는 대형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에 셀리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자 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하나은행 등 금융권에서 협업 러브콜이 쇄도했다. 덩치가 커지자 아티웰스는 2019년 ‘부동산 세금 최적화 산출 시스템 및 방법’이라는 특허를 출원했고 클라우드 전문기업 가비아로부터 10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이후 SJ투자파트너스와 KB증권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총 35억 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삼일회계법인·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세무 자동화 솔루션 등으로 영역도 넓혔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회사가 성장 가도를 달리던 2019년 개발 비용이 커지자 자본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당장 다음 달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이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의 전국 지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셀리몬 서비스를 소개했고 우여곡절 끝에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세금 계산기 서비스는 일종의 인프라 사업으로 투자 유치가 매우 어려운 업종”이라며 “위기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후원자들이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아티웰스는 지난달 상가 전용 플랫폼인 ‘오픈몬’ 서비스를 선보이며 상업용부동산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동안 쌓아온 부동산 빅데이터 중 상가와 관련된 부분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픈몬은 상권 정보가 필요한 이용자에게 요일과 나이·시간대별 매출 등 상권 분석 보고서를 포함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예로 서울 광화문 일대 상권 범위를 지정하면 추정 매출액과 유동인구와 같은 기본 정보뿐 아니라 개인·법인카드 등 카드 유형별 매출액 비중, 월 2회 이상 방문한 고객을 뜻하는 ‘핵심 고객’ 수까지 알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서비스 타깃은 공인중개사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시행사 등이다. 이 대표는 “현재 상가에 대한 권리금은 새 임차인과 전 임차인 간 줄다리기 협상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매출과 수익성 등을 기반으로 권리금의 기준이 되는 영업 가치를 매기면 상가 임대차에 따른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오픈몬에 ‘상권 임장’ 모임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약 2만 명의 공인중개사 회원들이 방장이 돼 오픈몬에서 상권 임장 모임을 개설하면 일반 회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상가 매물을 소개해 수익을 얻고 아티웰스는 이용자를 늘려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경매에 나온 특정 상가를 낙찰받고 싶은 투자자에게 기존 업종과 다른 업종으로 장사할 경우 최적의 업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며 “국내 최고의 상가 전용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서비스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프롭테크 시장에서 부동산 빅데이터와 AI가 융합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1307억 원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는 3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년(1조 2040억 원)보다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투자 유치액은 2022년 2조 6943억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 대표는 “이용자가 조건에 맞는 매물을 지역별로 하나하나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단지와 학군, 매물 정보 등을 고려해 이용자에게 매물을 추천해주고 매물별로 비교해주는 방식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티웰스는 올해 국내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건강보험 및 연금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개인연금부터 퇴직연금,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까지 최신 정보를 반영해 이용자의 질문에 맞는 답을 내놓는다. 이 대표는 “AI라도 오염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며 “셀리몬은 파인튜닝(미세조정) 전담 직원을 별도로 채용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오염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5~10년 뒤에는 AI와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로 세금과 연금 등에 대한 정보를 묻고 답을 얻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66년 서울 △중앙고 △중앙대 경제학과, 중앙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1년 동서증권 입사 △1999년 밸류투자자문 입사 △2017년 2월~ 아티웰스 대표이사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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