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전진당 해산 결정···지도부 정치활동 10년간 금지
태국 헌법재판소가 진보 성향의 제1야당인 전진당(MFP)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당 지도부에는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을 1위로 이끈 피타 림짜른랏 전 전진당 대표는 정치생명을 이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7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진당 해산 요청 등을 받아들여 이같이 판결했다. 또 피타 전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11명에 대해서는 앞으로 10년간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헌재는 전진당이 왕실모독죄를 개정하려고 추진한 것이 입헌군주제를 전복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며 만장일치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태국 형법 112조는 왕실 구성원 또는 왕가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할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날 헌재 판결에 따라 태국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은 전진당은 사라지게 됐다. 차기 총리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려온 피타 전 대표의 정치생명도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나머지 전진당 소속 의원 150여명은 60일 이내 다른 정당으로 소속을 옮기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어 판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진당은 군소 정당인 틴까카오차오윌라이당(TKCV)으로 의원들의 당적을 옮기고 부대표인 시리깐야 딴사꾼 의원을 대표로 내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모두 같은 정당으로 당적을 옮길 경우 군 개혁을 비롯한 진보적 의제 추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피타 전 대표는 앞서 로이터통신에 “정당 해산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진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하원 제1당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보수파와 상원의 반대로 피타 전 대표를 총리로 배출하진 못했다. 이후 보수 세력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헌 공약 등을 문제 삼으며 전진당을 흔들었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에 체제 전복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지난 1월 왕실모독죄 개정 계획이 입헌군주제 전복 시도에 해당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개정 추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결정을 토대로 한 보수 세력의 청원으로 선관위는 지난 3월 헌재에 전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전진당 해산 판결에 대해 인권단체 등은 우려를 표했다. 동남아시아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의 에이미 스미스 사무총장은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며 “태국의 인권에 대한 헌신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벤 카딘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마리스 산기암퐁사 태국 외교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2023년 선거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둔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진보적 변화와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는 수많은 유권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태국의 사법 제도는 공정하며, 정부가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AP통신에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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