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금빛 사냥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

김홍주 2024. 8. 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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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의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후 기자회견에서 협회의 무능을 질타하며 이목을 끌었다

‘원팀 코리아’의 파리올림픽 메달 숫자를 두고 말들이 많다. 파리올림픽에서 당초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로 종합순위 15위를 예상했는데 6일 현재(한국시간) 금메달 11개로 종합순위 6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이 최다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2 런던올림픽으로 13개를 따냈다. 아직 금메달 기대 종목이 남아있기 때문에 역대 최고의 결과도 기대된다. 

경기 당일 선수의 컨디션과 환경 등 각종 변수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현재 한국이 따낸 메달은 체육회가 예측한 것과는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난다. “예상치 보다 더 잘했으면 된 것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금메달 개수의 차이가 났을까?
첫 번째로 결과론적이지만 체육회가 애초에 예상을 잘못한 것이다. 한국 체육을 총괄하는 기관에서 한 두 개도 아닌 이렇게 예측이 빗나갔으니 할 말이 없다. 이는 체육회의 무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체육회는 자신들의 무능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행여라도 예상치보다 더 못한 수치가 나올까봐 아주 보수적으로 책정했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올림픽 이후의 후폭풍을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는 다른 나라에 대한 전력 분석을 잘못한 것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네 번째로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특히 자율적이면서 대범한 면을 갖춘 MZ 세대 선수들은 틀에 박힌, 강압적인 훈련 방식 보다 자율 훈련, 즉 스스로 즐기면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김미정 유도팀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활 환경이 열악했던 예전에는 선수촌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린 선수들에겐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말하면서 “국제대회 출전에 꾸준히 투자한 종목들이 빛을 보고 있다. 이제는 운동도 투자 개념이 없으면 성적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메달 획득이 대한체육회의 산물이 아닌 선수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기업체의 아낌없는 후원 덕분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양궁이다.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대표팀은 하나같이 “양궁협회의 지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궁협회는 이미 잘 알다시피 현대차그룹이 회장사로 40년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격도 최근 회장이 바뀌었지만 한화그룹이 20년 넘게 지원을 해온 것이 큰 성과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다른 효자 종목이 된 펜싱 역시 SK텔레콤이 회장사를 맡은 후 20년 간 누적 지원금액만 약 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종목 단체들에는 기업체의 보이지 않는 후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에서 들려오는 일각의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한겨레는 4일자 기사에서 “이기흥 체육회장은 최근 금메달 목표 초과 달성에 대해 ‘지난해 해병대 훈련 등을 통해 진천선수촌의 종목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끈끈해지면서 원팀 코리아가 된 것이 한 요소다’라고 말했다”며 보도했다. 체육회 수장이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초과 달성의 근원을 해병대 캠프에서 찾는다는 말은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한다. 그렇다면 해병대 캠프 뿐 아니라 특전사 캠프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세대의 키워드는 ‘공정’이다. 한국 사회에 관통하는 학연, 인연, 지연, 혈연 등을 뛰어넘어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고, 앞서 말한 자율 경쟁,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세상이 평가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체육계는 젊은 세대가 바라는 공정과는 달리 올림픽 직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체부는 올림픽 이후 ‘한국 체육의 개혁’을 선언한 상태다. 체육회 중심의 정책에 큰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체육회가 4천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가맹단체를 통치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되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 많은 예산이 선수 육성에 쓰여지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 예산에 쓰여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공정한 방식과 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협회장을 선출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대한테니스협회를 일방적으로 관리단체로 만들어서 체육회가 통치를 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지금 대한테니스협회는 모든 시도 회장과 연맹체 회장, 이사들이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이다. 그 자리에 변호사 4명, 회계사 1명, 체육회 3명, 전 체육회 직원 1명 등 총 9명이 대의원총회, 이사회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한국 테니스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심히 우려스럽다.


          파리올림픽 메달 집계 현황(6일 15시 현재, 네이버 화면 캡쳐)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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