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안세영 대표팀 은퇴 시사 "대표팀과 더 가기 힘들 것 같아"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배드민턴 여제가 된 안세영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팀 은퇴 가능성을 남긴 발언을 했다.
먼저 안세영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하고요.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가장 생각나는 순간"을 묻는 말에 "지금까지 생각나는 순간은 제가 아시안게임 끝난 이후 부상 때문에 못 올라설 때, 옆에서 이제 수정 선생님이랑 또 로니 코치님이랑 진짜 싸우고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도 실감해 주는 순간인 것 같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순간이 두려웠고 걱정이었고 그랬습니다. 근데 숨을 못 쉬고 좀 힘든 순간을 참다 보니까 이렇게 숨통 트고 이렇게 단호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까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이런 순간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세영의 입에서 대표팀 이야기가 나왔다.
"저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것은 나올 수 없었고 그리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준 한 것. 저희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짧게 말하자면 정말 수정 선생님이 그냥 정말 저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너무 눈치도 많이 보시고, 너무 힘들 순간을 계속 보내게 한 것 같아서 그 미안함도 너무 많고…저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표팀 은퇴라는 것인지 묻자 "이게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해서…이건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했다.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엔 "다음 목표는 최고 최대 이런 많은 기록들을 써내려가는 게 다음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10월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천위페이(중국)와 경기였다.
18-16으로 앞선 1경기 후반. 누구도 예상 못한 돌발 변수가 출현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 푸시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 무릎이 코트에 쓸렸다. 결국 천위페이 공격이 코트에 꽂히고 18-17로 스코어가 바뀐 순간 갑자기 안세영이 주저앉았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메디컬 타임 동안 의료진과 얘기를 나눈 안세영은 다행히 경기 재개 의사를 보였다.
2경기 들어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1경기에서 입은 무릎 통증 여파 탓인지 반응 속도가 급속히 느려졌다. 샷을 강하게 때리지도 못했다. 정상 컨디션의 안세영이 전혀 아니었다. 2-2에서 연속 5실점해 점수 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5-12까지 끌려갔다.
스매시를 위한 점프를 시도조차 못했다. 계속 좌우 구석을 노리는 공격만 시도했다. '한 발'로만 싸우는 인상이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한동안 재활과 치료에 집중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일본 마스터스 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와 재회했다. 결과는 패배. 안세영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어 중국 마스터스에선 16강에 탈락했다. 안세영으로선 충격적인 대회 결과였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펼친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9위•중국)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세영이 자신의 시대를 확실하게 열었다. 세계 1위에 걸맞게 지난해부터 모든 타이틀을 챙기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한 차례도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지난해 차지했고, 이에 힘입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여자 단식 금메달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아시아 정상에 올랐을 때도 많은 의미를 지녔다. 아시안게임만 봤을 때 안세영의 금메달은 1994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더구나 개인 커리어에 있어 항상 괴롭혀왔던 숙적 천위페이를 단식과 단체전에서 모두 극복하면서 성장 드라마의 스토리까지 더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까지 1년 만에 3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섰다.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며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허빙자오에게 막혀 8강에서 탈락했지만 더 큰 무대에서 설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걸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 배드민턴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7개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종합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역대 올림픽 한 대회 최다 금메달은 2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남자복식 박주봉-김문수와 여자복식 황혜영-정소영이 우승했고,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도 혼합복식 김동문-길영아, 여자단식 방수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끝난 아시안게임에서 5년 전 노메달 수모를 씻고 금메달 2개(여자단식·여자단체), 은메달 2개(남자복식·여자복식), 동메달 3개(여자복식·혼합복식)로 마무리하면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해냈다.
그러면서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을 필두로 이번 대회에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목표로 닻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혼성 단체에서 김원호 정나은 조의 은메달에 이어 안세영의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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