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칠월의 노래

찌찌 찌르르 즈빗 스빗 새 소리 풀벌레 소리들. 눈보다 귀가 먼저 떠지는 요즈음이다. 마구 엉킨 듯 보여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하나하나 또렷하게 들려온다. 간간히 왼쪽 오른쪽 자세를 바꾼다. 눈을 감고 누운 채 소리를 따라 길을 나선다. 방에 있어도 창밖에 있는 것 같다. 아침마다 귀만 점점 커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불볕더위 기세가 나날이 높아진다. 그늘이 드리워진 곳으로 몸을 숨기기에 바쁘지만 배롱나무는 한층 더 당당해진다. 태양을 오롯이 받아들여 꽃으로 피워 올린다. 마치 짙푸른 나뭇잎들 사이에 솟아오른 햇살 같다고 할까. 불타는 더위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빛깔이다. 어느 길가에 늘어서서는 오고 가는 사람들 시름을 달래준다.
더위를 더 부채질 하는 건 매미다. 아니, 매미 소리다. 울음이 되었다가 여느 때는 노래가 된다. 성가시다 싶다가도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면 그 마음도 이내 수그러든다. 여름 한 철 나무 위에서 매미로 살고 수년을 애벌레인 채 땅속에서 지낸다니. 어떤 숭고미까지 느껴진다.
탕탕 드드륵 윙윙 기계음이 이어진다. 더위에 아랑곳없이 공사장 일손은 바쁘다. 귀를 막고 멈추기만을 바랐다. 좀처럼 환영받지 못한 소리일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가족을 먹이고 일으키며 살리는 소리가 아니던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에 불과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소망을 가져다 주는 소리일 테다.
나는 한동안 분주하기만 했다. 소리와 빛깔을 잊고 지냈다.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고도 보지 못했다. 그런 사이 나무들은 소리와 빛깔을 모아 꽃을 피워 올렸고 열매까지 조롱조롱 달았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푸릇푸릇 여름도 함께 짙어져 간다.
소리와 빛깔들로 가득한 계절이다. 어느 것 하나 노래가 아닌 것이 없다. 서로 다른 노래는 어우러지고 버물어진다. 하루 한 칸 꼼꼼하게도 채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노래가 되어 남은 나날의 빈칸을 채워야 할까. 칠월의 노래는 팔월로 이어진다. 현경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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