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맛·향 일품 ‘한돈 수제 소시지’ 울산 대표적 먹을거리 꿈꾼다
울산축협 공급 돼지 뒷다리살 사용
비선호부위 소비 늘려 농민과 상생
소비자들도 국산 재료 사용에 신뢰
30회 이상 팝업스토어 열어 큰 호응
지난해부터 체험·캠핑 프로그램도
먹거리·문화 콘텐츠로 지역 이바지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 어귀에서 짭짤하고 고소한 향기가 퍼진다. 향을 따라가면 초록 잔디가 깔린 마당 너머 ‘도시외양간’이라고 적힌 파란 간판이 보인다. 울산에서 최초로 문을 연 수제 가공육 전문점이다. 이 가게를 2021년 오픈한 박우진 대표는 소시지로 울산을 사로잡겠다고 다짐한다.
박 대표는 흥미로운 이력을 가졌다. 20대 초반부터 웨딩플래너로 10년간 일한 그는 요리를 배운 적이 없었지만 이벤트 사업을 담당하면서 레스토랑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5년 식당을 인수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고기의 참맛을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 그는 가공육 제조에 도전했다.
“당시 정육점 사장들은 신선육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한국에서는 가공육이 몸에 나쁘다는 인식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소시지가 얼마나 맛있는 고급 음식인지 알리고자 전문 교육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박 대표는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울산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정육점을 목표로 마이스터 교육을 받았다. 그는 독일 정육점 ‘메츠거라이’를 벤치마킹해 울산축협에서 공급받은 한돈 뒷다리살로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메츠거라이는 생고기만 취급하지 않고 소시지나 햄 같은 가공육을 직접 만든다. 덕분에 고기의 비선호 부위 소비를 늘려 축산농가에 도움을 준다. 도시외양간이 한달에 소비하는 돼지 뒷다리살만 1t 안팎이고 매출은 연간 4억원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재고가 많은 부위가 뒷다리살로, 올해 5월 기준으로 3647t에 달한다. 박 대표는 “물과 한돈만을 사용해 소시지 반죽을 만든다”며 “한돈 사용은 고기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동시에 지역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시외양간의 대표 메뉴는 고기에 각종 허브와 고추를 넣어 만든 ‘울산고기빵’이다. 마치 식빵을 만드는 것처럼 고기 반죽을 틀에 넣어 구워내는 햄이다. 만드는 과정도 생김새도 빵을 닮아서 ‘고기빵’이란 명칭이 붙었다. 그대로 잘라서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 먹거나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을 수 있다. 생생한 고기향과 풍부한 육즙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60여가지 소시지가 준비돼 있다. 2년 전부터 도시외양간을 애용했다는 이한솔씨(33·울산 남구)는 “국산 재료를 쓰고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믿음이 간다”며 “아이에게 먹이려고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방문하면 소시지와 한돈을 활용한 음식이 기다린다. 도시외양간이 자랑하는 또 다른 메뉴는 독일식 족발에 한국 족발 제조법을 응용한 ‘슈바인학센’이다. 한국 족발 제조법을 접목해 만든 이 음식은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해 찾는 사람이 많다. 햄과 소시지를 듬뿍 넣은 부대찌개부터 샌드위치, 소시지 플래터(구운 소시지와 달걀·야채 등을 곁들여 먹는 요리)도 준비돼 있다. 매장 1층은 브런치 카페로, 2층은 소시지 만들기 체험과 라이브커머스(실시간 상거래) 촬영 장소로 사용한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도시외양간은 ‘보부상 마켓’이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지금까지 30회 이상 팝업을 했으며 지난 ‘대구 맥주 축제’에선 준비한 소시지가 다 떨어졌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울산지역 창업지원사업을 담당하는 조다솜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선임은 “도시외양간은 일반적인 정육점을 넘어 먹거리와 즐길거리·체험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특별한 사례”라며 “중공업과 제조업 일색인 도시에서 지역 먹거리를 생산하고 문화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소시지 생산과 판매를 넘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울산의 주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소시지 만들기 체험을 도입했다. 매장을 방문해 직접 소시지를 만들고 매장 앞 잔디밭에서 캠핑하는 복합 체험이다. 바로 만든 소시지와 울산 한돈을 구워 먹는 바비큐 캠핑은 한 회차에 40명씩 몰릴 정도로 인기다.
“울산이 노잼도시라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저희 활동이 그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울산에도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하나씩 쌓여서 나중엔 관광도시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