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청탁' 한동훈 폭로에 조선일보 "서로 싸우다 먹잇감 던져줘"
[아침신문 솎아보기] CBS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여당 자폭 폭로전
한동훈 "본인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나경원 "한동훈 입이 리스크"
당대표 후보들 '제2부속실' 설치엔 동의, 조선 "김 여사가 꺼린다"
미국에 들통난 국정원 정보 활동에 중앙·동아 "국가망신·정보참사"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자신의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공소를 취하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폭로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자폭 폭로전”이라며 이를 1면에 다뤘고 조선일보는 6면에 “서로 싸우다가 야당에 먹잇감 던져줬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 17일 CBS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느끼느냐는 나경원 후보 질문에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 저는 거기에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토론회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다. 한 후보가 입을 열면,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과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나경원 후보는 2019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자 저지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힘 탄식 나올수록 한동훈 후보 몸 가벼워진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8일 지면에서 이 폭로전을 1면 기사로 다뤘다. <한동훈 “나경원, 본인 사건 공소 취소 부탁”… '자폭전' 된 여당 전당대회>(경향신문), <“나경원 공소취소 부탁” 한동훈, 청탁의혹 폭로>(한겨레) 등이다.
조선일보는 6면 <서로 싸우다가… 野에 먹잇감 던져줬다> 기사에서 다뤘다.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댓글팀·여론조성팀 논란 등을 거론하며 “야당이 공격 소재로 삼은 문제는 대부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서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했다.
토론이 끝나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나경원의 이런 청탁, 수사 대상이다. 한동훈, 이런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했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후보 모두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5면 <'공소 취소 청탁' 폭로전 번진 與전대>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6면 <한 “나, 공소 취소 부탁했다” 나 “헌정질서 정립 얘기한 것”> 기사에서 소식을 전했다.
한겨레 황준범 정치부장은 '뉴스룸에서' 칼럼 <자폭 전당대회와 한동훈 착시효과>에서 “일련의 행태가 '우리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서 함께 반성하고 더 나은 정치를 만들자'는 충정은 아닐 것”이라며 “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생각, 저 사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계를 일단 7월23일(전당대회)에 맞춰놓은 채 마구 내지르고 보는 쪽에 가깝다”고 했다.
황준범 부장은 “이룬 게 없어도 당원들은 한동훈을 바라본다. 화려한 언변 등 그의 자체발광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그를 합리적이고 개혁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원희룡이 왜 이렇게 된 거냐'는 탄식이 나올수록 한 후보 몸은 더 가벼워지고 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제2부속실 껄끄러워한다는 말이 나온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하루 빨리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사설을 썼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자들도 일제히 검찰의 김 여사 조사 여부에 동의하며 제2부속실 설치를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 <여당도 '김건희 통제', 대통령실 '사과·수사·부속실' 답해야>에서 “여당의 전대는 김 여사 문제로 뒤덮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여사 문자가 공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대 한동훈'의 대결처럼 변질돼버렸다”며 “그런 속에서 역설적으로 전대 여론은 '김 여사 통제'로 모아진 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은 이제라도 김 여사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사과 아닌 사과를 하며 미적거릴 일이 아니”라며 “각종 의혹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진솔하게 사과하고, 김 여사가 공적인 감시·관리·지원을 받도록 제2부속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제2부속실 설치를 “김 여사가 껄끄러워 한다”고 했다. 사설 <명품백 해명도 혼선, 제2부속실은 6개월째 검토중>에서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주변에선 김 여사가 껄끄러워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이면 겉으로는 검토한다면서 차일피일 뭉개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 문제만 나오면 대통령실의 대응이 꼬이고 납득하기 힘든 일이 되풀이되는데 제2 부속실을 설치해 제대로 보좌하면 달라질 수 있다”며 “아무리 친북 인물의 정치 공작이었다 해도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은 잘못이다. 지난 5월 윤 대통령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여사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與 후보 4인 “제2부속실 설치” 한목소리… 더는 늦출 수 없다>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 역시 김 여사가 또 구설에 오르는 일이 벌어진다면 여론이 더 악화되고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라며 “당권 주자 4명이 어제와 그제 내놓은 김 여사 관련 입장은 민심 앞 다짐이자, 대통령을 향한 고언”이라고 했다.
허술한 국정원 활동에 국제망신? “미국 작심하고 나서”
미국 중앙정보국 출신 대북 전문가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국 언론에 한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사실상 간첩 활동을 했다며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미국 검찰이 기소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이 명품백 가방과 식사 대접을 받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수미 테리 연구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은밀해야 할 국정원 활동이 드러나 '국가 망신'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1면 <국정원 허술한 활동 미국서 공개돼 파장>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금품으로 손쉽게 정보원을 포섭해 급한 정보를 끌어모으거나 단편적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할 뿐 주재국 상황 등을 고려해 정교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국정원의 아마추어적 첩보 활동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했다.
사설 <국제 망신 자초한 국정원의 아마추어 공작>에서도 중앙일보는 “문제는 이런 헛발질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미국 의회에 로비하다 들통난 1976년의 박동선 사건은 게이트로 커지며 한·미 관계가 위기로 치달았다. 이번 사건은 한·미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시점에 미국이 작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간첩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설 <美, 수미 테리 기소… 허술한 외교가 부른 '정보 참사'>에서 동아일보는 “미국은 간첩죄를 적용하기엔 증거가 부족하지만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 왔다. 테리 연구원이 받는 혐의는 공무원 신분을 떠난 이후 한국 정보요원의 미국 접촉선 확보를 돕거나 미국 국무장관도 참여한 비공개 모임에서 나온 정보를 메모해 넘겨줬다는 수준이어서 심각한 국가기밀 유출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으로 한미 동맹관계에 큰 손상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초 미군 병사의 기밀 유출을 계기로 우리 정부에 대한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동맹의 신뢰에 금 가는 일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양국 관계에 다소라도 악영향이 없도록 정보 교류나 수집과 관련한 관행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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