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코리아, 체코 '30조 원전' 佛제치고 수주…'온 타임 온 버짓' 통했다(종합2보)
한수원, 예산에서 적기 건설…APR1000 노형 EUR 인증
계약액 협상 따라 달라질수도…최종계약은 내년 3월
2036년 상업운전 목표…원안위, 안전 건설·운영 협력
[세종=뉴시스]손차민 이승주 기자 = 대한민국 팀코리아가 체코 정부의 30조원 규모 신규 원전 사업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프랑스와 맞붙은 지 15년 만에 또 한 번 거머쥔 쾌거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진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 강점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원전 경쟁력과 기술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중동에 이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오전 1시50분께(현지시각) 신규원전 건설 사업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투자 규모로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수의 글로벌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결과"라며 "우리 원전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순간"이라고 말했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원)다. 두코바니 5·6호기는 확정하고, 테믈린 3·4호기는 발주사와 함께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건설비와 예비비 등을 포함해 책정한 예상 비용이다. 최종 계약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이중에서 한수원과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팀코리아'를 꾸려 이번 수주에 도전했다. 한전기술은 설계,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시공, 대우건설도 시공, 한전연료는 핵연료, 한전KPS는 시운전과 정비 등을 맡게 된다.
주계약을 체결한 한수원은 1000㎿(메가와트)급 대형원전(APR1000) 설계와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 공급 등 건설 업무 전체를 일괄 책임진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배경에는 한수원의 ▲가격경쟁력 ▲공기 준수 역량 ▲기술력 ▲인허가성 ▲안보성 ▲수용성 등이 자리한다. 특히 한수원은 저렴한 단가와 '온 타임 온 버짓' 등 경제성이 체코 정부 및 발주사가 원하는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평가된다.
한수원은 지난 1970년대 원전을 도입한 이래로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지속 건설해 오며 기술을 축적했다. 이러한 기술력에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 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원전 건설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예산이 막대하게 불어나기에 적기 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 1200㎿(메가와트) 이하 용량의 원전을 원하는 체코의 요구에 맞춰 1000㎿급 APR1000 노형을 체코측에 제시한 것도 수주 배경으로 지목된다. APR1000 노형은 지난해 3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해 유럽에서 인허가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여기에 한수원이 체코 현지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것도 좋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 예정지역 주요 인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아이스하키팀 후원 등 스포츠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해마다 체코에서 봉사·문화교류를 펼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했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는 체코 현지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후원 활동도 이어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2022년 8월 취임 이후 총 7차례 체코를 직접 찾는 등 체코 산업부 장관, 총리 수석고문 등 체코 주요 의사결정권자와의 면담을 통해 한수원의 원전건설 역량을 알리는데 힘쓰기도 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지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중동에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유럽은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며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마지막 단계인 계약 협상이 남아있다. 한수원이 발주사와 계약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내년 3월께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다. 한수원이 최종 계약을 맺을 경우 오는 2029년 원전 건설 착수, 2036년 상업운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한다고 밝혔다. 우선 계약 협상 등 후속조치를 철저히 이행할 방침이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계약 협상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
황 사장은 "향후 발주사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약 협상을 통해 두코바니 5, 6호기 최종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5, 6호기에 이어 추후 테믈린 3, 4호기 건설 추진을 결정할 경우 테믈린 3, 4호기 건설도 원활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도 조속히 개최,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한다. 아울러 이번 성과가 후속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출 전략을 고도화한다. 구체적으로 수출 유망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주 마케팅도 추진할 방침이다.
신규 원전 수주와 더불어 원전설비 수출을 병행할 계획이다.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원전설비 수출 4조원을 달성했다. 오는 2027년까지 원전설비 수출 10조원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원전 수출을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이번 체코와 원전 사업을 매개로 협력의 폭과 깊이를 대폭 확대한다. 내년 한-체코 수교 3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할 방침이다.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 체결, 과학기술산업에너지 공동 연구개발(R&D) 확대 등도 추진한다. 직항로를 증편하고 원자력 인력을 양성하며 인적 교류를 활성화한다.
한편 원전 수출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원전 안전규제 지원하며 수출을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수입국은 원전 입찰단계에서부터 수출국의 안전성 검증 및 규제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함께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 6월 체코 원자력안전청(SUJB)과 양자회의를 열고 규제 협력 의향을 전달했다. 원안위는 향후 체코와의 협의를 통해 수출 원전의 안전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세부 규제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원전사업은 국가대항전이자 총력전"이라며 "지난 2년여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부처, 지원기관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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