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뇌물사건' 재판... 검찰, 브로커·국민의힘 유착설까지 거론
[김형호 기자]
▲ 국민의힘 당사. |
ⓒ 공동취재사진 |
현직 치안감 뇌물 수수 의혹을 뒷받침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으나, 결과적으론 한때 광주에서 불거졌다 사그라든 '브로커·국민의힘 유착설'의 불씨를 검찰이 직접 되살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브로커·국민의힘 유착설은 정관계 막강 인맥을 보유한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5·수감중)씨가 지난해 8월 코인 투자 사기범 사건 무마 명목으로 최소 17억 원대의 로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뒤 불거진 의혹이다.
브로커 성씨와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주기환 민생특보의 친분 및 금품 제공 의혹, 국민의힘 선거 자금 제공설, 규명되지 않은 로비자금 사용처 등과 맞물리며 한때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돌았었다.
문제의 검찰 발언은 지난 16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아무개(59) 치안감의 뇌물수수 사건 공판 법정에서 나왔다.
형사7단독 김소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오후 결심공판에서 검찰과 김 치안감 측은 불꽃튀는 공방을 벌였다.
▲ 검경 및 정관계 막강 인맥을 자랑하는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4·수감중)씨. 광주지방법원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변호사법 위반 사건(수사 무마 청탁 로비자금 수수)으로만 성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7억1300만 원의 추징도 선고했다. 성씨는 이 사건 항소심 외에도 전남경찰청과 광주경찰청 경찰관 승진 인사 비리, 수사 무마 뇌물 제공 등 혐의로 최소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
ⓒ 독자 제공 |
같은 해 2월 4일과 2월 15일 점심 광주 상무지구 식당에서 2차례 만나 500만 원씩 2차례에 걸쳐 성씨가 김 치안감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때 1000만 원이 당시 광주서부경찰서 소속 박아무개(55) 경위를 경감으로 승진시켜 준 대가로 보고 있으나, 뇌물 전달자를 자처한 브로커 성씨의 자백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체로 정황 증거에 불과했다.
브로커 성씨가 국민의힘 대선과 지방선거를 도왔다는 전언을 검찰이 불쑥 제시한 것도 이때였다.
징역 4년 구형에 앞서 돌연 "김 치안감 진술에 따르면, (브로커) 성씨는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특정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 치안감은 '성씨가 국민의힘 지지 활동을 하고 있어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던 2022년 상반기에는 만남을 자제했다'고 진술했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했던 김 치안감의 발언을 적극 소개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 대선 발대식이 있던 날 김 치안감이 성씨를 만났다"는 사실도 꺼냈다.
▲ 광주지방검찰청 |
ⓒ 안현주 |
제 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이자 국민의힘 대선 운동 발대식 당일인 2022년 2월 15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 식당 점심 식사 자리의 경우, 앞선 2월 4일 식사 자리와 달리 "(후배 경찰관 동석 없이) 둘만 만났다"며 "서로 주고받을 돈이 남았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도 검찰은 주장했다.
당시 광주경찰청장으로서 브로커 성씨가 국민의힘 대선 및 지방선거를 돕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던 김 치안감은 검찰 조사에서 성씨와의 만남을 자제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수시로 만나고 통화하며 식사 자리에서 뇌물을 받아 챙긴 게 아니냐는 게 검찰 시각이다.
김 치안감 측은 "후배 경찰관들과 함께 성씨를 가끔 만난 것은 사실이다. 고위 경찰관으로서 처신을 잘못한 점을 반성한다"면서도 "처신 잘못과 뇌물 범죄는 별개다. 받지도 않은 청탁과 뇌물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날 결심공판에선 '뇌물을 줬다'는 브로커 성씨 자백의 신빙성, 자백 경위, 검찰 수사 착수 경위, 표적 수사 논란 등 여러 쟁점이 재차 부각됐다. 하지만 앞선 공판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언급됐던 사항들이라 주목도는 다소 떨어졌다.
정작 이목을 끈 것은 검찰이 사실상 재점화한 '브로커 성씨와 국민의힘 유착설'이었다.
▲ 광주지방법원 |
ⓒ 안현주 |
성씨를 겨냥한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성씨가 코인 투자사기범 탁아무개(45·별건 구속)씨 측으로부터 형사사건 해결 명목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된 로비자금만 17억 원을 웃돌았는데, 정작 사용처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혹을 키웠다.
성씨의 변호사법 위반사건 1심 판결로 수수 사실이 확인된 로비자금 17억여 원 가운데 탁씨를 위해 선임한 광주지검장 등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 비용 2억 8000여만 원, 탁씨 사건 관련 퇴직 경무관에게 제공한 서울경찰청 로비 명목 4000만 원을 제외하면 약 14억 원의 용처가 분명치 않다.
여기에 성씨가 수수 사실을 부인하는 1억 원과 5억 원의 현금 뭉칫돈, 탁씨 측에 되돌려줬다고 주장하는 2억 6500만 원까지 제외하더라도 5억 원 이상의 로비자금 용처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브로커 성씨 수사에서 파생된 전남경찰청 인사 비리 사건 재판에서는 로비자금 중 3000만 원이 성씨를 거쳐 주기환 특보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마저 증인신문 과정에서 공개됐다.
같은 재판에선 성씨 자금 5억 원이 2022년 국민의힘 선거캠프로 흘러들어 갔다는 취지의 참고인 진술이 담긴 검찰 수사 기록이 재판부에 제출되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에게 대통령 민생특보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3.2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 연합뉴스 |
브로커 성씨는 부인하고 있으나, 취재 과정에서 성씨가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 과정에서 당원 모집 등 국민의힘 선거 운동에 관여한 사실이 파악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성씨 부탁을 받고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씨 또한 가족과 지인을 동원하면서까지 대선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을 도운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었다.
주 특보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줄곧 부인하고 있다.
검찰 역시 로비 자금이 주 특보 및 국민의힘 캠프에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한 <오마이뉴스> 질의에 "브로커 성씨가 입을 굳게 닫고 있는데 수사가 진척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았을 뿐이다.
[관련기사]
"브로커, 사건 무마 위해 주기환 준다며 3천만 원 가져갔다" https://omn.kr/285aa
검찰, '브로커 연루 경찰 인사 비리' 치안감에 징역 4년 구형 https://omn.kr/29gam
'검경 사건 브로커' 연속보도 https://omn.kr/26m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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