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당했다’ 김 여사 소환 멀어지나…檢 “디올백 임의제출” 공문 

이혜영 기자 2024. 7. 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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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 아닌 ‘임의제출’ 요구 공문 대통령실에 발송
반환 지시와 보관 경위, 개봉 여부, 국가기록물 놓고 혼선 거듭
김 여사 소환조사 불발 가능성 무게…野 “무혐의 위한 제스처”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8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통령실에 보관 중인 문제의 가방 확보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이 명품가방 임의제출을 요구하고, 반환 지시를 받은 행정관이 "깜빡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최재영 목사가 2022년 9월13일 김 여사에게 건넨 디올백을 임의제출 받기 위해 대통령실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 핵심 증거물 확보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명품가방 확보를 위해 대통령실 청사를 압수수색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찰은 결국 임의제출 방식을 택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김 여사 측이 소환조사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밝힌 입장과도 일치한다.    

검찰은 명품가방을 확보한 후 최 목사가 전달한 가방이 맞는지와 사용 흔적 등을 1차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보관 경위를 둘러싼 당사자와 대통령실 측 해명이 여러 차례 엇갈리면서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부터 방식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공문을 통해 수령, 보관 경위 등을 확인한 후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자체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우선 공문으로 가방 보관 현황과 처분 계획 등에 관한 대통령실 의사를 확인한 뒤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023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상의 한 장면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캡처

'반환 지시'부터 '국가기록물'까지 해명 엇갈리며 혼선

명품가방 지시와 보관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 입장은 혼선을 거듭하며 엇갈려 왔다. 

최 목사와 김 여사의 접견 일정을 조율하고, 명품가방 수수 현장에 동석했던 유아무개 대퉁령실 행정관은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 "디올백을 받은 당일 김 여사가 돌려주라고 지시했지만 깜빡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 행정관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은 '행정관 착오로 보관 당했다'는 입장을 맹폭하며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여사의 법률 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영부인은 '바로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기분 나쁘지 않도록 추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미 상당한 도덕적 비난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거짓 해명을 할 이유가 없다.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유 행정관이 검찰에서 밝힌 내용은 '즉각 반환 지시'였는데 변호인은 '추후 반환 지시'였다고 해명했다. 당초 여권에서는 반환 자체가 안되는 물품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과도 배치된다. 

앞서 '친윤계' 인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명품가방과 관련해 "이미 국고에 귀속됐는데, 국고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며 "그 누구도 반환 못한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까지 김 여사 측 입장은 명품가방을 받은 후 반환을 지시했지만 행정관 착오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보관돼 왔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사한 후에는 관저 창고에 이를 보관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영국 순방 도중 김 여사가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가방 소재를 확인하다 미반환된 사실을 인지했고, 그 후 대통령실 창고로 옮겨뒀다는 입장이다. 

최재영 목사가 7월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 관련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올백 보관 경위 및 개봉 여부도 기존 입장과 해명이 불일치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디올백은 포장 그대로 청사 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재확인했다. 

최 변호사도 지난 16일 디올백 반환 지시와 관련한 부분을 설명하며 "포장지도 버리지 않고 포장 그대로 계속 보관하고 있다. 이는 사용할 의사가 없었고, 반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같은날 최 변호사는 추가 입장문을 통해 "포장을 풀어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다시 포장하여 갖고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유 행정관이 두 번 정도 포장만 풀어본 상태로, 가방 자체는 사용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불거진 초기 관계자를 통해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해 보관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최근 "대통령이나 대통령 배우자가 받은 선물은 공직자윤리법이 아닌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우선 적용받는 것으로 아는데,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하는 작업은 아직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며 아직은 미분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미국 국적자인 최 목사가 건넨 명품가방은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기 때문에 수령 즉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같은 논리라면 명품가방 뿐 아니라 최 목사가 건넨 180만원 상당의 화장품과 40만원 상당의 양주, 책도 동일하게 처분했어야 한다. 하지만 최 목사가 건넨 책 일부는 아크로비스타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발견됐고, 양주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김 여사 변호인 측은 화장품의 경우 디올백과 마찬가지로 포장만 뜯은 채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수사 결과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검찰의 비굴하고 초라한 몰골"이라고 쏘아붙였다. 

박 의원은 김 여사 소환과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 "소환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검찰이) 소환을 원하겠지만 (김 여사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소환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무혐의를 위한 제스처이기 때문에 불기소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김 여사가 청탁을 받고 디올백을 수수한 경우 알선수재에 해당한다며 "당연히 압수수색을 해야 되는데 증거물에 대해 공문 보내가지고 '주세요' 간청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반환 지시에 대해서도 "만들어진 진술"로 평가하며 "모든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얘기를 먼저 한다. 최초에 문제가 됐을 때 반환 지시를 했다고 하면 당당해지는 데 이제 와서 그 얘기를 하는 것은 '이렇게 하면 유리하지 않을까'해서 정리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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