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도 헛구호…물가 폭등에 공급대책 무용지물
지난해 서울 착공 실적 33%뿐
금리인하 등 매수세 회복 조짐
집값 폭등세 재현 가능성 우려
기준금리 동향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서울 집값과 전세가격은 모두 수십주째 쉬지 않고 우상향하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2~3년 후 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아져서다. 정부가 적극적인 공급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작년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이 연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내 착공 물량은 연평균의 33%로 극히 적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착공 물량은 전국 20만9000가구로 연평균(44만2000가구) 대비 47.3%에 불과했다. 전국의 주택 인허가는 39만9000가구로 연평균(2005~2022년) 대비 74.2%, 준공은 31만6000가구로 73.9% 수준이다. 하지만 착공 물량은 예년보다 유독 크게 감소했다. 서울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 인허가, 착공, 준공은 연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 인허가는 2만6000가구로 연평균의 37.5%, 착공은 2만1000가구로 32.7%였다. 준공은 2만7000가구로 연평균의 42.1%였다.
지난해 전국의 주택 공급 실적(인허가 기준)은 38만9000가구로, 정부 계획 물량인 47만가구의 82.7%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의 인허가는 목표치 8만가구의 32%에 그쳤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계획(26만 가구) 대비 실제 인허가(18만 가구) 물량은 69.4%였다.
여러 거시 여건이 좋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주택 사업자가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일으키는 브릿지론 평균 대출금리가 10%를 기록했다. 게디기 주택 건설을 위한 주요 원자재인 철근이 2021년 62.9%, 시멘트와 레미콘이 2022년 각각 20% 이상 가격이 오르는 등 비용 부담도 컸다.
올해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에는 자금 조달 방법이 활성화되지 못한 가운데, PF 위기가 닥치자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8만6444가구로 전년 동기(11만2822가구) 보다 23%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5만3666가구로 36.2% 감소했다. 또 한국주택협회가 취합하는 1분기 분양물량도 1년 전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택 공급 물량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에 공급 부족에 의한 집값 폭등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30세 도달 인구 증가, 독신 및 외국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증가'가 지속되면서 주택 기본 수요는 2030년까지 50만가구 내외로 계속 늘어날 것이란 말이다.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이 기대되면서 실제 구매 수요도 빠르게 회복되는 조짐이다.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집값이 정점이던 2021년 수준으로 올라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3.0으로 전월보다 11.5포인트 급등했다. 2021년 9월(14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 지수는 올해 1월부터 7개월 연속 상승했고, 4월부터는 상승 국면으로 올라섰다.
경기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도 5월 112.4에서 6월 118.2로, 인천은 5월 112.1에서 6월 117.8로 올라 상승 국면으로 전환했다.경기·인천의 상승 국면 전환은 2023년 9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급 카드'로 경기 창릉·교산 등 수도권 3기 신도시에서 내년부터 나올 분양 물량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물량을 내세우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상승세는 단기적 쏠림이라고 보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공급 확대 준비는 해놓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지표 안정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정부는 관계부처가 함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3기 신도시 등 계획된 물량을 신속 공급하고 필요시 추가 공급 확대 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분양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현재 사전청약을 신청받은 공공분양 단지 중 본청약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82개 단지 4만3510가구 규모로 대부분이 3기 신도시 단지로 나타났다.
올해 본청약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던 13개 단지의 본청약 연기가 속출하고 있다. 오는 9월 본청약 예정 단지였던 3기 신도시 남양주왕숙2 A1 블록(사전청약 762가구)·A3 블록(650가구)은 내년 3월로 본청약이 1년 6개월 밀렸다. 하남교산 A2 블록(1056가구) 역시 올해 9월 본청약 예정이었으나 내년 3월로 연기됐다. 11월 본청약이 공지됐던 남양주왕숙 A1·A2·A24·B1·B17 블록 역시 일정이 8~12개월 연기됐다. 최대 1년 8개월까지 연기됐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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