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을 상승이라 못하는 장관…전문가 “현실 인정해야”
전문가 다수 “동의 안 해”…공급 부족·금리 인하 가능성 언급
종부세 폐지론·DSR 규제 강화 연기에 “잘못된 신호” 지적도
최근 서울·수도권 집값이 오르자 ‘추세적 상승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고 했지만, 현장에선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이 더 불안해진다”는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 투자·투기 수요까지 몰려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완화 움직임이 나오고 정부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 시기를 늦추면서 수요 심리를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14일 부동산업계 전문가 9명과 통화한 결과, 7명은 ‘추세 상승은 아니다’라는 박 장관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명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박 장관 의견과 같았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값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근거로 높은 금리와 공사비, 탄탄하지 않은 수요층,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3기 신도시 등 공급 물량 확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의 주택시장을 “상승 초입단계”라고 판단했다. 그는 “서울 강남이 먼저 올랐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동대문·영등포,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까지 (상승세가) 확대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전세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데다 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 집값은 추세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7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24% 올랐다. 상승 폭이 전주(0.20%)보다 확대하면서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5년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국적으로는 0.03% 올랐다. 수도권이 전주보다 0.12% 올랐고, 지방은 0.03% 하락했으나 하락 폭은 전주(0.04%)보다 줄었다. 전셋값은 서울이 0.02% 오르며 60주 연속 상승했고, 수도권은 0.13% 올랐다. 지방은 전주에 이어 0.02% 내렸다.
박 장관은 고금리와 공사비 이유로 집값이 더 오르기 힘들다고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는 결정된 바 없고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오르면 기존 주택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매매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 A씨도 “장관의 현실인식이 안일하다”고 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도 “국토부 장관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는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가 이끌고 있다는 대목에선 박 장관과 전문가들도 비슷하게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2020·2021년 같은 폭등장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거래가 늘고 집값도 오르고 있다”며 “이럴 때 정부가 강한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하는데 오히려 종부세 폐지, 공공분양 사전청약 폐지, DSR 2단계 규제 시행 연기 등으로 가격 상승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20·2021년에는 모든 지역의 부동산이 올랐지만 지금은 서울 주요 지역만 오르고 있고, 지방은 아직도 힘들다”며 “3~4년 전과 달리 투자 목적 매매가 없는 만큼 오름세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금융당국의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주택담보대출도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기 신도시 등으로 인한 주택 공급 부족 해소 여부에도 판단이 엇갈렸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반론도 있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연간 5만가구 정도는 공급돼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데 (인허가·착공 지연으로) 2026년 입주 물량은 4000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며 “3기 신도시가 수도권 수요 일부를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2027년에야 입주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B씨도 “주택 공급을 얘기할 때 정부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시장에서는 준공이나 입주가 더 중요하다”며 “서울 등 수도권 전세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하기 전인 내년과 2026년 수요를 만족시킬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1인 가구 증가 폭이 최근 줄어들어서 폭증했던 주택 수요는 어느 정도 안정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희곤·심윤지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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