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강점기?' 대한축구협회, '벤투 신화' 1년 6개월만에 수렁 속으로

이솔 기자 2024. 7. 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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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이솔 기자) "한국축구협회는 현재 정몽규 강점기를 지나고 있습니다"(커뮤니티 클리앙)

현대아파트와 아이파크라는 뛰어난 브랜드를 앞세웠던 현대산업개발(HDC)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에 이은 아파트 부실 시공으로 추락한 것 처럼, 히딩크-아드보카트(월드컵 원정 첫 승)-허정무 호(내국인 감독 첫 월드컵 16강)-홍명보 호(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라는 성과를 이뤄냈던 대한민국의 축구 황금기도 저물어가고 있다.

벤투 감독 이후의 '클린스만 사태'부터 예견됐던 대한축구협회, 정확히는 정몽규 회장의 독단 행정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섰다. 지난 2023년 9월 처음으로 '트럭'이 출동한 이래 처음이다.

정몽규 회장의 평가는 2023년 초까지만 해도 지금같지는 않았다.

K리그에서 부산 아이파크, 전북 현대 모터스, 울산 현대 호랑이 등 구단주를 역임하며 국내 축구계에서는 '열정 많은 구단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와 비슷하게 벤투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도 반대하는 의견들에도 끝내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그 과정에서 마치 20년 전처럼 강호 포르투갈을 잡아내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업적이었다.

마이클 뮐러 전 전력강화위원장

그러나 2022 카타르월드컵 직후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부터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지난 2018년 신태용 감독의 후임자로도 접촉했던 인물로, 당시 클린스만 감독의 고사로 감독 선임에는 실패했던 바 있다.

특히 벤투 감독을 선임했던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 대신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앉힌 뒤부터 '전력강화위원회'의 실효성은 의문에 놓였다. 실질적인 실력 행사 대신 정몽규 회장의 방패막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과정에서는 국민들의 숱한 비난이 있었다. 전술적 자질 부족'이라는 평가는 물론, 2014 미국 대표팀의 성공 이후 약 9년동안 뚜렷한 성과도, 업적도 없었다. 

이에 뮐러 위원장은 선임의 이유를 명확히 대지 못한 채 '강남스타일을 좋아한다'는 등의 뜬금없는 기자회견으로 맹폭을 받았다. 다만 실질적인 감독 선임을 정몽규 회장 본인이 주도했음을 시인하며 정몽규 회장의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호재 속에서 기습적으로 '축구계 비리 인사들에 대한 날치 사면'과도 같은 행정처리로 처음으로 직접적인 비판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가 선임한 클린스만 감독도 문제였다. '전술적 자질 부족'이라는 평가에도 그의 관리 능력만은 높게 평가됐으나, 지난 2023 아시안컵에서 선수단을 관리하지 못해 생긴 선수단 불화로 인해 그의 장점마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게 됐다. 팬들은 "대체 뭘 보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나"라며 분노하기에 이르렀다.

대한축구협회 자체적으로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돌리기 위해 해당 사건을 이용하는 추태를 선보이기도 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고, 후임자 또한 찾았다.

그 과정에서 '퍼거슨을 데려온다고 해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할 것'이라는 궤변도 팬들의 헛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훌륭한 감독을 데려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감독을 선임한 이유와 그 타당성을 국민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시도가 필요했다. 실패만을 거듭해 온, 전술적 강점도 없는 전임자 클린스만의 선임 이유로 '강남스타일을 좋아한다'는 말이 비웃음을 샀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수 차례 감독 선임 실패에 이어 최근의 홍명보 감독 선임까지 논란만을 거듭해온 관계로, 팬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축구계 인사들마저 정 회장의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즌 중 감독을 급하게 선임, 팬들의 격한 반발을 사고 있는 남자 성인 대표팀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 

40년만에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한 황선홍호의 실패를 수습하는 일은 둘째 치고, 현재 대한민국 여자 축구팀의 감독 또한 공석인 상황이다. 남자축구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관계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 선임, 7월 A매치는 모두 오리무중인 상황이며, 오는 10월까지 새 감독이 선임될지 여부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감독 선임 사가'로 인해 국민들은 더욱이 여자축구 감독 선임 또한 촉각을 곤두세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적극적인 대처 대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방식으로, 혹은 다른 화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애써 피해나갔던 정 회장. 7월 불어오는 태풍을 맞아 또 한번 시간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2026 북중미월드컵, 2027 브라질 여자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빠른 대처, 혹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MHN스포츠 DB, 대한축구협회(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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