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귀 닫는 '막가파식' 축구협회…박지성·이영표·박주호 쓸쓸·씁쓸한 외침

이상완 기자 2024. 7. 1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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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이 10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1 울산 현대와 광주경기가 끝난 뒤 국가대표 감독내정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뉴스] 이상완 기자 = 한국 축구 레전드로 불리는 박지성(43)과 이영표(47)의 쓴소리 외침도 '막가파식' 대한축구협회 일방통행에 전혀 통하지 않았다.

협회는 13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홍명보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올해 4차 협회 이사회 서면결의를 실시한 결과 이사회 23명 중 21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찬성율은 91.3%에 달한다.

이로써 홍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약 10년 만에 A대표팀 감독직에 복귀하게 됐다.

홍 감독은 세계축구 흐름 파악과 분석에 도움을 줄 외국인 코치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이른 시일 내에 유럽에서 코치 면담을 갖고 국내외 코치진으로 구성된 코칭스태프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가 공식 발표하면서 협회와 홍 감독,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대학·프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구 지도자 모임인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12일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합리적 결정을 해야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면서 "이번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과 발표 과정은 역대 감독 발표와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고 강력 규탄했다.

앞서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축구인들도 직접 나서 협회 행정 무능력과 감독 선임 건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였다.

유튜브 채널 '파추호'에 출연한 김환 축구 해설위원과 박주호 해설위원. 사진┃유튜브 '파추호' 캡처

지난 7일 홍 감독 부임 내정 첫 소식이 나간 후 박주호 전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전력강화위원회를 비판했다.

방송 촬영 도중 기사로 홍 감독의 내정 소식을 들은 박 전 위원은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 홍 감독의 선임은 절차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회의를 하기도 전에 '국내 감독이 낫지 않냐'는 대화가 오갔다. 외국 감독을 제안하면 반대 의견이 나왔고, 국내 감독에 대해서는 무작정 좋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지도자 경험이 없는 박 위원을 향해 '넌 지도자를 안 해 봤잖아. 그게 다가 아니야'라며 의견을 무시한 위원도 있었다고 했다.

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경질 후 차기 감독 선임에 있어 섣불리 진행하기 보다는 신중히 접근하겠다며 지난 3월과 6월에 치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을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감독 임시체제로 치렀다.

이 과정에서는 "임시 감독을 뽑을 때도 무작정 투표하자고 했다"며 "심지어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이 임시 감독이 되려는 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등 세 차례 월드컵 멤버로 한국 축구 역사를 썼던 이영표 해설위원도 비난에 가세했다.

이 위원은 지난 9일 JTBC와 인터뷰에서 "원래의 절차는 기존에 있는 전력강화위원들과 소통하고 난 뒤 발표했어야 했다.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실수를 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 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활약했던 이 위원은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좋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며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 수준의 사령탑이라고 언급해 직간접적으로 외국인 감독 선임에 도움을 주고 있었음을 암시한 바가 있다.

이 위원은 "2002년 월드컵 때 외국인 감독 1명이 팀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직접 경험을 했다. 20년 만에 손흥민, 황희찬, 황인범, 김민재, 이강인, 등 황금세대가 나타났는데 외국인 감독이 한 분 오면 2026년 월드컵에서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호주 대 대한민국의 경기 시작 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전 축구국가대표 박지성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축구의 정신적 지주로 여전히 불리고 있는 박지성은 정몽규 회장을 직격 비판했다.

박지성은 전날(12일) 모 행사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아쉽고 슬프다"며 "확실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슬프다"고 협회의 답답한 행정력에 심경을 전했다.

점점 더 거세지는 정 회장의 사퇴 요구 여론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정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 협회에도 지금 상황은 큰 충격일 것"이라고 했다.

홍 감독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면서 사안이 너무 크다.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파 감독이 선임됐다는 것 자체가 후배 선수들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협회는 2월 국가대표팀 감독을 뽑는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듭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선임 과정 도중에 자진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를 이임생 협회 기술본부 총괄기술이사가 이어받아 선임 작업에 나섰다.

이 이사는 이달 초 유럽 출장길에 올라 최종 후보에 오른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을 면담했으나 돌아오자마자 홍 감독 자택을 찾아 읍소하듯 감독직을 제안했고, 홍 감독이 10시간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수락하면서 비난 여론과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10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1 울산 현대와 광주FC의 경기에서 응원단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판하는 문구를 들고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뉴스=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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