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정몽규 회장, '홍명보 선임' 정면돌파... 팬들 비판과 분노 안고 간다
[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은 번복이 아닌 정면돌파를 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 승인으로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공식선임했고, 홍명보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
협회는 지난 10~12일 사흘동안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2024년 4차 이사회 서면결의를 실시했다. 해당 건은 23명 중 21명의 찬성으로 승인되었다. 서면결의는 차기 정기이사회 개최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있을 때 인사에 관한 사안이나 긴급을 요하는 특별 사안에 대해 실시한다.
이로써 공식적으로 대표팀 사령탑 업무에 착수하게 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 특히 세계축구의 흐름 파악과 분석에 도움이 될 외국인 코치의 경우 후보자를 체크하고, 유럽에서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번복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 선임 내정이 알려진 이후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감독 선임에 열을 올린 결과가 홍명보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시 마치, 세뇰 귀네슈 등 걸출한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 대표팀과 연결되면서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을 터.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인 것은 팬들이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었어야 하는 이유도 팬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 내정 발표 이후 이를 주도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지난 8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기술이사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의 사임 이후 감독 선임을 주도하게 됐다. 이 기술이사는 최종 후보 3인(홍명보 감독, 외국인 후보 2인)을 놓고 저울질했고, 홍명보 감독으로 결론지었다.
이 기술이사가 직접 밝힌 바에 의하면, 독단적인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정몽규 회장님에게 보고했다. 3명 모두 만난다고 하니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라며 자신에게 선임 권한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고강도 압박을 강조한 한 외국인 후보와 수비에서 롱패스를 활용해 경쟁을 유도하는 철학을 가진 외국인 후보가 대표팀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고강도 압박에 대해서는 '중동국가와 만났을 때 체력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에서 보여준 빌드업 능력과 기회창출 능력을 언급하며 홍명보 감독에게 부탁한 이유를 말했다. "내 스스로가 결정했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라며 자신의 결정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직접 자신 스스로 결정했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이 기술이사 한 명의 결정으로 정해질 것이었다면, 5개월 전 감독 선임을 주도한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없었다. 또한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을 때 작동했던 대표팀 감독 선임 프로세스도 모두 무의미해졌다.
외국인 감독과는 면접 형식으로 면담을 진행했으나 홍명보 감독에게는 부탁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기술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 2인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 홍명보 감독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홍명보 감독은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이유와 선임하게 된 과정 모두 정당한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 이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을 전력강화위원회에 알리지 않았다. 그는 "전강위와 대화했다. 끌고 가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한다고 하며 5명에게 동의를 받았다(4명 사퇴). 홍명보 감독을 뵙고 결정한 후에 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미팅했어야 했으나 언론이나 외부로 새어 나가는게 두려웠다"라고 했다.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전강위도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한 내용을 공유받지 못한 것이다.
K리그 시즌 도중 선두 경쟁을 펼치는 팀의 감독을 빼오는 것도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기 때문에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며 울산 팬들을 안심시켰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결정을 번복하니 울산 팬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홍명보 감독은 물론이고 K리그에 대한 존중이 없는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은 당연히 동반됐다.
전력강화위원이었던 박주호의 폭로와 이천수, 이영표, 박지성 등 한국 축구 레전드들도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의 행태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내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렇게 모두가 분노하고 비판하는 홍명보 감독 선임. 축구협회는 결국 홍명보 감독 정식 선임을 발표하면서 기존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시즌 도중 감독을 잃은 울산 팬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레전드들과 수많은 국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제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안고 가야할 것은 팬들의 분노뿐이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