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홍명보 감독의 배신과 대한축구협회의 넌센스 놀음
[스포탈코리아] 5개월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가 지난 7일 홍명보(55) 감독을 내정 마침내 일단락됐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한 거센 후폭풍으로 선임 주체인 대한축구협회(KFA)는 여전히 곤혹스러운 처지다. KFA의 이런 상황는 그동안 감독 선임에 대한 일련의 과정과 절차에서 원칙으로 내세웠던 모든 플랜들이 공수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 건의 1차 의결 조직은 KFA 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다. 하지만 5개월 동안 전력강화위원회는 2월 말부터 총 10여차례 회의를 가지며 2번의 황선홍(56.대전하나시티즌), 김도훈(54) 임시감독 카드까지 사용했지만, 선임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채 급기야 정해성(66)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사퇴 전력강화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선임 건에 결정권이 없는, 단지 추천의 형식적인 조직에 불과했다고 판단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는 前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 선임에 KFA 수장인 정몽규(62) 회장이 전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이는 더욱 설득력에 무게감이 실린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 감독 하마평에 올랐던 외국인, 국내 지도자를 굳이 거론할 필요성은 없다. 그 이유는 정몽규 회장과 KFA 극소수 핵심 수뇌부 3~4명의 의중은 이미 처음부터 적격 인물을 정해놓고 있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의 2번에 걸친 임시 카드 사용은 속임수 카드였던 셈이다. 신임 홍명보 감독은 2월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 이후부터 선임 1순위로 대두됐다. 그러나 진작 본인은 "불쾌하다"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며 자신의 일괄적인 고수 방침과 더불어 축구 팬들의 반대 입장 표명으로 제기됐던 '감독 내정설'은 단지 설화에 그쳤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돌연 자신이 밝혔던 "늘 똑같다"는 거절과 같은 말과 함께, "KFA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어떤 학습이 돼 있는지 묻고 싶다"라는 의외의 비판 발언을 뒤집고 선임 제의를 수락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추후 수락 배경과 입장에 대한 해명과 더불어 설명할 일이 있으면 이를 명백히 밝힐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만 '울산을 버린' 사람이라는 오명에서 조금이나마 자유스러울 수 있고, 한편으로 지도자로서도 떳떳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포괄적이고 형식적인 '한국 축구를 위한 헌신'이라는 명분으로는, 선임의 부정적인 면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8일 선임 전권을 위임받은 KFA 이임생(53) 기술발전위원장이 선임 브리핑에서 밝힌 ①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②원팀 리더십 ③각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④감독 성과 ⑤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⑥대표팀 지도 경험 ⑦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⑧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 선임 이유에 대한 정당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이를 유추해 본다면 적지 않은 부분에서 형평성과 타당성이 결여된 내용이 대두된다.
그럼에도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은 브리핑 후 기자회견에서 선임 배경 질의에 대하여, 납득할 수 없는 개인적인 말과 함께 설득력이 상실된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한 이해가 결여된 감정의 호소에만 집착하므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신뢰성도 실추시키며, "자택에서 단 한 번 만났다"라는 말로 중차대한 대표팀 감독 선임 건의 협상 기술 및 방법 미흡과 더불어 홍명보 감독의 단순함까지도 엿볼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역할은 여기까지 여야 하며, 이제 시급한 과제는 5개월 동안 무너졌던 KFA 시스템과 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 정상적인 복원이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기술발전위원장 직책으로 더 이상 대표팀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오직 이후 대표팀 문제는 전력강화위원와 윈윈체제 구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한국 축구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9월 5일 팔레스타인(서울), 9월 10일 오만(원정), 10월 10일 요르단(원정)10월 15일 이라크(서울), 11월 14일 쿠웨이트(원정), 11월 19일 팔레스타인(원정.장소 미정)과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B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분명 그 어떤 지도자에게도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점이 아닌 단점에 대한 '설왕설래'에만 얽매인다면 발전과 희망을 갖기 힘들다.
이 시점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 책임이 있다. 그것은 지도력에 의한 대표팀 성과가 아니다. 다름아닌 땅에 떨어진 존중과 책임, 및 배신감, 허망함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재조명 된 과거 발언으로 인한 '내로남불'도 역시 잠재워야 한다.지금 10년만의 대표팀 감독 복귀의 의미성과 202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까지 장기 계약, 외국인 지도자급 파격적인 대우, 그리고 코칭 스태프 유럽 지도자 기용 등과 같은 선임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이에 홍명보 감독의 해명이 아닌 개인적인 사과다운 사과가 필요하다.이 점은 9일 울산 구단의 입장문 발표와는 별개 문제다. 그래야만 팬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고 한편으로 금이 간 명성도 회복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인한 후폭풍은 거세다. 그러나 안타까움도 없지 않다. 그것은 전력강화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했던 박주호(37)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한, 감독 선임 건에 대한 KFA의 비밀유지서약 위반 명분 법적 검토다.
그렇다면 KFA는 '밥 주고 뺨 맞은 꼴'이어서 이는 KFA의 또 다른 민낯이며 한편으로 KFA의 넨센스 놀음이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한 국가의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데 있어서, 프로세스의 한 방법인 '면접'을 생략한 채 부탁으로 선임하는 무지한 KFA 수뇌부의 사고방식을 한국축구가 따라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에 한 축구전문가가 밝혔던 "축구동호회의 조기축구회에서도 그렇게 감독을 뽑지 않는다"라는 말이 각인되어 진다. 실로 한국축구 미래가 걱정된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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