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뼈 때리는 한 마디…“축구인은 더 이상 행정에서 사라져야”

김영훈 MK스포츠 기자(hoon9970@maekyung.com) 2024. 7. 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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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축구해설위원이 자신을 포함한 축구인들이 행정 업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표 위원은 9일 ‘KBS 뉴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과감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의 브리핑을 통해 축구 국가대표팀 새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2월 위르겐 클리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 동안 이어진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은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온 가운데 최종적으로 국내파 감독인 홍명보 감독으로 임명됐다.

국내 감독의 선임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동안 대한축구협회와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가 보여줬던 졸속 행정에 많은 이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떠난 후 대한축구협회는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전강위를 재편에 차기 감독 선임에 열을 올렸다. 길어지는 선임 과정 속 황선홍, 김도훈 임시감독 체제로 3월, 6월 A매치(2026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치렀다.

그 사이 전강위는 제시 마시(현 캐나다), 헤수스 카사스(현 이라크), 바스코 세아브라, 세뇰 귀네슈, 구스타보 포옛, 다비트 바그너 감독 등 수많은 외국인 감독이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막판 정해성 위원장의 돌연 사퇴 후 이임생 이사 체제에서 홍명보 감독의 선임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HD를 이끌며 가장 강력한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데, 그때 마다 매 인터뷰에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일 유럽 출장을 통해 다른 후보군을 만나고 귀국한 이임생 이사와 만남 후 입장을 바꾸며 시즌 도중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이유로 ▲대한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적합함 ▲리더십, 원팀, 원스피릿, 원골 ▲K리그 파악 및 우수 선수 발굴 ▲성과 입증 ▲한국 선수 파악 능력 ▲대표팀 지도 경험 ▲국내 거주 이슈 등 총 8가지를 내세웠으나, 설득하지는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영표 위원은 팀 내 기강을 잡기 위해 국내 감독을 선임한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알고, 긴 시간 동안 좋은 퍼포먼스를 내며 증명하고 있는 유럽의 좋은 감독들은 항상 팀을 잘 통제한다. 이미 많은 외국 감독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 선수들은 한국 감독이 통제해야 한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당시 완벽하게 팀이 통제됐다. 한국 감독이 더 잘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임생 이사는 8가지 이유 중 외국인 감독의 축구철학을 단기간 내 대표팀에 입히기 힘들다는 의견에도 반박했다.이는 외국인 감독뿐만 아니라 홍명보 감독 또한 마찬가지일 터. 이영표 위원은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빠른 것보다 정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정확성보다는 빠른 것을 선택한 것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든 부분이다”라고 했다.

국내 체류 시간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영표 위원은 “외국인 감독을 모셔 왔을 때 그를 통해 한국축구가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하는지가 중요하다. 외국인 감독이 얼마나 오래 국내 머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1년 365일 넘어 366일 동안 국내 체류하더라도 성적이 엉망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전 클린스만 감독이 워낙 불성실한 태도로 대표팀 업무에 임해 이슈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해결하고자 이 부분에 몰두한 것은 오히려 다른 좋은 감독들을 놓치는 것밖에 안 된다. 적당한 시간, 적절한 시간 안에 충분히 머물 수 있으면 된다. 얽매일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숱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이름을 올렸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초반 국내파 감독 내정설이 돌기도 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외국인 감독으로 점차 가닥이 잡혀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유능한 감독이 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이영표 감독은 “저 또한 원했다. 어느 한 팀에 좋은 감독이 왔을 때 그 감독이 팀을 어떻게 바꾸는지 저는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다. 물론 한국에도 뛰어난 감독님이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세계적으로 열어봤을 때는 앞으로 발전한 가능성이 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팬들께서도 같은 마음에 외국인 감독을 원하셨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여전히 홍명보 감독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알 수 없다. 이임생 이사는 선임 과정과 일정을 이야기했지만, 명확한 설득 과정을 말하기보다는 감정적인 호소에 가까웠다. 더욱이 시즌 도중 K리그 소속팀 감독을 빼오는 듯한 모양이 돼 울산을 비롯한 K리그 팬들 또한 큰 분노에 빠졌다.

이영표 위원은 “K리그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 구단의 감독을 빼 온 것에 대한축구협회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K리그 팬들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결정이 대표팀의 지지로 이어질지 상당히 의문이다. 많은 분들이 대표팀을 주목하고 있고, 대표팀 선수들은 리그에서 만들어지고 성장한 선수가 다수다. K리그는 대표팀의 근간이다. 그래서 K리그와 대표팀은 분리할 수 없고,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사진=대한축구협회
현재 가장 많은 비판은 전강위의 존재 여부다. 전강위는 A대표팀을 비롯해 각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 선임부터 성장을 위한 발전기구다. 그러나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부족한 행정 절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전강위원으로 감독 선임 과정을 함께했던 박주호 위원 또한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동안 전강위 내 분위기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영표 위원을 뼈 있는 말을 전했다. 그는 “처음에 전강위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 아쉽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강위 회의 내용들이 외부로 유출되고,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 내부 의견들이 있었고, 절반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라며 “이를 보면서 저를 포함해 축구인들의 한계를 느꼈다. 당분간 축구인들은 행정을 맡지 말고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인들이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준 적이 있는데, 지금 보니 우리(축구인)는 사라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치부를 보인 전강위와 문제점을 반복하는 대한축구협회 행정 절차에 일각에서는 ‘한국축구가 퇴보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영표 위원은 “동의한다. 2002 월드컵 이후 20여년 만에 또 다른 황금세대가 찾아왔다. 2002년 당시에는 경기장에 있었지만, 오는 2026 월드컵은 밖에서 이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믿고 지켜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저도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고백했다.

선임 과정을 본 이영표 감독은 과거 한 방송에서 ‘위르겐 클롭급 감독이 올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홍명보 감독 선임 후 이영표 위원의 발언은 재조명됐고, 팬들은 의아함을 보였다. 이에 이영표 위원은 “그럴 수 있다. 저 역시 당시에는 좋은 감독을 모시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그랬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좋은 외국인 감독을 모셔 오지 못했다. 너무나 실망스럽다. 저 역시 팬들의 마음과 같다. 그래서 처음 말했던 것처럼 ‘믿어보자’는 말을 다시 못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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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로축구연맹
끝으로 이영표 위원은 ‘앞으로도 감독 선임 과정이 또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우리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건들이 있다”라며 “전강위가 굳이 10명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명이기보다는 정말 집약적으로, 기술적이고, 전략적으로 능통한 세 네사람 정도만 있으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대표팀 감독이 부진하면 전가위원장도 같이 사퇴하는 일들이 많았다. 전강위원장은 A대표팀뿐만 아니라 올림픽, 각 연령별 대표팀 등 남녀팀을 아우른다. 선수를 키우고,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업무도 있지만, 한국의 유능한 지도자를 키우는 일도 있다. 유능한 지도자를 키우는 방법 중에는 연령별 대표팀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요한 부분을 총괄하는 전강위원장이 대표팀 감독의 부진과 함께 사퇴하는 것은 문제다. 대표팀 감독의 부진과 함께 전강위원장이 물러나면, 또 다른 전강위원장이 선임돼 새로운 전강위가 꾸려진다. 거기엔 아무 정보가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그 밑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둬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부터 또다시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의 임기가 끝날 수도 있고, 도중에 물러날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앞으로 전강위는 지금부터 차기 감독들을 리스트업하고 그 후보들을 만나는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3개월, 6개월, 1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대표팀 감독이 물러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이후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협회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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