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방통위원장 이진숙·금융위원장에 김병환·환경부 장관에 김완섭 지명···야 “방송장악용”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금융위원장으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환경부 장관으로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소추를 피하기 위해 자진 사퇴한지 이틀 만에 지명된 이 내정자는 공영방송을 두고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며 이사 교체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야당은 즉각 이 내정자 탄핵을 예고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 내정자 지명이 여야 간 공방의 또다른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장관 내정자 인선을 발표했다. 이 내정자는 MBC 기자 출신으로 사회부·국제부·문화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다. 김병환 내정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8월 기재부 1차관으로 임명됐다. 김완섭 내정자도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재부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이 장관급 3명을 지명하면서 본격적인 개각 시즌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이 후임 방통위원장을 서둘러 지명한 것은 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내정자는 이날 지명 후 인사말에서 작심한 듯 공영방송을 비판하며 이사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조만간 MBC·KBS·EBS 등 공영방송사 이사 임기가 끝난다”며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그러면서 “방송이 지금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특히 공영방송이 그런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오늘 저는 이 시점에서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노동권력 노동단체에서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영 방송, 공영 언론 다수 구성원이 민주노총 조직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야당이) 탄핵을 발의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날리면’, ‘청담동 술자리 의혹’,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등을 나열한 뒤 “가짜 허위 기사들”이라며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이런 기사가 가능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내정자는 앞서 사퇴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을 두고 “이 두 분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며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을 담당하는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 떠난 분”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이 내정자 탄핵을 거론하며 지명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내정자 신분에서 방송사의 보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편성권 침해이자 공정성을 훼손한 위험한 발언으로, 이미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MBC 출신으로 이사선임, 방송사에 대한 허가, 승인에 참여하는 것은 제척, 기피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사유로 결국 이진숙 내정자를 임명한다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지명을 즉시 철회하고 공영방송 장악의 야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 내정자를 지명하고 야당이 반발하면서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탄핵소추안 추진→방통위원장 사퇴’의 악순환 고리에 다시 빠져들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급 인사 7명의 인사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인사혁신처장으로 연원정 대통령실 인사제도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김범석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박범수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농촌진흥청장에는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 산림청장에는 임상섭 산림청 차장. 국립중앙박물관장에는 김재홍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는 용호성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각각 발탁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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