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눈물의 이별…“한일전서 만나요”

심진용 기자 2024. 7. 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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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라인업지를 들고 웃어 보이던 시라카와 케이쇼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와 6주동행 끝
환송식서 뭉클 소감
“정말 감사했던 한달
나약함 깨닫게 해준
사직 경기 못잊을것”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한 달여간의 SSG 생활을 마무리 했다. SSG는 시라카와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2일 공식 발표했다. 시라카와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부상 이탈하면서 6주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1일 고척 키움전 등판부터 27일 인천 KT전까지 5차례 선발로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 5.09를 기록했다.

이날 예정이던 창원 NC전(우천취소)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시라카와의 표정은 차분했고, 때로 웃음도 지어 보였다. 시라카와는 계약 종료 소식에 대해 “일단 안타깝기도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이런 결정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프로 입문한 이상, 프로의 세계에 맞춰서 제가 적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시라카와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생겼다. 일본 사회인야구 경험이 있는 한두솔 등 가깝게 지낸 동료들도 많다. 시라카와는 “팀 동료들이 정말 많이 가르쳐줬고, 잘해줬다. 프런트 분들까지 저를 지탱해 주셔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나 팬분들이 구장을 찾아와 주셨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했던 한 달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라카와는 KBO에서 치른 5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1경기를 꼽아달라는 말에 바로 “롯데”라고 답하며 웃었다. 지난달 7일 시라카와는 2만 관중이 들어찬 사직 원정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KBO 입성 후 2번째 경기였다. 고교 졸업 후 독립리그에서만 뛰었던 탓에 그런 관중은 처음이었다. 리그에서 응원 열기가 가장 뜨거운 그곳에서 시라카와는 난생처음 겪는 압박감을 느꼈다. 1.1이닝 동안 2루타 3개를 포함해 7안타를 맞고 8실점(7자책)으로 난타를 당했다.

시라카와는 “그 전만 해도 어떤 공을 던지든 안 맞을 자신이 있었는데 그날은 정말 뭘 던지든 다 맞았다”며 “나의 약함이 어느 정도인지 깨닫고 통감했다. 더 노력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던 시합이었다”고 말했다.

SSG와는 이제 작별이지만 KBO와 인연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웨이버 공시를 거쳐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남았다. 두산이 브랜든 와델의 대체 선수 후보로 시라카와를 꾸준히 살피는 중이다. 관련해서 시라카와는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원소속팀(도쿠시마) 관계자분들, 에이전트와 천천히 논의를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는 “예전부터 꿈꿔왔다”며 일본프로야구(NPB) 도전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시라카와는 “한 달 동안 2승밖에 올리지 못했고, 접전 상황에서 더 이닝을 끌고 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능력 부족을 느꼈다. 더 나은 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 성장해서 한국 대 일본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보자는 취재진의 덕담에 “정말 꿈이다. 일본 대표팀에 들어가 한국 선수들을 상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장 남은 시즌 SSG 타자들을 상대할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는 말에는 살짝 웃음을 보이며 “소데스(그러네요)”라고만 답했다.

이날 예정된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NC 선수들과 관중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SSG 감독·코치진과 선수들만 3루 더그아웃 앞에 모여 시라카와를 위한 작은 환송식을 열었다. 이숭용 감독과 주장 추신수가 유니폼 액자, 첫 등판 경기 라인업지 등 선물을 전달했다. 불과 삼십 분 전까지만 해도 미소 짓던 시라카와가 “울 것 같다”고 했고 결국 울고 말았다.



창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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