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추격포→양석환 역전 만루포→양의지 쐐기 만루포! 김태형 앞에 증명한 이승엽호의 가치…'투수 15명 혈투' 두산, 롯데 5연승 저지 [잠실리뷰]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중앙 담장 125m, 좌우 100m. 국내 최대 크기의 구장은 '양-양'포가 이끄는 곰 타선의 파괴력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시리즈 2차전에서 13대8로 승리했다.
양팀 합쳐 15명의 투수(롯데 7명 두산 8명), 그리고 대부분의 야수를 총동원한 말그대로 혈투였다. 그 결과는 만루의 가치, 그리고 '잠실 거포'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두산의 역전승이었다. 양석환은 역전 만루포 포함 5타점, 양의지는 추격을 알리는 투런포와 쐐기 만루포로 6타점을 쓸어담았다.
만루에 강한 팀이 강팀일 수밖에 없다. 양팀 공히 3번의 만루 기회가 주어졌다.
두산은 역전 만루홈런, 결승 2득점, 쐐기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반면 롯데는 첫번째 만루에선 3타점 싹쓸이 적시타가 터졌지만, 나머지 2번은 무득점, 1득점에 그쳤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45승째(39패2무)를 기록, 3위 LG 트윈스를 바짝 따라붙었다. 5위 SSG 랜더스와의 차이를 벌리며 4강 구도 만들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롯데는 최근 5연승의 상승세가 끊겼다. 41패째(35승3무)를 기록하며 7위 자리마저 KT 위즈에 위협당하게 됐다.
롯데는 황성빈(중견수) 윤동희(우익수) 전준우(지명타자) 레이예스(좌익수) 나승엽(1루) 최항(2루) 박승욱(유격수) 손성빈(포수) 노진혁(3루)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했다. 선발은 박세웅.
두산은 정수빈(중견수) 허경민(3루) 라모스(우익수) 양의지(포수)김재환(지명타자) 양석환(1루) 강승호(2루) 박준영(유격수) 조수행(좌익수)으로 맞섰다. 선발투수는 알칸타라가 나섰다.
경기전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의 대체 선수를 두고 여전히 에릭 요키시와 시라카와 케이쇼 사이에 고민중임을 드러냈다. 일단 두산은 시라카와가 공식 방출된 시점에서 순위 역순으로 하위 팀의 오퍼가 없어야 시라카와를 영입할 수 있다. 요키시는 1년간 휴식에 따른 실전감각과 투구수, 비자 문제 등이 걸리는 상황이다.
전반기 결산에 대해서는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 세 불펜투수의 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왔을 거다. 정말 훌륭했다"고 돌아봤다.
반면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반기 MVP를 묻는 질문에 "10년 동안 항상 '나'라고 대답해왔는데, 이젠 나이 먹어서 그렇게 못하겠다"며 웃은 뒤 "레이예스다. 전경기 출전하며 정말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경기 초반 롯데에게 압도당했다. 선발 알칸타라는 단 2이닝 만에 6실점하고 교체됐다.
1회초 롯데 전준우에게 선제 솔로포를 얻어맞았고, 2회초에는 1사 만루에서 노진혁의 2타점 적시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전준우의 싹쓸이 3타점 적시타로 0-6까지 밀렸다.
하지만 두산의 반격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3회 일찌감치 김민규(1⅓이닝)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두산은 4회 1사에서 이영하(1⅔이닝)를 투입하는가 하면, 6회에는 김강률 박치국 이병헌 최지강을 한꺼번에 털어넣으며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 사이 타선이 승부를 뒤집었다. 2회말 양석환의 2루타에 이은 강승호의 1타점 적시타가 시작이었다.
3회말 양의지의 투런포가 잇따라 터지며 3-6까지 따라붙었다. 양의지의 홈런은 시즌 10호로, 2014년 이후 11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이다. KBO리그 역대 14번째, 포수로는 역대 4번째다. 이 부문 1위 기록은 SSG 랜더스 최정(19시즌 연속, 진행중)이 갖고 있다.
5회말에는 허경민 라모스의 연속 안타, 양의지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롯데도 발빠르게 박세웅 대신 김상수를 투입했다. 두산은 김재환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양석환이 좌월 역전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7-6으로 뒤집었다. 올해 프로야구 21호, 통산 1067호, 양석환 개인으로는 7호 만루홈런이었다.
두산은 6회초 김강률의 난조로 곧바로 위기를 맞이했다. 2사 만루에서 투입한 최지강이 롯데 이정훈에게 기어코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이 됐지만, 추가 실점은 막았다.
위기 극복은 곧 찬스. 두산은 7회말 라모스의 안타와 상대 폭투, 양의지의 볼넷, 김재환의 몸에맞는볼이 이어지며 다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양석환이 롯데 구승민 상대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쳤고,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이어 강승호의 삼진 때 볼이 빠지며 9-7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두산은 이어진 2사 2,3루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두산은 8회초 최지강이 레이예스에게 2루타를 맞았고, 곧바로 김택연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김택연은 나승엽에게 1타점 적시타, 이학주에게 몸에맞는볼을 내줬지만, 압도적인 구위로 추가 실점 없이 후속타를 끊어냈다.
두산은 9-8로 앞선 8회말, 양의지가 롯데 박진을 상대로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13-8로 리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택연이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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