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서서히 멈춘 장면 놓고 "급발진 아냐" vs "예단하면 안돼"
'급발진' '고령자' 초점 말고 '제3의 가능성' 살펴봐야 주장도
(서울=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가들 의견도 갈리고 있다.
특히 해당 차량이 사고 직후 횡단보도 앞에서 서서히 멈추는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전문가는 "일반적인 급발진 의심사고 사례에서 드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염 교수는 "급발진 사고나 의심사고를 보면 제동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급가속 상태에서 구조물과의 충격에 의해 속도가 줄거나 멈추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이 사고 차량은 (충돌 이후)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를 잡고 멈추는 모습이 급발진으로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급발진 의심사고 상황에서 운전자는 발로 제동장치가 컨트롤되지 않으니, 핸들 조작을 통해 차량을 피하고 사람을 치지 않으려는 노력하는 정황이 나타난다"며 "그러나 해당 사고에선 이 같은 모습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특히 사고 차량 운전자는 현직 버스기사로, 운전을 굉장히 잘 하시는 분인데 이 같은 회피 운전 정황이 더 잘 나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차량이 자연스럽게 멈추는 장면 만으로 급발진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2년 강릉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의 운전자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급발진은 차량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에 차량엔 소프트웨어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리셋'(reset) 하도록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차량이 충돌 이후 충격으로 소프트웨어가 리셋되면서 다시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 변호사도 관건은 운전자의 '충돌 회피 시도' 정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 변호사는 "경찰 수사를 통해 건물 CCTV, 마주 오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통해 사고차량이 어떻게 충돌 회피 시도 운전을 했느냐를 봐야 한다"며 "만약 운전자가 충돌 회피 시도 정황이 보인다면 이것은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정황 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고 운전자가 68세의 '고령운전자'인 점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염건웅 교수는 "지난 2월 연신내에 9중 추돌사고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사고를 낸 70대 운전자도 급발진을 주장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국과수에서 차량결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령운전자들이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급발진'도, 고령운전자에 의한 '페달오조작'도 아닌 다른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단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급발진 가능성이 굉장히 적다"며 "사고 직후 본인이 차를 제어해서 세우는데, 이를 100% 급발진이 아니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일단 당시에 차는 정상이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차량 운전자가 68세라 '고령운전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초고령자'라 할 수 없다"며 "이 연령대(6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사고 비율이 절대 높지않고, 이 분은 현직 운수업에 종사하는 '베테랑 운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발진이나 고령운전자의 판단 미스라기 보단, 주행 당시 이 운전자의 심신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다른 사고 사례를 보면 화가 난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순간적인 당황, 전화통화 등의 상황에서 큰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건너편 일방통행 4차선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했고 6명은 현장에서,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경찰은 이 같은 '급발진 주장'을 두고 "현재까지는 피해자 진술일 뿐"이라며 "현장 조사를 나간 경찰에게 직접 말하거나 공식 전달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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