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역주행 참사'…법조계 "급발진 가능성 낮고 처벌 제한적"(종합)

성주원 2024. 7. 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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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참사로 9명 사망, 4명 부상 등 피해
운전자 급발진 주장…EDR 분석 등 필요
"차량 스스로 멈춰…급발진 가능성 낮아"
교특법 적용 5년 이하 금고·2000만원 이하 벌금
"현실과 처벌수위 괴리 커…사회적 논의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난 1일 밤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주행 교통사고 참사와 관련해 운전자의 주장대로 급발진 여부 분석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은 목격자 증언 등을 감안하면 급발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점쳐지는 가운데 경찰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행법상 교통사고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이 향후 제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28분쯤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로 인해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인 운전자 A(68)씨는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며 급발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 급발진 인정 사례 BMW 1건 유일…“실무상 인정 어려워”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도 이같은 목격자 증언과 사고 당시 현장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급발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보고 있다.

김원용 법무법인 심안 대표변호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급발진의 경우 벽에 충돌하거나 다른 차량에 막혀서 멈추지, 스스로 멈출 수 없다”며 “결국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을 분석해서 액셀레이터를 밟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또는 스로틀 바디 개방이 어느 정도 됐는지(가속 페달의 작동 확인) 등을 확인해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는 2018년 ‘BMW 급발진 의혹’ 소송이 유일하다. 1심에서는 운전자 측이 패소했지만 당시 2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가 이를 뒤집고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인정한 바 있다. 이후 BMW 측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도심 역주행 교통사고 (그래픽=문승용 기자)
김 변호사는 “급발진이란 전기 신호 이상으로 인해 연료 분사가 이뤄지면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차량이 고속으로 돌진하고 브레이크도 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며 “많은 재판에서 급발진 쟁점이 제기됐지만 BMW 사례를 제외하고는 법원에서 인정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EDR 분석을 하더라도 그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따지는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수사에서나 법원 판결이나 급발진을 인정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급발진 등 차량 결함 이슈가 확인될 경우 운전자의 과실 책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완전히 면책되지는 않는다. 피해자 보상에 있어 차량 제조사의 책임이 커질 수 있다.

교특법 적용 5년 이하 금고…대법원 양형기준 최대 징역 3년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은 급발진보다는 운전자의 과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이같은 교통사고 발생시 대부분의 경우는 운전자 과실에 의한 것”이라며 “이번 사례도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제3조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 교통사고 처벌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교특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운전자 A씨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

정 변호사는 “교특법 3조 적용시 부상이든 사망이든, 사망자 수가 많든 적든 일률적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고, 대법원 양형기준상 가중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징역 1~3년에 그친다”며 “중대한 생명과 안전이 침해된 것을 생각하면 현실과 처벌 수위 간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지만 자칫 조금만 벗어나면 칼보다 무서운 엄청난 흉기가 될 수 있다”며 “교통안전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수준으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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