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제대로 탄 '커넥션', 제2의 '비밀의 숲' 같은 압도적 몰입감의 비결
[엔터미디어=정덕현] 방앗간 살인사건의 범인인 정윤호(이강욱)를 검거하기 위해 그 집을 찾았지만 청운암에 새벽기도하러 갔다는 정윤호 아내 강시정(류혜린)의 말에 다른 형사들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대신 그곳에 남아 강시정이 정윤호에게 형사들이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걸 막으려는 장재경(지성)은 그 집안에서 세워져 있는 차를 살핀다. 번호판에 붙어 있는 테이프 흔적을 발견하고 트렁크 안에서 발견한 석유 수동 펌프를 발견하곤, 금형약품 연구원이었던 이명국이 집에서 사체로 발견됐을 때 누군가 던진 화염병이 바로 정윤호가 했던 짓이라는 걸 추리해낸다.
또 정윤호의 집에 들어와 강시정이 딴 짓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녀의 핸드폰을 자기 옆에 두는 장면이나, 마침 학교를 가기 위해 방에서 나온 딸이 나오자 벌떡 일어난 강시정이 자신의 핸드폰이 아닌 딸의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정윤호에게 형사들의 추격 사실을 알리는 장면에서도 순간 장재경이 강시정의 핸드폰에만 집중하다 딸의 핸드폰을 놓치게 되는 디테일들이 엿보인다.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은 사실 이야기 구조로만 보면 범죄스릴러에서 익숙한 구도다. 금형그룹 부회장 원종수(김경남)를 위시해 검사 박태진(권율) 그리고 비서실장 오치현(차엽) 같은 인물들로 이뤄진 부정한 커넥션과, 이들이 저지르려는 부정을 막고 친구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 장재경, 기자 오윤진(전미도), 보험설계사 허주송(정순원)으로 이뤄진 커넥션(?)의 대결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대결구도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건 매 상황마다 담겨진 디테일한 수사 과정 같은 것들이 시종일관 시선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준서가 사망한 공사장 인근 방앗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만 해도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다. 거기 CCTV가 있었고 그 카메라에 그날 그곳에 온 이들을 파악하려는 장재경의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를 따라온 정윤호가 그 사실을 알고는 방앗간 사장을 살해 도주한다. 장재경은 죽어가던 방앗간 사장이 끝내 건네 준 CCTV 복사본으로 그날 택시가 그곳을 찾았고 그 택시의 주인인 정윤호가 방앗간 사장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박준서의 사망과는 무관하다는 의문점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금형냉동 창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장재경은 택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을까를 하나하나 추리해나가고 결국 그 방앗간 앞을 지나 냉동창고로 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 냉동창고는 또한 이명국이 살해된 후 오래도록 냉동되었다가 다시 꺼내져 그 집으로 옮겨졌다는 사실과 연결되면서, 그곳이 바로 사체를 냉동시켜 놓았던 장소라는 것이 밝혀진다. 결국 이명국의 죽음에도 정윤호가 관련되어 있었다는 게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커넥션>이 풀어나가는 수사 과정들은 실제 수사를 방불케 하는 단서들이나 추리 과정들이 들어가 있다. 한 사람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고, 인물들 사이의 욕망과 관계들이 뒤틀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게 추리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드러난다. 사실 범죄스릴러에서 이러한 디테일한 접근들은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냥 작가의 의도에 의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사건이 아니라,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대로 살아움직이면서 생겨난 사건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의 디테일은 <커넥션>이라는 드라마에 연기구멍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지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연기자들이 저마다 과몰입하게 만드는 연기들이 펼쳐지지만 그걸 받쳐주는 건 이들이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납득시키게 해주는 디테일들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비밀의 숲> 같은 몰입감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그건 허언이 아니다. 빈틈없는 사건 전개의 흐름에 동승하다 보면, <비밀의 숲>이 그 복잡한 인간군상들이 만들어내는 욕망의 숲 속을 주인공을 따라 함께 수사해나가는 그런 느낌을 체험하게 되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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