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가 쓴 글이라 점수 후하게 주지 않았나 늘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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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수녀'로 잘 알려진 이해인(79·사진) 수녀는 수녀원 입회 후 60년을 맞은 올해 이런 질문을 마주했다.
첫 시집이자 베스트셀러인 '민들레의 영토'를 지난 1976년 출간하고 '내 혼에 불을 놓아' '시간의 얼굴' '작은 위로' 등 수많은 책을 펴낸 그는 "수도원 밖에 있었다면 독자의 사랑을 그리 오래 받지 못했을 거란 동료의 말"을 떠올리면서 '시인'과 '수녀' 사이를 오가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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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출간 삶 되돌아봐
“내가 수녀가 아닌 다른 길을 걸었다면 내 인생과 문학은 어떤 모양이고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
‘시 쓰는 수녀’로 잘 알려진 이해인(79·사진) 수녀는 수녀원 입회 후 60년을 맞은 올해 이런 질문을 마주했다. 첫 시집이자 베스트셀러인 ‘민들레의 영토’를 지난 1976년 출간하고 ‘내 혼에 불을 놓아’ ‘시간의 얼굴’ ‘작은 위로’ 등 수많은 책을 펴낸 그는 “수도원 밖에 있었다면 독자의 사랑을 그리 오래 받지 못했을 거란 동료의 말”을 떠올리면서 ‘시인’과 ‘수녀’ 사이를 오가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이러한 고민은 최근 이해인 수녀가 출간한 에세이 ‘소중한 보물들’에 짧은 글들로 수록됐다.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단순히 수녀가 쓴 글이라서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일까” 자문하기도 했지만 “80대에 가까운 노수녀가 된 이제는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것 같다”며 무거운 고민을 털어낸 모습을 보였다. 책을 통해 그는 수녀로 살아온 60년간의 인생을 돌아본다. 1997년 열 평짜리 해인글방을 열고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 쌓아온 이야기들만 모아도 한 권의 근사한 책이 됐다.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신영복 작가 등 추억을 남긴 이들 사이에서도 고 박완서 소설가에 대한 일화는 특히 의미가 있다. 박 작가가 아들을 잃고 마음의 회복을 경험한 부산 성 베네딕토 수녀원의 ‘언덕방’은 이해인 수녀가 직접 이름을 붙인 접견실이기도 하다.
“누가 죽어갈 때마다/실은 나도/조금씩 죽어가는 거라는/그런 생각을 해”(시 ‘어느 날의 일기’ 중에서). 책에 단문과 함께 수록된 신작 시 10편에는 암으로 투병하고 주변인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이해인 수녀의 모습이 담겼다. ‘슬픔을 묻고’ ‘그리움’ ‘나의 백발에게’ 등 시의 제목만 보아도 그의 최근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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