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리츠시장 키운다…헬스케어·데이터센터 투자도 허용
개발 부담 덜고 사업성 키우고
등록제 적용…공시 의무 최소화
CR리츠에 '모기지 보증' 활용
조달금리 낮춰 미분양 매입 지원
투자 대상 확대 '주택쏠림' 완화
신도시 업무·상업용지 우선 제공
자산재평가로 '투자 실탄' 확충
투자자에 월 단위 배당도 가능
2000년대 초반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속속 도입했다. 20여 년이 지난 최근 국내 상장리츠 시가총액은 8조원으로, 싱가포르(93조원) 일본(152조원)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가 해묵은 규제를 풀어 국내 리츠 시장을 ‘점프업’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와 투자자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개발 후 임대·운영이 가능하게 하고, 리츠 투자 바구니에 헬스케어 타운과 데이터센터 등을 담을 수 있게 한다. 정부가 리츠를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와 도심복합개발, 공공지원 민간임대, 미분양 매입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 위기의 구원투수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단계 리츠 규제 확 풀어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리츠 활성화 방안’ 중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건 프로젝트 리츠 도입이다. 지금도 원론적으로 리츠를 통한 개발이 가능하지만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실천 사례는 거의 없다. 기존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방식으로 개발한 뒤 리츠가 해당 자산을 인수하는 게 대부분이다.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단계에서의 규제를 확 풀어준 개념이다. 먼저 인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를 적용한다. 1인 주식 소유 한도(50%) 규제를 없애고, 공시와 보고 의무도 최소화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에쿼티(자기자본) 투자가 기본인 프로젝트 리츠는 PFV보다 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 외생변수에 덜 민감하고, 건설사의 책임감도 키울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도 “리츠의 자기자본비율(38%)은 PFV(2~5%)보다 훨씬 높아 안정적인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PFV는 준공 후 엑시트(자금 회수)가 목적이지만, 리츠는 임대·운영까지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리츠 역할은 더 확대된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해당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모기지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달금리가 연 12~13%에서 연 8% 수준으로 낮아져 매입 여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 위기에 놓인 사업장은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지난 4월 사전 수요조사 결과 2만7000가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개발업계에선 금융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PF 옥석 가리기’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투자 대상 넓어지고 월 배당 가능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리츠는 시행령에 열거된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 76%가 주택과 오피스에 쏠린 이유다. 정부는 앞으로 리츠를 통해 헬스케어와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내년까지 2·3기 신도시의 우수한 택지를 활용해 헬스케어 리츠를 세 곳가량 공모하겠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정부는 공공택지 업무·상업용지를 리츠 방식 사업자에게 우선 제공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리츠가 우량한 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탄’을 두둑이 채우는 방법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리츠 자산재평가를 활성화한다. 공모 리츠끼리만 합병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완화해 앞으론 공모 리츠가 공모 예외 리츠도 합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익의 90%를 의무적으로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신규 투자를 위해 자금을 유보할 수도 있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를 가로막았던 리츠 규제 역시 대폭 완화한다. 앞으론 투자자가 월 단위로 배당받을 수 있게 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리츠 이사회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해 주택도시기금 등 공적자금이 참여하는 앵커리츠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리츠지원센터와 민간 자문기구 설립 등을 올 하반기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리츠 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 모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국리츠협회는 “공모 리츠와 공모 예외 리츠 간 합병을 허용하면서 리츠 대형화의 초석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인혁/유오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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