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굳은살, 거칠거칠"…반값 세탁소 사장님, 건물주 된 비결은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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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식당으로 불리는 송해국밥.
지난 12일 저녁 7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명동세탁소.
이렇게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세탁소는 서울 강북구에 단 2곳, 서울 전체 지역에서는 50곳뿐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동안 김씨 세탁소는 15년째 평균 이하 가격을 고수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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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식당으로 불리는 송해국밥. '초고물가' 시대에 시민들은 이곳에서 허기 뿐 아니라 마음을 채운다고 했다. 고(故) 송해님 별세 2주기를 맞아 이처럼 부담없는 가격에 손님을 맞고 있는 명소들을 찾아간다.
지난 12일 저녁 7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명동세탁소. 한 남성 손님이 출근할 때 맡긴 옷을 찾으러 들렀다. 수선된 바지 4벌이 각 잡힌 채 걸려 있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정목씨(69)는 바지를 내어주며 "와이셔츠 4벌은 내일 집으로 배달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손님이 와이셔츠 4벌 세탁과 바지 4벌 수선을 맡기고 낸 돈은 3만2000원. 양복 1벌 세탁료는 6000원, 간단한 옷 수선은 3000원이다. 요금은 10년 동안 각각 1000원씩 올렸다.
김씨의 세탁소는 15년 전부터 현재까지 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이렇게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세탁소는 서울 강북구에 단 2곳, 서울 전체 지역에서는 50곳뿐이다.
기준을 맞추려면 지역 인근 상권 평균보다 가격이 낮아야 한다. 이듬해 다시 선정되려면 1년간 평균 이하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동안 김씨 세탁소는 15년째 평균 이하 가격을 고수했다는 뜻이다.
김씨 세탁소는 부부가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운영한다. 오전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동네 주민들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다. 오전에는 김씨의 아내가, 오후에는 김씨가 일한다. 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저녁 7시부터 세탁물 수거와 배달에 나서면 아내가 다시 나와 자리를 메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밤 12시까지 문을 열었다.
부부는 이 일상을 32년째 지켜냈다. 30대였던 김씨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를 먹을 때까지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가파른 골목의 연립주택가에 위치한 명동세탁소는 1m도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김씨의 오른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박였다. 옷을 곱게 다리고 펴는 동안 김씨 손은 더 두껍고 거칠어졌다. 무더운 날씨에 연신 다리미질을 하는 그의 미소에서 빛이 났다.
성실하게 일하니 돈도 모았다. 세탁소를 운영한 지 14년째 됐을 때 세탁소가 있는 3층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월세 부담을 덜어내고 돈이 벌릴 때쯤 자식도 장성했다. 그때부터는 드라이클리닝 기름, 공과금이 올라도 세탁 가격을 웬만하면 올리지 않았다. 세탁소에 '착한가격업소' 스티커가 붙은 시기도 이맘때다.
옷을 다루다 보니 값비싼 옷을 구분하는 능력도 생겼다. 옷을 보고 어려운 형편을 짐작하게 되면 정해진 가격보다 1000원에서 2000원씩 덜 받았다. 김씨는 "이제 나이 70이 다 돼가고 애도 다 키워서 돈 벌 시기는 지났다"며 "이 동네는 어르신이 많아서 그런 분들은 싸게 드리고 눈치껏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평균 양복 1벌 세탁료는 946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김씨가 받는 가격보다 약 57% 비싼 수준이다. 일대 세탁소에 확인해보니 양복 1벌 기준으로 세탁료가 1만원을 넘긴 곳도 있었다.
김씨는 "가족들은 이제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한다"면서도 "동네 사람들이 30년 넘게 내가 먹고 살게 해주고 건물도 사게 해줬으니 돌려드리고 싶다. 집에서 노느니 저렴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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