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영 "애증의 '더에이트쇼' 덕분 한 단계 더 성장"

황소영 기자 2024. 6. 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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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영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배우 이주영(37)의 노력이 빛났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2층(춘자) 역으로 시청자 곁에 돌아온 이주영.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걸크러시 매력으로 무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약자를 향한 측은지심과 강자에 맞서는 정의로움과 용기를 갖춘 인물로 극의 중심을 쥐락펴락 했다.

이주영은 모델 출신 배우다. 모델로 데뷔해 2015년 단편 영화 '몸값'으로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걸었다. 모델의 길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배우의 길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데뷔작인 '몸값'이 부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것에 이어 '2016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그것이 첫 드라마 출연작인 '라이브'(2018)와 영화 '독전'(2018)으로 이어지며 배우 인생을 견인했다. 9년 동안 자신만의 색채로 작품을 채우고 있는 그녀였다.

배우 이주영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배우 이주영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더 에이트 쇼' 공개 소감은.

"일단 너무 좋은 플랫폼에 좋은 배우들, 감독님,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준비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첫 주연작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처음엔 '내가 이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진짜 운이 진짜 좋다'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이분들과 현장을 컨트롤하고 같이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배울 게 많았다. '더 에이트 쇼'를 두 번 봤다. 처음엔 내 위주로 보고, 두 번째엔 다른 캐릭터들 위주로 봤다.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리는 모습을 보고 새삼 또 감탄했다."

-주변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일단 본 분들이 진심으로 너무 재밌다고들 하고, 너무 좋은 캐릭터를 만났다고들 하더라. 주변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극 중 너무 많이 맞는다고 안쓰럽게, 아련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됐나.

"감독님이 2층을 떠올렸을 때 남성들과 나란히 서도 육체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밀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키가 큰 배우를 찾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나와 미팅을 하게 됐고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2층을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일단 '2층 춘자를 보면서 얘가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를 생각했다. 선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지 않나. 동정심도 연민도 많고. 그런 사람이 이렇게까지 강해지려고 했을 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의 전사나 이런 걸 많이 상상했다. 춘자를 봤을 때 슬픈 느낌이 많이 들었고 짠해서 나와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층과의 싱크로율은.

"그간 센 캐릭터를 많이 하기도 했고 키가 크기도 하니 센 줄 아는데 실제로 만나면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놀라곤 하더라. 물론 내면에 춘차 같은 면도 있다. 수용하는 면이 넓은데 어느 정도 나의 선을 넘으면 정확하게 말하는 편이긴 하다. 내가 정해놓은 선을 지키는 편이라 춘자와의 싱크로율이 85% 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초반엔 게임도 하고 그런 분위기였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힘든 신이 많지 않나. 그러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그랬는데 배우들의 합이 너무 좋아서 즐겁게 의지하며 찍었다."

-연기하며 힘들었던 점은.

"액션신 자체의 준비 기간이 길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2층은 모든 액션 장면에 들어가고 남성들과 함께하니 쉽지 않더라. 끝내고 나니 덕분에 많이 성장하고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느낌이다."

-근육질 몸매가 인상 깊었다.

"8kg 정도 증량한 것이다. 수분커팅을 하면서 지방을 빼면 근육이 잘 보이니까 그게 더 쉬운데 증량을 하며 근육을 보이게 하긴 너무 어렵더라. 액션 스쿨, 헬스, 요가를 다니니 운동량이 많아 계속 살이 빠졌다. 허기질 때마다 먹어서 찌운 것이다. 작품을 위해 몰입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본래 운동을 좋아하나.

"운동을 좋아하긴 하는데 다이내믹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요가나 등산, 자전거 같이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동갑내기 천우희의 존재가 많이 의지 됐을 것 같다.

"우희가 친군데 선배이기도 하지 않나.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힘들 때마다 의지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트장이 극 분위기와 달라 묘했다.

"원작에선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는데 세트장은 알록달록하더라. '완전히 다른 콘셉트구나!'란 생각을 했고 천진난만한 곳에서 잔인한 일들이 일어나니 더 대비가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옷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한재림) 감독님이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 계속 작품 안에 유머가 있지 않나. 심각한 상황인데 중간중간 웃음이 나오더라."

-'더 에이트 쇼'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애증의 의미인 것 같다. 체력적인 한계를 테스트하며 계속 맞닥뜨리면서도 원작부터 팬이었던 작품에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양가감정이 있는 것 같다."

-2015년 단편 영화 '몸값'으로 데뷔했더라. 연기로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나.

"현대미술을 하는 친한 언니가 있는데 가끔 영상 작업을 같이 했다. 어느 날 오프닝 영상을 찍는다고 해서 대사 있는 연기를 시키더라. 그땐 연기를 해보지 않았을 때다. 옆에 대본 놓고 발연기를 하고 그랬다. 동생이 서울예대 연기과라 친근감 있게 접근했던 것 같다. 부담 없이 놀듯 했다. 유튜브 채널 'ZOOCHIVE'에 출연했던 단편들이 아까워서 올려뒀는데 '별의 죽음에 대한 루머'가 내 최초의 연기가 담긴 영상이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작업을 도와주러 온 분들 중 영화를 하는 분들이 있었고 '연기를 해 봐라'라고 권하더라. 남이 얘기해 주니 용기가 생겨 시작하게 됐다."
배우 이주영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평소 연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연극을 좋아해서 동생이 하는 걸 여러 번 보러 가기도 했고, 대학 때 복수전공으로 문예창작과를 전공하기도 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미학에도 관심이 높아서 조금 더 접근이 쉽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델 출신'이란 꼬리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일이 잘 안 풀리던 모델이라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했지만 처음엔 모델 출신이란 얘길 안 했다. 더 수수하게 옷을 입었고 모델 색을 가리고 선입견 없이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이기도 해서 모델 출신이란 부분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모델 일에 대한 미련은 없나.

"너무 안 풀렸었으니 미련이 남은 건 사실이다. 모델 때 늘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말도 안 섞어보고 탈락이 되니 박탈감이 심했다. 나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화보 촬영에 대한 갈증이 있고 패션쇼도 너무 좋아해서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모델 활동을 이어왔던 이유가 있나.

"10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한 10년 정도 한 것 같다. 떨어지는 일이 90% 정도 되니 우울증이 왔다. 뭔가 다른 걸 찾으려고 해도 이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나쁜 남자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다른 걸 찾아보고 싶어서 문예창작과를 복수 전공한 것인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찾은 게 연기인가.

"연기를 배우며 우울증이 없어졌다. 난 우울증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평생 가지고 가야겠구나, 그림자로 생각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없어지니 연기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약간 참는 성격이 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사니 그 부분이 해소되더라. 그래서 좀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다."

-연기의 매력은.

"없어서는 안 될 날 해방시켜 주는 탈출구인 것 같다. 연기가 없으면 모든 게 막혀버릴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연기에 목매달고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요즘 관심사는.

"동물을 좋아한다. 동물 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지금 개를 세 마리 키우는데 한 마리는 할머니가 키우던 것이고 두 마리는 유기견을 입양한 거다. 동물들도 약한 존재이지 않나. 약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것에 관심이 가는 걸 보면 춘자랑 닮은 점 같기도 하다."

-쉴 때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나.

"요가를 좋아해서 요가를 하고, 강아지들 산책시키며 소소하게 보낸다. 일이 없을 땐 루틴을 정해서 딱 그렇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스트레칭 겸 요가를 하고 명상하고. 워낙 일 자체가 불규칙적이다 보니 쉴 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더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하든 누굴 대하든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30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고 싶나.

"나이 자체가 한국 여성들에게 약간 가혹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 않나. 이전보다 많이 탈피되어 가는 것 같아 기쁜데 물리적인 것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100세 시대니까 이너뷰티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의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우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먹고 좋은 것들을 보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 상호작용하며 30대를 채워가고 싶다."

-하반기 계획은.

"이제 절반 정도 촬영이 진행된 것 같은데 지금 촬영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촬영하고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여행도 가고 싶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 모델 때도 해외 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거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외국어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준비와 실력은 다른 것이지만 준비가 되어있다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겠나."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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