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길' 깔렸는데도 찬바람… CGV에 무슨 일이 [컴퍼니+]

홍승주 기자 2024. 6. 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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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1000만 영화 등에 업은 CGV
베트남 등 해외 실적도 개선
하지만 주가는 거듭 하락 중
재무적 불안정성 크기 때문
중장기적 전망도 밝지 않아

'파묘' '범죄도시4' 등 1000만 영화를 등에 업은 CJ CGV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주가가 반등하긴커녕 하락만 거듭하고 있다. 재무적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인데, CJ CGV의 주가는 과연 반등할 수 있을까.

CJ CGV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영화가 3연타석 흥행에 성공하며 극장가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서울의 봄' '파묘'에 이어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 1000만 관객 영화가 1편(범죄도시3)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이밖에 '시민덕희(170만명)' '웡카(353만명)' 등 영화들도 소소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OTT에 뺏겼던 관객을 다시금 극장으로 발길을 돌려놨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런 흥행은 CJ CGV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이다. CJ CGV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929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을 거둬들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3년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팬데믹 때 기록적인 적자를 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CJ CGV 관계자는 "1분기 호실적에는 한달 이상 흥행을 지속한 파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000만 영화'만 실적에 기여한 건 아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해외 실적도 개선됐다. 베트남 매출은 6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4% 늘어난 112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올 하반기에도 극장가에 발길이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작이 크게 흥행했던 '모아나2' '베테랑2' '조커2'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의외다. 팬데믹에 휩쓸리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2020년과 2021년에도 1만원을 밑돈 적 없던 CJ CGV의 주가(종가 기준)는 현재 5000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연초와 비교해서도 4.4% 하락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2019년 12월 말 종가(2만1896원) 대비 현재 주가(6월 5일 종가 5680원)는 74.05%가량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CJ CGV를 외면하는 건 재무 불안 리스크를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CJ CGV는 팬데믹 때 쌓아놓은 적자로 부채비율이 높다. 1분기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806.2%에 이른다. 진통을 겪던 유상증자를 꾀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 지난해 6월 CJ는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을 현물출자해 CJ CGV의 주식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그해 10월 법원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제동을 걸면서 계획이 멈춰 섰다. 최근 법원이 항소한 CJ의 손을 들어줬다.]

주가가 신통치 않은 덴 CJ CGV의 중장기적 성장 전망이 밝지 않은 탓도 있다. 영화 관련 실적이 최근 개선됐다고 해도, 그 비교점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팬데믹 때란 점은 위험요인이다. 지금의 호실적이 '역기저 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대비 55.2% 수준에 그쳤다. 콘텐츠 소비 채널로 OTT가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도 좋지 않은 변수다.

CJ CGV 관계자는 "4DX, 스크린X 등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J CGV의 주가는 '파묘'처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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