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7] 아름다움의 힘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4. 6. 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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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최근 영화 시사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방송에서만 보던 연예인들, 많은 기자들, 그리고 그들을 보러 온 일반 시민들.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경험은 배우와 아이돌 스타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이었다. 돌고래 비명 같은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렸고, 배우가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기만 해도 숨조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한 사람들. 우리는 왜 이렇게도 연예인들에게 열광을 하는 걸까?

물론 그들은 외모부터 다르게 생겼다. 매끈한 피부에 큰 눈동자와 조각 같은 얼굴. 진화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선호할 수밖에 없는 “초자극” 특징으로 가득한 그들의 얼굴을 보며 – “성형”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하는 - 유전자는 말하고 있다: 저런 외모는 우월한 유전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과 사귀고 좋은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남겨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은 유전자를 통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문명과 문화적 존재이기도 하니 말이다. 덕분에 외모에 대한 선호도는 문화적 배경과 트렌드에서 독립적일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굶주렸던 중세기 시대에는 배가 나온 남자가 매력적이었고, 인류 역사 대부분 마른 여성은 아름다움이 아닌 빈곤의 상징이었다.

유명할수록 더 열광하는 우리는 연예인들에게서 또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이 줄서기 하나로 좌우되던 나치 독일 유대인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들은 유명한 유대인 배우나 가수가 서있던 줄에 서있었다고 한다. 설마 저렇게 잘생기고 유명한 사람을 죽이지는 않겠지, 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같이 생긴 배우와 아이돌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그들이 서있는 “줄”에만 서더라도, 노화와 죽음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고 믿는 우리 인간은 결국 죽음과 노화마저도 아름다움만큼은 배려해 줄 거라고 믿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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