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HBM 납품 경쟁…관건은 '수율'

김종성 2024. 6.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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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3E 수율 80% 근접" 이례적 공개…시장 예상 상회
엔비디아 "HBM 품질·수율 높여 달라"…삼성전자, 품질 테스트 순항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메모리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I 칩 '큰 손'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며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신규 공급을 위한 품질 테스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HBM 시장을 쟁탈하는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각 기업의 차세대 HBM 개발이 속도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결국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한 관건은 '수율'(품질 기준을 충족한 합격품 비율)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께부터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품질 인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HBM의 엔비디아 인증 실패설'이 돌기도 했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직접 반박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는 아직 어떤 인증 테스트에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삼성과의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초부터 AI 가속기 H100 시리즈용 HBM3 제품 전량을 SK하이닉스로부터 독점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등 모두와 협력하며 향후 3곳의 업체에서 HBM 제품을 모두 공급 받을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HBM은 복잡한 전공정 설계와 제작, 그리고 후공정의 높은 난도 등으로 다양한 불량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HBM 품질 인증을 위해서는 1000시간 이상의 테스트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속도, 발열, 전력소모량 등 성능을 종합적으로 체크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더욱이 엔비디아는 1년 주기로 새로운 AI 가속기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신규 AI 가속기 출시에 맞춘 차세대 HBM 개발도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HBM은 D램을 건물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대폭 늘린 제품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단수(쌓는 높이)를 높인다. 현재 양산 중인 5세대 HBM3E 제품은 8단 제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3분기 중 12단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개발 중인 6세대 HBM4는 적층 단수가 16단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7세대 HBM4E는 20단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HBM은 단수가 높을수록 공정 난도가 높고, 수율 관리가 어렵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본딩(접착) 공정, 패키징 기술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일반 D램과 달리 HBM 수율은 통상 5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최근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담당 부사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HBM3E 수율이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언급한 것이 큰 관심을 끌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수율이라는 점도 있지만, 수율은 메모리 업체의 가장 중요한 영업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HBM의 기술력과 안정적 양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지만, HBM 납품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잠재적 고객사에 안정적 공급 능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결국 HBM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수율'을 강력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셈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공급업체에 "HBM의 품질과 수율을 높여 납품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율 향상을 목적으로 임직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HBM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SK하이닉스는 HBM 공정의 핵심이 되는 액화 소재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며 시장의 주도권 유지에 힘쓰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HBM 품질 인증 시점이 예상과 달리 지연되고, 불량 지적 요인이 누적되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두 가지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며 "(문제점은) 인증은 받지 못한 채 운영하는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막대한 악성 재고와 엔비디아의 불량품 리콜 요구"라고 분석했다. 이어 "품질 인증 통과와 대량 제품 납품이 지연될수록 (메모리 제조사는) 재고평가손실과 충당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조속한 품질과 수율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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