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마크롱 “뭉치자”… ‘공동의 적’ 푸틴-트럼프 견제 손잡아

이청아 기자 2024. 6.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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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佛 잠수함 수출 무산’ 앙금 풀고
마크롱, 개선문에 나와 바이든 환대
바이든, 닷새 머물며 브로맨스 과시
美-佛, 불확실성 맞서 결속 과시
개선문에서 환영 행사 8일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 바이든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왼쪽부터)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서방 주요국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AP 뉴시스

“프랑스는 미국의 첫 번째 동맹국이었고,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을 시작하며 250년에 가까운 양국의 우호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란히 앉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에마뉘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프랑스는 지금도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언어로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면서 “상황이 어려울 때면 우리는 함께 뭉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아 최근 해외 방문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참석부터 8, 9일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까지 이례적으로 프랑스에 닷새를 머물렀다. “동맹이 곧 속국은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해온 마크롱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을 최고 수준으로 환대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열세가 뚜렷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자 두 정상이 대외적으로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 美佛 정상 “뭉칠 때 더 강해진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파리 개선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를 맞이했다. 이들은 개선문 아치 아래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프랑스군 기병대가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엘리제궁으로 향했다. 이후 오찬과 정상회담, 만찬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하루를 꼬박 함께했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 만찬 등에서 “뭉쳐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 건배사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라는 미 관용 표현을 인용하며 “미국 국가명에 담긴 이 연합의 힘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하나로 뭉칠 때 우리 각각이 더 강해지고, 세상은 더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 있었다. 2021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및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과 3자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뒤 호주가 프랑스와 맺었던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구매 계약을 일시에 파기한 게 발단이었다. 프랑스는 당시 “3국이 전통적 동맹 관계를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았다”며 격노하고 주미 프랑스대사를 소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더해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펼치면서 미국의 리더십에 공개적인 의문을 제기했고,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친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정상이 기질적으로 다르기도 하다. 82세 바이든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믿는 미 주류의 상징이라면, 47세 마크롱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뇌사 상태”라고 말하는 등 외교적 도발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 푸틴 승리-트럼프 고립주의 동시 견제

이런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데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점령지를 확대해 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재선 시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공동방어 의무를 걷어찰 수 있다고 위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공동의 적’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7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적지를 찾아 “오늘날 미국이 푸틴의 유럽 침략에 맞서길 원한다는 점을 의심하는 이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오늘날 미국이 홀로 가길 원하리라고 믿는 이가 있느냐”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8일 미-프랑스 정상회담 직후 낸 성명에서도 “모든 유럽이 위협받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 우크라이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무역 갈등, 중동전쟁 해법 등에서 미국과 프랑스 간 이견은 여전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회담 후 두 정상이 성명만 발표했을 뿐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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