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학원장이 보는 드라마 ‘졸업’…대치동 1타 국어강사 현실 묘사에 사교육계 이해도 높여 [SS연예계프리즘]

원성윤 2024. 6.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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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졸업’ 정려원. 사진 | tvN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tvN 토일드라마 ‘졸업’은 대치동 국어 1타강사 서혜진(정려원 분)을 중심으로 대치동 일대 사교육 현장을 세심하게 묘사한 드라마입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직접 입시학원을 운영하며 국어강사로 활동했던 본지 원성윤 기자가 드라마 ‘졸업’이 그린 사교육 현장을 짚었습니다.

‘졸업’은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학원가가 배경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사교육 용어’가 쏟아졌다. ‘킬러문항’, ‘시강’, ‘비율제’, ‘연계지문’ 등이다. 수험생 자녀가 있거나 학원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려운 용어다.

‘킬러문항’은 수능 국어영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뜻힌다. 대체로 비문학(독서) 과학 지문에서 출제된다. ‘시강’은 ‘시범강의’의 줄임말로 학원 취업 전 마지막 관문이다. 오프닝, 수업, 문답, 클로징으로 이뤄지며 원장을 비롯한 동료 강사 앞에서 진행한다. 서혜진의 제자였던 연인 이준호(위하준 분) 역시 이런 ‘시강’을 거쳐 학원강사로 입성했다.

tvN ‘졸업’ 배우 정려원. 사진 | tvN


‘비율제’는 학원과 강사가 학생수X수강료로 발생한 매출에서 교재비 등을 제외하고 갖는 금액 배분 비율을 의미한다. 대체로 5:5(강사:학원)에서 강사 능력에 따라 6:4, 7:3까지 비율을 조정한다. 스타강사는 8:2, 9:1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졸업’에서 서혜진이 받는 억대 연봉도, 계약서를 보며 비율 조정을 고민하는 학원장의 고민도 이런 비율제 계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정된 월급과는 다르다.

‘연계지문’은 국어에서만 나오는 특이 용어다. 시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교과서 밖 시, 소설, 독서 지문을 발췌해 문제를 출제한다.

실제 학교에서 출제하는 시험문제와 연계지문 일치 여부가 학원 경쟁력을 가름하기 때문에 학원들은 사활을 걸곤 한다. 현 입시가 내신을 기반으로 하는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수도권 76.5%)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내신 등급이 절대적이다. ‘졸업’의 강사들 역시 내신에 치중한 강의에 중점을 둔다.

‘졸업’은 이런 학원가 현실을 대본에 녹여냈다. 여기에 배우들의 현실감있는 연기가 몰입도를 높였다.

서혜진 역의 정려원의 연기는 현직 국어강사의 인터넷 강의 못지 않다. 최근 고인이 된 시인 신경림의 ‘농무’나 소설가 박완서 세계관 등을 설명하는 장면은 단순 흉내 내기에 그치지 않고 작품과 작가 세계관까지 충분히 녹여냈다. 강사로서 직업적 애환도 더해 서혜진이란 캐릭터가 완벽하게 탄생했다.

tvN ‘학원’. 사진 | tvN


특히 모의고사 문제 풀이를 하는 장면에서 학생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은 현장 강의와 유사했다. 서혜진이 “공감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워”라는 장면은 유튜브 조회수 114만 뷰를 기록했다.

극중 사교육의 치밀함에 공교육이 위축되는 장면도 현실감있게 묘사했다. 지난 8일 방송된 9회에서 내신답안지를 채점하던 찬영고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인 표상섭(김송일 분)에게 “교실에 가서 학원에서 나눠준 자료를 보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털어놓았다.

‘졸업’ 1회부터 공교육의 상징으로 묘사됐던 표상섭은 결국 서혜진이 재직하는 대치체이스 라이벌 학원인 최선국어 부원장으로 이직한다.

tvN ‘졸업’. 사진 | tvN


실제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이직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사립고 최상위권 교사가 대치동 대형학원으로 이직하는 일은 해마다 일어날 정도다.

대치동에서 입시 학원을 운영하는 현직 학원장은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 강남권 사립고에서 사교육계로 스카우트 되는 걸 종종 본다. 해당 교사가 학원으로 스카우트되면 학생들이 그 학원에 집단등록하곤 한다”며 “대개 EBS 수능 강사로 출연한 뒤 이를 눈여겨 본 대형학원에서 러브콜을 보내 이직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최근에는 EBS에 출연한 현직 학원강사가 사립고 교사로 채용된 사례가 있다. 사교육과 사립고의 경계도 흐릿해지는 게 현 추세”라고 덧붙였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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