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저감시설, 설치비 12억·운영비 연 4억 든다”

이민우 기자 2024. 6.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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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연구용역 중간결과 공개
관련 업계 ‘과소 추산’ 의문 제기
내년 축분 자원화시설 규제 적용
양돈업계 “처리비용 크게 늘 것”
일선 농·축협은 ‘유예 연장’ 주장
2025년부터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과 농·축협 운영시설에 강화된 암모니아 배출량 규제가 적용돼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농축산업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충남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업센터. 농협경제지주

내년부터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과 농·축협 운영시설에 강화된 암모니아 배출량 규제가 적용돼,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농축산업계에서 거세가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모니아 저감시설 설치비는 12억원, 운영비는 연간 4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연구용역 중간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부, 연구용역 중간 결과 발표…암모니아 배출 저감시설 설치비 12억원·운영비 4억원=축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경기 이천의 한 ‘시험장(테스트베드)’에서 ‘부숙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의 스마트화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 제7차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연구 추진 경과와 암모니아 배출 저감시설 설치비·운영비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은 2022년 정부가 착수한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다. 연구용역은 2019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적용 대상에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이 포함됐고, 암모니아 배출 규제(30ppm)가 도입되자 이에 대한 표준기술 규격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수행됐다.

연구용역이 시작된 이후 암모니아 배출 저감시설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최종 결과 발표는 올해말로 예정돼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발표한 설치비·운영비는 암모니아 배출 저감을 위해 2단 세정식집진장치(세정탑)와 나노에멀젼 방식으로 약품(황산) 처리하는 상황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나노에멀젼은 보통 20∼200㎚(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입자를 가진 액체를 분산하는 것을 뜻한다.

우선 1일 기준 가축분뇨 120t을 처리하는 시설에 암모니아 배출을 낮추기 위한 필수 저감시설을 설치하면 비용만 7억84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필수 저감시설엔 세정탑과 밀폐를 위한 출입문·구획분리 시설 등이 포함됐다.

또 실내 저감시설을 선택적으로 설치할 경우 4억3000만원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필수시설과 선택시설을 모두 설치하면 12억14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아울러 저감시설을 설치한 곳의 운영·유지 관리비는 전력·약품·폐수처리 비용 등을 포함해 연간 4억254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연구원 측은 예상했다.

◆업계 “연구용역 비용 과소 추산”…생산자 “처리비 급등 우려”=이런 결과에 대해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등 관련 업계에선 비용이 과소 추산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공동자원화시설은 84곳이 운영 중이다. 개별 시설의 평균 가축분뇨 처리용량은 1일 기준 110t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적용하면 업체별로 12억원의 암모니아 저감시설 설치비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김창수 자연순환농업협회 국장은 “현재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물을 통해 1차적으로 암모니아를 저감하고, 최종적으로 약품 처리하는 방식을 쓴다”면서 “이 경우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시설 설치비는 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연구용역은 나노에멀젼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뒤 최적화한 테스트베드에서 얻어낸 결과로, 현실과 많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돈업계에선 연구용역 결과를 적용하더라도 가축분뇨 처리비가 더욱 뛸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올들어 돼지분뇨 처리비용이 지역에 따라 종전 1t당 2만원대에서 3만∼4만원으로 치솟아 생산자단체에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시설 운영비가 4억원가량 추가된다면 1t당 처리비용이 9000원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양돈농가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축협 “연구용역 결과 발표 너무 늦어…추가 유예해야”=연구용역의 최종 결과 발표가 너무 늦어 업계 대응이 늦어지는 점도 불안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9년 법 개정 이후 축산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2020년으로 예정돼 있던 법 적용시기를 1차 유예했다.

이후 2021년 6월 ‘대기환경보전법 유기질비료 제조시설 관련 협의회’를 꾸려 의견을 수렴했고, 관련 업계에 ▲시행시기 추가 유예 ▲정부 연구·개발을 통한 최적 방지기술 개발 ▲비용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법 적용시기는 2024년까지 추가 유예됐지만 문제는 환경부가 약속한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 발표가 12월로 예정돼 있어 농·축협이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농협 친환경축산조합장협의회(회장 이성기·전남 순천광양축협 조합장)가 최근 환경부에 법 적용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협의회에는 40개 지역축협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협의회는 “법 적용의 유계기간 도래시점이 환경부 연구사업 종료시점과 일치하는 2024년 12월이기 때문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비용 지원방안도 미비한 만큼 제도를 보완하고 기술이 적용될 때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혜인 환경부 대기관리과 환경사무관은 “조속히 연구 결과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지원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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