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없이 감 따다 추락사한 기간제 근로자…법원 “서울시, 주의·감독 의무 위반”

박강현 기자 2024. 6. 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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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령(高齡) 기간제 근로자가 감을 따다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와 담당 책임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선일보 DB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전 소장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은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전 녹지조경팀장 B씨는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서울시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2021년 11월 서울시 마포구 한 공원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감 따기 작업을 하던 한 7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A씨 등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겐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는 등 이러한 사고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따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다리를 이용해 2.9m 높이에서 작업했음에도 안전모를 쓰지 않았고 당시 현장에는 작업자들이 보호구를 착용한 채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관리·감독할 사람이 전혀 없었다”며 “A씨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고 서울시는 A씨의 위반행위를 막기 위한 주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도 팀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가 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하도록 관리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던 점도 고려하면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죄책을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들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아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도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유족과 서울시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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