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KKKK+9이닝 무실점' 시즌 1호 완봉승, 진정한 사직예수의 강림…"처음 신은 스파이크인데" 윌커슨의 함박미소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오늘 처음 신은 스파이크인데…"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은 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6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투구수 108구,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5패)째를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그야말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1회 시작부터 1점의 지원을 받고 마운드에 오른 윌커슨은 선두타자 박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출발, 후속타자 김도영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위기 상황에 몰렸으나, 이어 나온 나성범과 최형우를 모두 범타로 묶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이닝을 매듭지은 윌커슨은 3회 선두타자 최원준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후속타자들을 묶어내며 순항했다.
5-0까지 간격이 벌어진 가운데 윌커슨의 투구는 더욱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윌커슨은 4회 최형우-이우성-소크라테스 브리토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이날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리고 5회 한준수에게 2루타, 최원준에게 안타를 내주며 1, 3루 위기 상황에 몰렸으나, 후속타자 박찬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을 때 빅터 레이예스의 '레이저 송구'의 도움을 받으며 실점 없이 위기를 탈출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리고 윌커슨은 6회 김도영-나성범-최형우를 꽁꽁 묶어냈다.
윌커슨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랐고, 7회도 삼자범퇴로 KIA 타선을 요리했고, 8회 또한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KBO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을 완성했다. 그리고 8회 종료 시점에서 투구수 92구. 윌커슨은 내친김에 완봉승을 노렸다. 그 결과 9회 김도영을 2루수 뜬공, 나성범과 최형우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올 시즌 첫 번째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윌커슨 개인으로 볼때 이날 완봉승은 지난 2017년 6월 2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를 상대로 9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이후 무려 2537일 만이었다. 그리고 롯데 소속 선수로는 2021년 6월 4일 수원 KT 위즈전 박세웅 이후 1096일, KBO리그 소속 선수 중에서는 2022년 6월 11일 KT 위즈 고영표(vs롯데) 이후 724일 만이었다. 게다가 롯데 선수 무사사구 완봉승은 2016년 4월 14일 브룩스 레일리(現 뉴욕 메츠) 이후 2973일 만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윌커슨이 방송사 인터뷰를 대기할 때부터 하나둘씩 물병을 집어 들기 시작, 롯데 선수단은 인터뷰가 종료된 후 윌커슨의 옷을 비롯해 스파이크가 흠뻑 젖을 정도의 물 폭탄 세례를 안기며 진심으로 완봉승을 축하했다. 선수들이 물을 뿌릴 준비를 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던 윌커슨도 기쁜 마음으로 동료들의 세리머니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윌커슨은 "팬들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경기는 나올 수 없었을 것 같다. 팬분들께서 원정 경기에도 응원을 와 주셨기 때문에 이런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항상 선발로 등판을 하면, 어떻게든 내가 경기를 끝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요일 경기는 일요일에 생각하는 것이고, 오늘은 최대한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몸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활짝 웃었다.
윌커슨과 찰떡 호흡을 맞춘 유강남은 "지난번 KIA전에서도 윌커슨이 좋은 공을 던졌는데, 덕분에 자신감 있게 던졌던 것 같다. 워낙 공이 좋았다. 거의 보더라인에 물릴 만큼 좋은 제구력이 좋았다. 좋은 구종, 잘 던질 수 있는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의식하게 만들었다"며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공 끝이 달라졌다. 일단 구속도 차이가 많이 난다. 외국인 선수들도 시즌 초반에 조금 헤매다가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좋아지는 선수가 있다. 그게 윌커슨"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윌커슨은 "유강남과 호흡을 많이 맞췄는데, 오늘의 경우 고개를 흔든 것이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서로 호흡이 잘 맞았고, 유강남이 좋은 리드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화답했다.
9회 나성범과 최형우를 삼진 처리하는 과정에서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던 윌커슨. 긴장되진 않았을까. 그는 "마지막에 타석에 들어섰던 선수들이 KIA의 중심 타자들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체인지업이 잘 먹혔다. 그래서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며 "완봉승이라는 경기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동료들이 굉장히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레이예스가 홈 보살로 수비에서 힘을 보탰기 때문에 우리 팀 전체가 이루어낸 경기"라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윌커슨은 올 시즌 초반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이유는 허리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까닭. 하지만 부상을 털어내고 조금씩 구슥이 상승하면서, 다시 위력적인 모습을 뽐내는 중. 위렄슨은 "누구나 경기를 하다 보면 안 좋은 시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마다 노력하고, 조정하고, 맞춰나가야 한다. 지금은 좋았지만, 또 안 좋아질 수 있는데, 또 좋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BO리그에서 2년 만에 탄생한 완봉, 윌커슨 개인에게도 무려 7년 만의 완봉승. 그는 "마지막으로 완봉을 했던 경기, 9이닝을 던졌던 경기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굉장히 감격스럽고,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스파이크에 물이 가득찼다. 오늘 처음 신은 스파이크인데, 어떻게 물을 다 빼낼지 조금 고민이 된다. 신발을 말리고 물을 빼려면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냄새도 날 것 같다"고 했지만, 인터뷰 내내 윌커슨의 입가에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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