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엔비디아 뚫었다? HBM 설레발 보도 '언론 믿을 수 없다'

박재령 기자 2024. 6. 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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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삼성전자 엔비디아 HBM 납품 테스트 미통과 보도
통과 불투명해지자 과거 엔비디아 납품 단정했던 기사들 회자
"삼성 소식 외신 의존해야 하는 현실… 국내 개미투자자만 불쌍"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삼성전자의 HBM3E 12H. 3월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처음 실물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고대역폭 메모리) 납품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납품 여부가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언론이 '엔비디아 뚫었다', '납품 초읽기' 등 단정적 표현을 반복하자 '이젠 언론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삼성전자가 미국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과거 납품을 단정적으로 전망했던 기사들이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회자됐다.

▲ 3월20일 나온 삼성전자 HBM 관련 기사들. 네이버 갈무리

특히 지난 3월2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3월21일 HBM3E 12단 실물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자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젠슨 황 CEO “HBM은 기술적인 기적… 삼성전자 제품 테스트 중”>(3월20일 헤럴드경제), <젠슨 황, 삼성 HBM3E에 '승인' 사인… 엔비디아 검증 통과 기대감 커져>(3월21일 조선비즈) 등이다.

이후 4월19일 매일경제가 <삼성, 엔비디아에 납품 초읽기...2분기로 앞당긴다>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HBM3E 제품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보도했고 4월30일 <삼성, 젠슨황 잡았다 AI 괴물칩 조기 납품>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HBM3E 12단(H)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삼성, 엔비디아 뚫었다'는 단정적 표현을 쓴 기사들. 구글 갈무리

녹생경제신문은 5월16일 <[단독] 삼성전자, 엔비디아 뚫었다 수일 내 HBM 납품 개시... “하이닉스 독과점시대, 사실상 종언”> 기사를 냈는데 이는 2023년 9월1일 나온 한국경제 <[단독] 삼성전자, 엔비디아 뚫었다…HBM3 공급 합의> 기사와 제목이 유사했다.

반응은 차가웠다. 삼성전자 HBM 엔비디아 납품을 놓고 익명 사내 커뮤니티 블라인드(5월17일)엔 SK하이닉스 직원이 “삼성이 발등에 불 떨어졌을 때 하는 게 뭔지 아나. 바로 언론플레이”라며 “지난번 젠슨 황 사인 때도 그렇고 언플, 거짓뉴스 많았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삼성, 젠슨황 잡았다 AI 괴물칩 조기 납품> 기사(네이버 기준)엔 “돈 받고 기사 써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엔비디아 공급이 확정되면 그때 기사 써라” 등의 댓글이 달렸고 <삼성, 엔비디아에 납품 초읽기...2분기로 앞당긴다> 기사(네이버 기준)에서도 “언론은 바람잡이라서 믿을 게 못 된다”, “너무 대놓고 기사를 뿌리니 믿음이 안 간다” 등의 댓글이 나왔다.

▲ '삼성, 엔비디아에 납품 초읽기...2분기로 앞당긴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납품 테스트는) 원래 긴 과정이다. 한번 평가해서 통과 안 되면 끝, 이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샘플을 계속 주고받고 한다”며 “결론을 명확히 내리기 어려운 과정 중 하나였는데 언론이 단정적 표현을 써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경제 뉴스 큐레이션 '뉴스포터'를 운영하는 신혜리 에디터는 통화에서 “3~4월 기사들은 확실히 '삼성 띄워주기' 성격이 있어 보인다. 삼성이 기자 관리 열심히 하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삼성-엔비디아'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압도적으로 삼성에서 보도자료를 준 것 같은 기사가 많다. '믿고 기다려달라'는 삼성의 메시지가 확대 보도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 에디터는 “(삼성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 보도에 대해 삼성 반론을 단순 붙이는 식의 보도가 많았다. 삼성 보도자료가 사실인지 언론이 더 따져봐야 했는데 후속보도를 찾기 힘들었다”며 “한국에 삼성 출입 기자가 얼마나 많은가. 어떻게 보면 로이터 기사는 한국에서 나오기 더 쉬운 기사였을 수 있다. 그런데도 외신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한국 개미 투자자들만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교수는 “언론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지 않고 애매모호했던 건 기사화를 하면 안 됐다”며 “양측이 모두 어느 정도는 원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길게 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섣불리 단정하는 것보단 신중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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