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땐 ‘영일만 석유 발견’ 해프닝… 7광구는 탐사 멈춰

강우석 기자 2024. 6.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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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가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도 '석유 발견 해프닝'이 있었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76년 1월 기자회견에서 "작년(1975년) 12월에 영일만 부근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립지질조사소가 전남 해남군 우항리 일대에서 탐사를 벌였지만 석유를 발견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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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에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한국 석유 개발의 역사
“수입비중 낮추자” 1979년 본격 탐사… 20년뒤 동해 가스전 개발 ‘산유국’
대규모 유전 개발은 아직 못해
3일 정부가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도 ‘석유 발견 해프닝’이 있었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76년 1월 기자회견에서 “작년(1975년) 12월에 영일만 부근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기름을 분석해 보니 인위적인 정제 과정을 거쳐야 나오는 ‘경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휘발유, 경유, 등유, 가스 등의 여러 물질이 골고루 섞여 있는 원유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첫 번째 석유 탐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지질조사소가 전남 해남군 우항리 일대에서 탐사를 벌였지만 석유를 발견하진 못했다. 1964년부터 1977년까지도 포항 인근에서 탐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1981년까지 경남, 전남 지역에서 석유 부존 가능성을 추가로 조사했지만 석유 생성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후 정부는 1979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하고 석유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수입 비중을 낮추기 위해 육상 탐사, 해외 석유회사 탐사 공조 등의 방식을 거쳐 ‘자체 개발’ 전략을 택했다.

유의미한 성과가 처음 나온 것은 그로부터 약 20년 뒤였다.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한 뒤 시추 과정을 거쳐 2000년 동해-1 가스전을 개발했다. 생산시설 착공, 시험 생산 및 공급 등의 과정을 거쳐 동해 가스전이 2004년부터 생산에 돌입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 반열에 합류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시장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동해 가스전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약 4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하고 고갈돼 문을 닫았다. 약 17년 동안 거둔 매출은 2조6000억 원, 순이익은 1조4000억 원으로 개발 초기의 기대에 못 미쳤다.

2005년에는 동해-1 가스전 인근 고래 8구조에서 경제성이 있는 추가 가스층(동해-2 가스전)을 발견했다. 2015년에는 외국 기업인 우드사이드와 함께 참여한 동해 심해광구에서 가스를 발견하고 이듬해 동해-2 가스전에서 생산을 개시했다. 이어 2022년에는 동해, 심해를 비롯한 모든 해역에서 탐사 작업을 수행하는 ‘광개토 프로젝트’도 수립했다. 하지만 대규모의 유전 개발을 해내진 못한 상태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제주 남쪽 200km 지점에 위치한 대륙붕 ‘제7광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1978년 ‘한일공동개발구역(JDZ)’ 협정을 맺고 그해 6월부터 50년간 7광구에서 석유 등을 함께 개발, 탐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일본의 일방적 개발 중단으로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양국 간의 협정은 내년 6월 종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다. 협정이 만료되기 3년 전부터 한쪽이 협정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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