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먼저"…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부러운 미국?
이민·마약 등 양국 협력과제 산적…셰인바움 "美대선, 누가 되도 좋은 관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2일(현지시간) 멕시코 대선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자 이웃 국가인 미국 언론도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타전했다.
특히 미국 일간 등 주요 매체들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역사가 미국보다 짧은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먼저 배출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엄청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멕시코가 미국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을 갖게 됐다"며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의 당선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WP는 특히 멕시코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때는 1953년으로 미국보다 30여년 뒤처졌지만,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성 할당제와 성평등법 등을 도입하면서 의회 의석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는 등 성과를 거둬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에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란 점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의 저명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사비나 버먼은 이제 소녀들이 재능과 노력에 따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는 "멕시코처럼 폭력적이고 역사적으로 마초적인 나라에서는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대선 결과는 "최근 멕시코 정치에서 여성들이 이룬 엄청난 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1~2위를 다툰 셰인바움 당선인과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 모두 상당한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라며 이는 "역사적인 선거의 결과"라고 짚었다.
미 CNN 방송 역시 미국 유권자들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예전과 똑같은 '선택지'를 보고 있는 반면 멕시코는 여성들이 주요 정당 후보로 나왔다며 이번 멕시코 대선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남대남' 리턴매치로 치러질 예정이다.
과거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석패해 백악관입성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일부 미 언론은 셰인바움 당선인이 '정치적 후견인'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선거에서 이긴 만큼, 권좌에 오른 뒤에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대리인'에 그칠 수 있다는 점등을 한계로 꼽았다.
미국 언론들은 동시에 셰인바움 당선인과 미국 정부 사이에 협력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짚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크탱크 윌슨 센터의 덩컨 우드 선임고문을 인용해 미국은 남서부 국경으로의 이민자 유입을 막고 '펜타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차기 멕시코 대통령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셰인바움 당선인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 후광으로 당선된 만큼 정책에 당장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는 WSJ에 "그가 당선된 것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지지 덕분"이라며 "그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P는 셰인바움 당선인이 "이민과 마약 밀매 등 미국에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NYT는 셰인바움 당선인이 미국의 대선 결과와도 얽히게 될 전망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는 미국-멕시코 관계의 연속성을 제공하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예측을 훨씬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불법 이민 추방,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 부과 등을 나열하며 "이것이 선동적인 캠페인 레토릭이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압력을 다루는 일은 멕시코 차기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라도 멕시코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NYT는 전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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