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의 습격] ⑥ "고물가 시대…분양가 인하는 난망"
분양가상한제 강남에만 유지…"입지 부각돼 '로또청약' 유발"
[편집자주]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 수준까지 다다랐다. 서울 강남 한복판 아파트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는데도 6000만원대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일각에서는 1억원 넘는 분양가에도 고급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왜 이렇게 분양가가 치솟기만 하는지 그 원인을 파헤쳐본다.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수 년간 분양가가 상승곡선을 그렸음에도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으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가 브랜드가 등장해 주택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분양가 전망에 대해 의견을 들어본 결과로는 분양가가 단기간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진단이 우세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부담이 여전하고 토지비와 금융 비용도 함께 상승한 만큼 분양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탓이다.
◇"고분양가, 주택 시장 침체 속 더 부각돼"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논란이 사회적으로 더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전까지는 분양가가 구축 단지의 실거래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적었는데, 구축 주택시장에선 가격 하락 흐름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 분양가는 상승하며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분양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처럼 단기간에 급등하지는 않았고, 구축과의 가격 차이가 급변하는 경우도 없었기 때문에 더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침체에 따른 수요감소와 분양가보다 낮은 시세가 발생하며 신규시장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며 "스테그플레이션과 유사하게 저성장, 고물가 현상이 부동산시장에도 발생해 공급시장과 수요시장 모두에 연쇄적인 침체, 부실 우려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상승은 고물가와 고금리, 원자잿값이 동시에 상승한 탓"이라면서 "사업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분양가를 싸게 내놓을 수 없는 건설업계로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치솟은 분양가, 떨어지기는 어렵다
향후 분양가 전망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가 '상승' 전망했다. 현재 물가를 감안했을 때 분양가가 더 오를 여력이 남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예측했고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하락 전환하지 않는 이상 분양가가 하락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고분양가는 주택 시장의 문제가 아닌 인플레이션의 문제"라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고 해도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 상승폭이 줄어들 뿐인 만큼 한번 오른 분양가는 떨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미래에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면 분양가가 떨어질 수 있겠다"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원가 상승이 이어지는 만큼 반전이 없는 한 건설 단가와 분양가는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노 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외부의 원가요인이 진정될 때까지 일정기간 공급량 감소와 분양가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급부족 상태에서 가격회복 시기가 빠르게 도래하면 분양가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미분양 증가 시기가 길어질 경우 각종 할인마케팅 등에 따른 가격 하락과 매물 정체도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양가 상승, 가장 큰 원인은 '원가 상승'
전문가들은 가장 큰 분양가 상승 원인으로 '원가 상승'을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인건비와 토지비 등 공사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분양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토지비와 공사비, 인건비, 금융 비용 등 모든 비용이 한꺼번에 올랐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가 미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전국의 분양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미국 기준금리 급등이 합쳐졌다"면서 "일반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분양가도 동반 상승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시장리스크가 커지면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분양가가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노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에서) 재원조달 리스크가 커지면서 판매할수록 공급자들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면서 "사업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분양가 인상해 수익을 보전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승, 청약시장 양극화 유발 우려
분양가 상승이 장기화하며 전문가들은 청약시장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분양가 상승으로 청약을 위한 보유 자산 기준이 높아져 일정 자산을 갖춘 수요자들만 청약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청약 시장 침체와 경쟁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구축 가격 상승, 저가 주택 등장 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위원은 "청약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일반적으로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기 떄문"이라면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청약시장은 아무나 참가할 수 없게 돼 수요자들의 내 집마련에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 또한 "청약은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는 동시에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질 때 활성화된다"면서 "분양가가 오르면 수요자들 사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만큼 청약 시장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은 "분양가가 구축 가격을 넘어서는 현상이 이어지면 청약 대신 구축 매매를 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나 단지 청약 이후 인근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저가 단지가 등장하면서 주택 가격이 다양해지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노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은 2000년 이후 고가·고급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입지, 브랜드에 큰 차이 없이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과 높은 분양가를 기록하고 있고 지불가능한 주택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통상적으로 상품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저가브랜드가 나타나고 저가 수요와 가격 경쟁이 발생하는 만큼 주택시장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분양가상한제, 효과는 "글쎄"
치솟은 분양가를 막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대거 시행했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대책이 분양가 상승을 막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신규 공급 물량을 줄이고 주택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등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는 주택시장이 과열됐을 때 가격 인상을 제한해 인근 구축 가격이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 남아있는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수요자들로 하여금 남은 '로또지역'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다른 지역처럼 시장 상황에 맞는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 또한 "분양가상한제는 끓는 물에 찬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셈"이라면서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더라도 인근 시세를 끌어내리기 어려워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분양가를 억제하면 수요자에게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겠지만 주택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급 감소를 유발했다"면서 "규제 지역에서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만 싼 가격에 비싼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로또 청약' 논쟁이 끊임없이 나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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