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일본은 왜 '라인'을 노리나-'자본 관계 재검토' 미스터리

최경재 2024. 6. 2. 21: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지분 매각 요구 아니다?

지난 일요일,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한일 정상회담에선 '라인야후 사태'가 논의됐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외교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 기시다 총리가 '행정지도는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보라는 요구 사항'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발단은 지난해 네이버에서 발생한 '라인' 메신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두고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내린 행정지도.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해 경영 체제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자본적 지배 관계 재검토'라는 표현이 명시돼있는데도 논란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분 매각을 요구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로/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 "<네이버의 지분 축소라는 의미가 포함되지 않은 겁니까?> 우리는 자본을 팔라는 등의 요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해 어떤 방책을 취할 것인지는 '라인야후'사 측에서 생각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총무성의 행정지도 이후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네이버는 지분 매각 협상을 공식화했습니다.

[미야카와 준이치/소프트뱅크 대표 (실적발표회, 5월 9일)] "네이버와의 자본금 재검토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저희 쪽에서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도 테이블에서 논의될 거라 봅니다."

지분 매각 요구가 아니라는데 지분 매각 협상은 진행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신각수/전 주일대사 (이명박 정부)] "일본 사회의 특징이 뭐냐 하면 어떤 정부나 개인의 발표가 명료하지가 않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경영에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표현인데 명백하게 지분 구조를 바꾸라는 말은 없어요. 그렇지만 해석해보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 "라인시테루?" ('라인' 해?)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라인야후 사태'에 숨어있는 일본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우리 정부의 대처를 진단해 보겠습니다.

최경재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최 기자, 방금 영상을 보니까 일본 총무성과도 직접 전화 인터뷰를 했군요.

◀ 최경재 ▶

네, 그 내용도 잠시 후에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이휘준 ▶

우리한테는 '라인'이 좀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10명 중 8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라고요?

◀ 최경재 ▶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을 생각하면 됩니다.

'라인'은 우리나라 IT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입니다.

◀ 이휘준 ▶

이 '라인'이 출시된 지도 벌써 13년이 지난 거죠?

'라인야후 사태'를 이해하려면 '라인'의 성장 과정과 영향력, 지분구조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최경재 ▶

네, 그래서 라인이 어떻게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됐는지, 일본인들 삶에 얼마나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V C R ▶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도쿄 하라주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한 20대 남성에게 무슨 앱을 쓰는 중인지 물어봤습니다.

[츠카라] "네, '라인' 쓰고 있습니다. <무슨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친구하고 연락하거나 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연락할 때 '카톡해?'라고 이야기하듯 일본에선 '라인시테루?', 즉 '라인해?'라고 묻는 게 일반적입니다.

[유카] "'라인시테루?(라인해?)' 그러면 '시테루(해)'라고요. 그런 표현이 있습니다. <그런 표현을 꽤 쓰시는군요?> 네. 젊은 사람부터 연배 있으신 분들까지 휴대폰 있는 사람은 라인으로 주고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료쿄] "처음 만난 사람하고는 전화번호 교환하지 않고 라인 아이디를 교환하고 친해지면 전화번호를 교환하고요."

단순한 소통 수단만도 아닙니다.

뉴스도 검색하고 온라인 쇼핑도 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입니다.

[아야노] "쿠폰도 쓸 수 있는 게 있어요. 패스트푸드 등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무료로 나눠 주거나 해요. <'라인' 없이 살 수 있나요?> 가능하지만 큰일 나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이용자의 '라인' 앱을 열어보니 자원봉사 교육 안내문, 소방관 모집 공지문이 보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라인'으로 보낸 겁니다.

한 이용자는 세금 신고 같은 관공서 업무도 '라인'으로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미키] "확정신고를 할 때도 국세청으로 예약하고 나서 가요. 화면을 열어서 예약을 해요. 전화하기, 확정신고 신청 등이 있는데 세금을 내고 신고하러 가기 위해 신고 순서를 받는 겁니다."

행정 업무에 '라인'을 활용하고 있는 일본 정부 기관은 78% 지자체도 65%에 이릅니다.

일본 전체 인구 1억 2천만 명 중 라인 이용자는 9천7백만 명, 81%에 달합니다.

'라인'은 어떻게 일본의 국민앱이 된 걸까?

지난 2011년 1만 8천 명의 사상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

통신 기지국이 파괴되면서 전화가 먹통이 됐습니다.

가족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상황.

그나마 어느 정도 접속이 되는 인터넷망을 통해 트위터같은 SNS로 자신의 안부를 알리는 게 유일한 연락 수단이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네이버는 일본의 자회사를 통해 메신저 앱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대지진 석 달 뒤 '라인'이 출시됐습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는 지진으로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 '라인' 개발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라인'은 일본에서 지진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중요한 비상 연락 수단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스즈키 쇼우지, 스즈키 카츠미] "지진이 있었잖아요. 그 때 전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저희는 괜찮다는 메시지를 라인으로 보내기도 했죠. 라인만 연결됐었으니까 제일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 라인이었던 거죠."

현지화 전략도 한몫했습니다.

네이버는 대부분의 직원을 일본인으로 두고 일본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스즈키 쇼우지, 스즈키 카츠미] "<라인을 한국 회사가 개발한 것은 아시나요?> 네? 한국이에요? 몰랐어요. 몰랐네, 몰랐어."

일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했고 대만과 태국에서도 사용자 1위 메신저 앱이 됐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미국 뉴욕 증시와 일본 도쿄 증시 동시 상장도 성공했습니다.

쿠팡보다도 이른 시점입니다.

[이해진/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 (2016년 7월 15일)] "라인이 어느 정도 성공한 다음에도 그런 이야기 많이 했어요. '이게 꿈인 것 같다'고. 이게 너무 괴롭다 보니까 이런 꿈을 꾸는 게 아닐까‥뉴욕 그런 곳에 서서 벨을 누르고 인터뷰하는 모습 보니까 어제 정말 너무 약간 마음이 좀 그래가지고요."

그리고 몇 년 뒤, 네이버는 또 한 번의 결정을 내립니다.

거대 시장인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을 공략하는 대형 IT 기업을 만들기 위해 자회사인 '라인'을 일본의 1위 검색 포털 회사였던 '야후재팬'과 합병하기로 한 겁니다.

당시 '야후재팬'의 대주주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산하의 Z홀딩스.

그래서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시에서 상장폐지시키고, 복잡한 합병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대5로 출자한 'A홀딩스'라는 회사가 '라인'과 '야후재팬'이 합쳐진 '라인야후'의 대주주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황용식/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해서 범아시아 그다음에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그런 큰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한·일이 동맹을 해서 중국이라든지 서구권의 어떤 디지털 패권에서 우리가 한번 나가보자라고 해서 시작했을 텐데."

현재 '라인'은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230여 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동남아 지역 월간 이용자만 해도 1억 명에 육박하고 전체 이용자는 2억 명에 달하는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 이은 전 세계 7위 메신저 앱입니다.

[최경진/가천대 법학과 교수] "일본에서의 라인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거든요. 아시다시피 이게 메신저 서비스로서 일본에서는 이미 이미 완전히 독점하고 있는 거니까요. 이 라인을 기반으로 해서 사업을 확장해 가는데 일본만이 아니라 동남아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굉장히 큰 가능성이 있는 거거든요. 이거는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가능성입니다."

■ '자본 관계 재검토'

◀ 이휘준 ▶

세계 시장에서 보면 카카오톡보다도 이용자가 더 많은 생각보다 거대한 플랫폼이었군요.

◀ 최경재 ▶

네, '라인'처럼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는 메신저는 사실 손에 꼽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습니다.

◀ 이휘준 ▶

그런데, 이렇게 네이버가 10년 넘게 키워온 '라인'이 일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라인야후 사태'는 어떻게 벌어지게 된 겁니까?

◀ 최경재 ▶

몇 달 전,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내린 행정지도가 발단이 됐는데요.

총무성에 행정지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 V C R ▶

지난해 11월 라인야후 서버에 있던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 약 52만 건이 유출됐습니다.

그 시작점은 한국에 있는 네이버 클라우드였습니다.

해커가 네이버클라우드 직원의 컴퓨터를 해킹해 보안 시스템을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뒤, 이렇게 탈취한 라인야후 직원 계정으로 일본의 데이터센터에 접근해 개인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데자와 다케시/라인야후 대표 (실적발표회, 5월 8일)] "이번 부정 접속으로 인한 정보 유출로 인해 이용자 여러분과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2021년에 이어 또다시 불거진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관리 문제.

우리의 행정안전부 역할을 하는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 지도를 내렸습니다.

한국의 네이버 클라우드와 일본의 라인야후 네트워크를 분리하고, 보안 '지배구조'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의 자본적 지배를 받아 네이버에 대한 관리가 어려웠던 걸로 판단된다"면서 "네이버에 의한 자본적 지배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하라"고 적시했습니다.

반면, 주무부처인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고나 행정지도에선 자본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쿠노 아라타/일본 아시아대 국제학부 교수] "일본경제신문(니혼게이자이) 등의 보도에 따르면 3월의 행정지도 그리고 총무성이 소프트뱅크에 대해서 자본적 개입을 높이라는 요청을 구두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총무성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자본관계의 재검토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 뒤, 라인야후는 총무성에 2026년 12월까지 네트워크를 분리하고 자본적 지배 관계는 "관계 각사에 요청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총무성은 다시 한번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네이버와의 자본적인 지배 관계를 거듭 지목해 '자본관계에 관한 재검토 요청'에 대한 검토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며 보고서 제출 기한을 7월 1일로 못박았습니다.

네이버의 지분을 축소하라는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김양희/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전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저는 이거는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다만 술만 마시고 차를 몰았을 뿐이다'라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닌가. 맥락을 봤을 때는 그리고 사실은 이미 자본 관계를 자본 지배 관계를 상당한 정도로 해소하라고 얘기를 한 게 지분 매각 아니면 뭐가 지분 매각인가라는 차원에서."

그래서 <스트레이트>는 일본 총무성에 직접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며칠 뒤 어렵게 전화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총무성 관계자는 "행정지도가 지분관계 조정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로/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라고 적혀있는데요. 저희가 말씀드리는 것은요. '위탁처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고요. 기본적으로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주시면 됩니다. 그 조치를 요구한 것일 뿐 '자본의 재검토, 자본 지분을 매각하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안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면 이른바 '자본 관계 재검토'는 필요없는 것인지"도 물어봤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로/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 "<보안 거버넌스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우리는 문제없도록 하겠다'고 네이버, 라인야후 측이 총무성에 제출하고, 문제없다고 판단되면 자본에 관한 부분은 전혀 관계가 없어진다는 말인가요?>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이 사안을 발생하게 만든 거버넌스, 보안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총무성 측은 "특정한 방법에 집착할 생각은 없다"는 모호한 답을 했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로/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 "자본을 재검토하지 않고도 가령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거버넌스가 유지되는 조치를 강구하고, 보고하신다면 우리로서 어떠한 조치 내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특정 방법에 집착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행정지도는 법률적 강제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일본 기업에게 매우 부담이 가는 조치입니다.

[전희배/일본 IT업체 대표] "행정지도는 일본에서는 일본 사회에서는 그 관이 꽤 힘이 있는 사회라서 행정지도는 꽤 있습니다.<'자본 관계 재검토하세요' 하시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겁먹죠. 겁을 먹겠죠. 겁을 먹고 '어떡하지' 이렇게 하겠죠. 저희는 약한 입장이거든요."

라인야후는 곧바로 "총무성 행정지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재발 방지책의 가속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라인' 앱 개발을 주도해 '라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네이버 출신 신중호 CPO가 이사회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데자와 다케시/라인야후 대표 (실적발표회, 5월 8일)] "<지분 소유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사회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타이밍이 좀 이상해 보이는데요.> "이번 보안사고도 감안하여 역시 기업지배구조를 제대로 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거버넌스 강화를 이사회 과반수 이상으로 하고 다면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내부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일종의 의사 결정을 하자는 취지에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협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야카와 준이치/소프트뱅크 대표 (실적발표회, 5월 9일)] "<자본 관계의 재검토까지 끌고 갈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저희로서는 라인야후의 강한 요청을 받은 단계이기 때문에 저희들도 모회사로서 진지하게 임해야 하고 네이버도 테이블에서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츠시타 나미코/일본 스즈카대학 국제학부 교수] "자본 관계에 네이버가 있으면 아무래도 모회사 말을 들어야 하므로 가능하면 자본 비율이 조금 적어졌으면 좋겠다고 일본이 바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한 일본의 지도를 따랐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치밀한 준비?

◀ 이휘준 ▶

뭐랄까요, 일본 총무성 설명은 들으면 들을수록 애매모호한 화법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최경재 ▶

네. 그렇지만 '자본관계 재검토'를 콕 집어서 언급한 이상, 사실상 지침을 준 거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 이휘준 ▶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라인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고 하는 건지, 속내가 궁금해집니다.

◀ 최경재 ▶

이미 5년 전부터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같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일본이 '라인'에 눈독을 들이는 의도가 뭔지 짚어봤습니다.

◀ V C R ▶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일제시대 강제동원에 대한 배상판결이 나오고 약 10개월 뒤인 지난 2019년 8월.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국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내립니다.

명분은 '국제평화와 국가안보'였습니다.

[스가 요시히데/당시 일본 관방장관 (2019년 8월 28일)] "안전보장의 관점에서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하는 데 필요한 운용을 고친 겁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실익도 없고 법적 근거도 부족한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아베 내각은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시행할 조치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들어갑니다.

이듬해 자민당이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를 만들어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나섭니다.

"사회경제활동 유지에 필요한 필수적 기반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 법은 기시다 총리 취임 이듬해인 2022년 제정됐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2022년 6월 15일)] "경제 안보를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체 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법안의 후속조치로 일본 정부는 14개 주요 산업별로 특정사회기반사업자를 지정했습니다.

지정된 사업자는 주요 설비를 도입할 때 신고를 해야 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되고, 정부는 이 사업자에 권고나 명령 같은 시정 조치를 내릴 권한을 갖게 됩니다.

이 중 전기통신 분야에 지정된 사업자는 총 10개.

이 가운데 라인야후가 포함됐던 겁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민간 기업의 정보 취급자를 국가가 직접 지정할 수 있는 '중요정보안보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라인야후의 중요정보에 네이버 측이 아예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방효창/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 "일본은 차근차근 경제 안보에 관련돼 있는 부분을 준비해 왔다고 보는 거고요. 가장 라인야후에서 핵심은 바로 뭐냐 하면 데이터입니다. 우리가 SNS를 사용하든 포털을 하든 상당히 많은 중요한 데이터들이 모이게 되는데 그 데이터에 관련돼 있는 기술을 다루고 있는 곳이 어디냐 하면 바로 네이버가 그 기술을 다루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된다'라고 하는 정서가 저는 내부에 깔려 있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플랫폼과 데이터를 모두 일본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두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자국 플랫폼 보호주의, 인공지능 국가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 메신저 시장의 94%, 태국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최경진/가천대 법학과 교수] "카카오톡이 확장된 경험을 보시면 결국 이 메신저라고 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서 카카오 인증이라든가 또는 카카오 택시라든가 이런 온갖 서비스들이 확장돼 나갔거든요. 소프트뱅크의 입장에서는 이 라인을 기반으로 해서 사업을 확장해 가는데 일본만이 아니라 동남아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굉장히 큰 가능성이 있는 거거든요. 이런 좋은 기회를 다른, 더군다나 외국계 기업과 나눈다는 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또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생성형AI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는 필수 조건입니다.

'라인'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에서 축적되는 엄청난 데이터는 굉장히 매력적인 기초자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의 지분율이 떨어지면, 일본의 각종 법률의 뒷받침을 받아 소프트뱅크는 '라인'에서 파생되는 이런 사업기회를 독차지할 수 있게 됩니다.

[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손정의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나 인공지능이 앞으로 미래 세대를 좌우할 것이고 미래를 좌우한다. 그러면 라인야후가 가지고 있는 이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본인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 네이버의 딜레마

◀ 이휘준 ▶

네이버로선 지분 매각을 두고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10일 입장 발표 후에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거죠?

◀ 최경재 ▶

네, 그래서 다시 한번 네이버의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지분 매각에 대해서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이라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요구를 무턱대고 따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 V C R ▶

서울 홍대입구역 앞의 캐릭터 상품 판매점.

조그만 인형, 텀블러와 유리컵 같은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아기곰 '브라운', 노란 병아리 '샐리', 개구리 '피클스'같은 '라인' 앱 안의 인기 이모티콘을 모델로 한 제품들입니다.

[옌/대만 관광객] "<라인 프렌즈 캐릭터를 어떻게 알아요?> 라인에서 스티커로 사용해요. 귀엽잖아요.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우리도 라인으로 친구들과 채팅해요."

이 판매점은 라인야후의 자회사인 아이피엑스가 맡고 있습니다.

라인야후의 이런 자회사는 몇 개나 될까요?

일본 QR 결재 1위 기업인 페이페이와, 은행과 카드 등 글로벌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파이낸셜 등 무려 115개에 이릅니다

한국에 있는 자회사도 있습니다.

라인야후의 해외 사업을 총괄지휘하는 라인플러스.

직원수만 1천8백 명에 이르는 핵심 자회사입니다.

[오세윤/네이버 노동조합 지회장] "우리 서비스가 아예 또다시 글로벌 서비스가 일본으로 넘어갈 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오히려 그때는 더 약간 그 부분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좀 보여서 그 부분에 대한 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라인야후의 매출은 역대 최대인 1조 8천억엔을 기록했습니다.

우리 돈 약 16조 원, 네이버 매출보다도 많습니다.

올해 3월 올라온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서만 해도 네이버는 라인을 두고 "2021년 3월부터는 일본의 Z홀딩스와 경영 통합을 완료하며 일본 및 아시아 내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네이버는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게 됐습니다.

소프트뱅크와 5대5 구조인 지금 상황에서 만약 네이버가 갖고 있는 A홀딩스 주식 단 한 주만 넘어가도 네이버는 라인야후는 물론 이런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권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이지평/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금융인프라, 전자상거래 그리고 콘텐츠, 게임이라든지 웹툰 이런 분야에도 다각적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입장에서는 라인야후를 버리고 다른 비즈니스로 투자해서 그것이 더 이득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어려움도 있고."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

라인야후의 시가 총액 25조 원을 기준으로 할 때 네이버가 가진 A홀딩스 지분 가치는 대략 8조 3천억 원쯤 됩니다.

네이버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인 AI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차라리 A홀딩스 지분을 대량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를 등에 업은 소프트뱅크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네이버 입장에선 지분 매각이 소량만 이뤄져 투자 재원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라인야후 지배권도 잃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미야카와 준이치/소프트뱅크 대표 (실적발표회, 5월 9일)] "지금 50 대 50으로 서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1주라도 움직이면 어느 한쪽이 다수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주에서 모든 주식에 대한 논의가 되겠지만 단지 저희 소프트뱅크도 민간 회사이기 때문에 그러한 투자가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판단하게 될 것이고."

[황용식/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최악의 상황은 이제 헐값 매각이죠. 지분을 헐값 매각하는 것이고 제값 받지 못하고. 투자금도 회수 못 하고 그래서 어떤 경영권도 다 잃고, 또 어떤 경영 지배구조에서 주도권이나 이런 것을 다 잃게 되는. 그래서 고스란히 사업을 내주고 일부 사업만 회수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제가 보기에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52일 만에 접촉

◀ 이휘준 ▶

행정지도에 대한 보고 시한이 7월 1일이니까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았네요.

그런데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국제법이나 협약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 최경재 ▶

네, 국제통상법에는 목적에 맞춰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이 있는데요,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건 목적과 조치 사이에 비례성이 부족하다는 해석도 있고요.

상대국가 기업의 투자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하고,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한일투자협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이휘준 ▶

그렇다면 정말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 보입니다‥

◀ 최경재 ▶

네, 이번 '라인야후 사태'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 V C R ▶

'자본 관계 재검토' 요청이 담긴 행정지도가 내려진 건 지난 3월 5일과 4월 16일.

그런데 우리 정부가 주일 대사관을 통해 처음 일본 총무성을 접촉한 건 4월 26일이었습니다.

첫 행정지도로부터는 52일이나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로/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 "행정지도의 취지 및 내용에 대해 일본에 있는 한국대사관의 요청을 받아 설명한 건 사실입니다. <한국 외교당국이 확인을 요청한 사안은 무엇인가요?> 상세한 내용에 대해선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외교부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요청을 했는지 함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초, 한국 언론사 도쿄특파원단에 언론사 한 곳과 전화 인터뷰를 할 테니 그 내용을 특파원단이 공유해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특파원단은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이 적절한 절차라고 거절했습니다.

결국 '행정지도가 지분 매각 강요는 아니'라는 일본 총무성의 입장은 서울의 언론사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 과정을 두고 <조선일보>는 "한국 내 반일 여론이 드세니 한국 언론에 오해라고 말해달라고 총무성에 요청한 게 한국 정부였다"고 꼬집었습니다.

[남기정/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외교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을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거죠. 국민과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잘못이 있었을 때 그거를 직시하고 들어가서 거기에 대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거기서 발생하는 파생적인 그러한 실수들이나 잘못들이 계속 이어지는 건데 그거를 계속 덮느라고 지금 바쁜 거죠."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자본관계 재검토' 행정지도가 지분 매각 요구는 아니"라는 일본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강도현/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5월 10일)] "우리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하였습니다만 우리 기업에게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합니다."

그렇지만 주일대사를 지낸 일본 전문가들은 "총무성의 입장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신각수/전 주일대사 (이명박 정부)] "미국과 일본과 무역전쟁을 할 때 제일 미국이 곤란을 겪었던 것이 그런 점입니다. '알겠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그거를 동의한 걸로 해서 합의한 걸로 해석을 하는데 일본에서는 '아 그냥 그런 일이 있구나' 하고 인지한다, Acknowledge(인정·인지하다)의 의미거든요."

[강창일/전 주일대사 (문재인 정부)] "한 마디로 간단히 해서 '너 내놓으라, 떠나라' 이 얘기죠. 일본은 다른 나라하고 달라서 '관치경제'라고 얘기될 정도로 아주 심하게 되면 자꾸 정부가 개입을 해요. 일본 정부 보고 이 시장 원리에 맡겨야지 왜 개입하느냐고 압박을 줘야 된다는 얘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과 대한민국 기업을 보호할 의무와 책무가 있어요."

그래서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의 경제 안보 조치를 기반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이런 자세를 유지하면 네이버의 협상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정현/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 "우리나라 기업 같은 경우는 이게 이제 트라우마로 남을 겁니다. 기업이 커지고 일본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이런 식으로 지분 탈취, 경영권 탈취를 위한 시도가 반드시 생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대단히 상징적이고 중요하다고 보는 게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게 선례로 나오면 나중에 동일한 사건이 터졌을 때 방어할 수가 없어요."

◀ 이휘준 ▶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도 우리 정부는 익숙했던 '한중일' 대신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일 외교에 공을 들였습니다.

우리가 물컵의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 반을 채울 거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언제쯤 컵이 다 찰까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최경재 기자(econom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604195_28993.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