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비싼 나라에 사는 통신비 많이 내는 사람들 [IT+]

이혁기 기자 2024. 6. 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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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언더라인
가계통신비 위협하는 이슈들➋
가계통신비 낮추려는 정부
하지만 제대로 되는 게 없어
금융권 진입에 알뜰폰 ‘비상’
제4이통사 자금 동원력 부족
스마트폰 가격은 매년 올라
정부 난국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은 세계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다.[사진=뉴시스]

#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얼마에 살 수 있을까요? 갤럭시S·아이폰 등 유명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가격대가 15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옵션을 아무리 낮춰도 100만원 밑으로는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나같이 가격이 만만찮은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거든요.

# 지갑 열기가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을 위해 정부는 스마트폰 가격이 포함된 가계통신비를 낮추느라 여념이 없습니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폐지하려 했던 단통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통신사 경쟁을 유도하려 도입한 전환지원금도 기대에 못 미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의 주도로 탄생한 알뜰폰과 제4이통사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와중에 스마트폰 가격은 해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정부는 꼬일대로 꼬인 이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 IT 언더라인 '가계통신비 위협하는 이슈들' 2편입니다.

우리나라의 단말기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사진=뉴시스]

우리는 지난 1편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통신비 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효용성이 다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폐지하려 했지만, 물거품에 그쳤습니다. 여야가 세부적인 부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입니다. 다시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 합의하지 못한 부분을 조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합니다.

이통3사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번호 이동 시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지원금의 핵심인데, 출혈경쟁을 우려한 이통3사들이 전환지원금 액수를 소극적으로 책정하면서 전환지원금도 유명무실해졌죠.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알뜰폰, 제4이통사 등 풀지 못한 숙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1편에 이어서 하나씩 살펴보시죠.

■ 이슈➊ 위기의 영세 알뜰폰 =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계통신비 인하에 앞장서고 있는 게 바로 알뜰폰입니다. '0원 요금제' '110원 요금제' 등 가성비를 앞세우며 알뜰폰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알뜰폰 가입 회선 수는 지난 3월 916만6672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알뜰폰이 0원 요금제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게 힘들어질 거란 점입니다. 이를 주도하는 건 주로 사업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인데, KB국민은행·토스 등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권 시범사업자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4월 알뜰폰 사업을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은 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엔 친구를 초대할 때마다 그 수에 따라 3300원 할인부터 스타벅스 커피, 애플 이어팟(무선 이어폰) 등을 지급하는 '친구 결합' 프로모션을 시작했습니다.

올해엔 우리은행도 알뜰폰 브랜드를 론칭할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통신망을 공급받기 위해 지난 5월 29일 LG유플러스와 알뜰폰 도매대가 계약도 맺었죠.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우리은행 알뜰폰 브랜드가 론칭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세 알뜰폰 업체들은 금융권과의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참여업체가 늘어나는 게 좋습니다. 업체 수가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져 할인이나 서비스 혜택이 늘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리어 '마이너스'일 수도 있습니다. 영세한 알뜰폰들이 가격경쟁에서 밀려 사라지면 이통3사와 금융권 위주로 알뜰폰 시장이 재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질 것이고, 알뜰폰 요금제 가격도 지금보다 올라갈 게 분명합니다.

■ 이슈➋ 갈 길 먼 제4이통사 = 경쟁이 멈춘 이통3사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4이통사도 소식이 요원합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31일 정부로부터 5G 28㎓주파수 대역폭을 낙찰받으면서 제4이통사로 선정됐습니다. 5월 7일 공식 출범을 시작하고 2025년 상반기 서비스 상용화, 28㎓ 활용한 '진짜 5G' 구현, 2028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 등 야심 찬 포부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27일 과기부가 '자본금 납입 계획을 입증할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하면서 출범 20일 만에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올 3분기 안에 유상증자를 통해 15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과기부는 이 계획이 다소 부실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실제로 이 기업의 실적은 탄탄하지 않습니다. 스테이지엑스의 매출은 2022년 272억원에서 지난해 443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5억원 130억원으로 2.3배 커졌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내년 2분기에 5G 서비스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금으로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듭니다. '진짜 5G'를 구현할 수 있는 주파수만 확보했을 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통신사업을 시작하려면 이통3사로부터 주파수를 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선 알뜰폰과 다를 게 없는 셈입니다.

■ 이슈➌ 비싸진 휴대전화 가격 = 가계통신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휴대전화 가격이 매년 오르고 있다는 것도 소비자에게 나쁜 소식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휴대전화가 가장 비싸게 팔리는 나라로 꼽힙니다.

지난 4월 22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88개국 중 단말기 평균판매단가(ASP)가 가장 높은 국가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됐습니다. 테크인사이트는 삼성전자가 고가 폴더블폰 모델을 출시하고 애플이 한국 내 아이폰 판매가격을 인상한 게 ASP 상승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료 | 업계 종합]

나쁜 소식도 들려 옵니다. 애플은 올 하반기에 신제품 '아이폰16'을 론칭할 계획인데,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체의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달러 인상, AI 탑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애플이 가격 동결 정책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반모델 가격을 이전 모델보다 15만원가량 비싼 140만원에 책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올해 통신업계는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라질 줄 알았던 단통법은 명맥을 유지했고, 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전환지원금과 제4이통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신비 인하의 선구자 역할을 하는 알뜰폰이 위태롭다는 점도 나쁜 변수입니다.

정부는 이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문제를 끌어안은 채 내년으로 미뤄버릴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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