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재 업고 튀어, 변우석 최고치 끌어올렸죠"

최지윤 기자 2024. 6. 1. 0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시은 작가·윤종호·김태엽 PD
"김혜윤 덕분 선재 캐릭터 살아"
"변우석 코미디 연기 잘해 놀라"
화제성↑, 시청률 4~5% 미스터리
"'월요병 사라졌다' 최고의 찬사"
왼쪽부터 윤종호 PD, 이시은 작가, 김태엽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변우석 외모, 연기 모두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tvN '선재 업고 튀어'는 변우석(32)을 발굴한 점이 가장 큰 성과다. 변우석은 2010년 모델로 데뷔,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류선재'(변우석)는 수영선수 출신 밴드 '이클립스' 보컬로 여성들이 좋아할 요소를 모두 갖춘 캐릭터다. 변우석은 14년 만에 제 옷을 입은 듯 훨훨 날아다녔다. '임솔' 역의 김혜윤(27)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였고, 섬세한 극본·연출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윤종호 PD는 "이 작품이 대박 날진 모르겠지만, '선재는 무조건 뜬다"며 확신했다.

윤 PD는 "변우석씨 자체가 가진 장점이 많다. 지금까지 포텐이 터지지 않아 뭔가 끄집어내고 싶었다. 자신의 삶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워낙 착하다"며 "친해져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느냐. 대화를 통해 배우 인생사까지 알고 싶었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외모와 연기적인 부분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시간을 쪼개서 이야기하고, 작가님과도 극본 리딩을 맞춰봤다. 선재는 다같이 공들여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처음부터 타깃 시청률이 2049인 걸 알고 있었다. 여주인공인 김혜윤씨가 초반에 극을 끌어가지 못했다면, 선재 캐릭터가 살지 않았을 거다. 김혜윤씨가 감정신을 잘 소화해줬다. 서사가 명확히 보이지 않았으면 끌림이 없었을 것"이라며 "변우석씨는 비주얼을 담당하지 않았느냐. 톱스타 아우라가 있어야 해 미장센을 신경썼다. 2008년으로 회귀하며 2049 시청자들이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소재 등 복합적으로 공감이 잘 됐다"고 분석했다.


이 드라마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톱스타 '류선재'(변우석)와 그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간 '임솔'(김혜윤)의 로맨스다. 주인공들은 타임슬립을 녹여 10대~30대를 소화하고, 청춘 로맨스와 어른 멜로물 느낌이 동시에 나야 했다. 이시은 작가는 임솔 역에 김혜윤을 염두에 두고 극본을 썼지만, "선재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배우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2022)에서 변우석을 발견했다며 "'왜 내가 먼저 보지 못했을까?' 싶었다. 선재와 정말 잘 어울렸고, 막연히 '이미지가 저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극본을 보고 좋아해줬고, 운명처럼 선재가 와줬다"고 회상했다.

"개인적으로 변우석씨 장점 중 코미디를 잘 살리는 점이 가장 좋았다. '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코미디를 한다고?' 싶었다. 전작에선 코믹 연기가 돋보이지 않아서 잘하는지 몰랐다. 촬영하다 보니 코미디를 잘 하더라. 작가님이 중간에 작업한 걸 보고, 후반부에 맞춤형 극본을 써줘서 더 잘 살린 부분도 있다. 변우석씨가 스타가 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김태엽 PD)

그동안 tvN은 아이돌, 밴드 소재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였지만, 대박 난 작품이 없었다. 선재 업고 튀어 역시 편성 고민이 적지 않았으나, 2049 여성들의 지지를 받으며 팬덤을 형성했다. 윤 PD는 "모든 작품이 그렇듯 거의 운"이라며 "원래 지난해 12월 편성이 잡혔는데, 그때 방송했으면 이 만큼 사랑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운도 실력이지만, 봄날에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그려져 시청자들이 조금 더 좋아해준 것"이라고 짚었다.

원작인 웹소설 '내일의 으뜸'과 달리 쌍방구원 서사로 공감을 샀다. 이 작가는 "처음에 이 작품을 각색하려고 접근한 게 아니다. '최애 스타를 살리려고 과거로 간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원작을 가지고 새롭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판권을 사달라'고 했다"며 "원작은 일방구원이었는데, 난 쌍방구원을 해 판타지라도 공감할 수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임솔 첫사랑이자 이클립스 베이스 '김태성'(송건희)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원작에 없는 인물인데, 영화 '늑대의 유혹'(감독 김태균·2004)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정태성'을 모티브로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 작가는 "모티브로 삼기보다, 2000년대는 인터넷소설, 싸이월드 세대 아니냐. 정태성은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태성은 '그런 얼짱이 있었어'라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했다.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씨가 대표적이라서 무조건 캐릭터명을 태성으로 쓰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선재가 솔이를 보고 반하는 노랑우산신도 늑대의 유혹을 떠올리게 했다. 김 PD는 "유명한 우산신은 다 찾아봤다"면서 "강동원 우산신을 '어떻게 하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싶었다. '우산은 강동원'에서 벗어나서 ''우산은 변우석'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런 노력이 빛을 발했다"며 만족했다. 윤 PD는 "'그해 우리는'(2021~2022) 우산신까지 다 찾아봤고, 좀 더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며 "1~2부 서사가 깊어서 더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선재가 첫 눈에 반해야 하는 시퀀스가 예쁘게 그려져 제일 만족스러운 신"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선 반응이 뜨거웠으나, 전체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1회 3.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5.8%로 막을 내렸다. 16회 2049 시청률은 전국 3.9%로, 8주 연속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팝업스토어와 최종회 단체 관람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며 매진 행렬을 이뤘다.

"아침에 항상 '반응은 핫한데 왜 안 오를까요?'라며 속상해했다. 네이버톡 등 실시간 대화를 보면 시청자들이 한없이 좋아하더라. 자면서 그림을 그리고 다음날 알람 맞춰 일어나면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월요일 이 시간대는 술 마시는 사람이 많겠지' 등 나름대로 분석을 했지만 모르겠다. 1·2인 가구는 시청률 조사에서 빠진다고 하더라. 우리 시청자들은 대부분 여성인데, 주변에서 '아이를 재워야 해서 OTT로 볼 것'이라며 위로해줬다. 몰아서 보는 시청자도 많은 것 같다. 요즘은 시청률보다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윤종호 PD)

"지루한 걸 못 찾아서 속도감있게 썼다. 반전이 계속 나오고, 상황이 확확 바뀌지 않았느냐. 2049 시청층에는 자극되고 흥미요소가 많았지만, 우리 시어머니는 '이야기 따라가기가 힘들다. 조금 보려고 하면 확 바뀌어 있다'고 하더라. 그래도 (시청률은) 미스터리다. '대중성이 조금 떨어졌나' 고민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시청률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사랑 받았다는 게 의미있다."(이시은 작가)

선재 업고 튀어는 악플이 없는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이야기에 힐링 받았고, '월요병이 퇴치된다'며 방송 날만 기다렸다. 이 작가는 아직도 "선재 업고 튀어를 떠나보낼 마음이 되지 않았다"며 헛헛해 했다. "머릿 속에 솔이와 선재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놨는데, 다시는 들여다보지 못하는 게 슬프다. 조금 더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떠나보내고 싶다. 여운이 남아서 차기작은 생각도 안 난다"고 했다.

"드라마 갤러리에 올라온 글을 보고 감동 받았다. 처음에 이 이야기가 쌍방구원 서사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구원 받는 이야기'라고 하더라. '월요병이 사라졌다'고 했는데, 콘텐츠 제작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어떻게 월요일을 기다리느냐. 정말 감사하다. 단순히 로맨스로 그 정도의 감정을 느끼는 건 쉽지 않다. 솔이와 선재의 사랑이 애절해 먹먹하지만, 이 드라마만의 따뜻함이 월요일에 출근하는데 힘을 준 것 같다. 이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김태엽 PD)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