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1개월 유예, "대한체육회장님, 이게 최선인가요?"

박성진 2024. 5. 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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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탕감' 숙제를 해결해오면 '관리단체 지정을 철회'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대한테니스협회(이하 협회)는 숙제를 해결했는데,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는 못 믿겠다며 약속을 한 달 미루겠다고 한다. 약속을 지킬 것을 믿고 있었던 협회는 아무런 소득 없이 또다시 한 달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대한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여부가 1개월 유예됐다. 3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31회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대한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을 1개월 유예하기로 의결했다. 그리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테니스협회에 관한 의결 사항을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과도한 채무로 재정이 악화되는 등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던 대한테니스협회의 경우, 6월 말까지 협회가 채권자로부터 잔여 채무를 전액 탕감한다는 미디어윌의 이사회 결의와 채무 탕감 확약서에 대한 공증서를 받아 제출하는 조건으로 관리단체 지정을 유예하기로 의결하였다."

협회의 관리단체 지정은 우선 막았으나 아직은 조건부다. 한 달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또다시 발생했다. 정상화를 위해 시간을 쪼개도 부족한 시기에 한 달의 추가 시간이 흐르게 생겼으며, 협회의 채무를 전액 탕감해주기로 한 민간기업, 미디어윌의 약속은 믿을 수 없다고 발표한 것과 같다. 미디어윌의 대승적인 확약서는 현재까지는 단순히 종이 한 장에 불과할 뿐으로, 대한체육회장이 민간기업의 이사들의 결의를 요구하는 다소 이상한 숙제까지 주어졌다.

과연 이게 최선인 것일까?

대한체육회는 2023년 10월 진행됐어야 할 제28대 대한테니스협회장 선거를 연기시켰다. 그 발단은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허위 사실'을 말한 이기흥 회장의 실언에서부터 기인했다. 이기흥 회장은 후보자들의 자격부터 시작해 협회의 재정을 문제삼아 관리단체로 지정하려는 행보를 계속해 보여왔다. 그렇게 지난 7개월간 대한테니스협회장을 공석으로 만들며 재정과 행정을 더욱 악화시킨 기관은 엄밀히 대한체육회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자격은 '처분의 실익이 없다'는 감사원의 감사로 종결되었으며, 재정 문제 역시 테니스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최근 확약서를 통해 발표했다. 체육회가 제시한 모든 문제점들이 종결 또는 해결됐음에도 관리단체 지정 철회가 아닌 1개월 유예로 의결했다. 숙제를 잘해왔다고 칭찬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한 달간 추가적인 숙제를 더 해오란다. 

결과론적이지만 협회는 체육회의 협회장 선거 연기 지시만 아니었다면 이미 새로운 협회장이 선출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체육회의 불합리한 협회장 선거 연기 지시로 수개월간 답보 상태로 보내야 했다. 협회장 공석의 원인은 체육회에 있음에도 그간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협회의 지난 잃어버린 7개월을 체육회가 보상해줘야 할 판인데도 말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작년 12월, 각 종목 국가대표 선수 400여 명을 '협동심과 단합력 등 정신력을 키우겠다'는 이유로 2박 3일간 해병대에서 훈련시켰다. 구시대적인 발상, 엄동설한으로 인한 부상 위험 초래 등 여러 부정적인 여론이 빗발쳤지만 이기흥 회장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또한 최근에는 체육단체장들의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고 장기 집권이 가능하도록 정관 개정을 추진하면서 또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만약 정관이 개정된다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 부진한 실적에 책임지고 퇴진을 요구 받는 이들이 오히려 공식적으로 연임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만다.

오늘 대한체육회 이사회장 앞에서는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철회' 집회와 별도로 체육시민연대와 문화연대대안체육회 관계자들이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장의 영구집권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집회에서는 이기흥 회장 재임 시절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 하락, 해병대 캠프 진행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 속에서도 연임을 추진하는 이기흥 회장을 규탄했다.

대한체육회의 수장이 스스로 논란을 만들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려 한다. 테니스협회를 정말로 위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인지는 한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 한 사람의 실언으로 인해 특정 단체의 행정과 재정이 더욱 악화됐음에도 여전히 그 단체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자정작용이 필요한 단체기관은 이제는 적어도 대한테니스협회는 아닌 것 같다.

한 달 후에는 이기흥 회장이 이번 이사회에서 강조한 '올림픽에 집중할 시기'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그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대한체육회장에게 묻고 싶다. "이번 결정이 정말 최선인 겁니까?"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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