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방에 드는 햇살을 맞으며, 잠시 내려놓으시길

한겨레 2024. 5. 3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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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오후'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동네책방입니다.

책방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짊어진 짐들을 내려놓고 이제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살고자 마련한 공간입니다.

전자책이 활성화되고 인터넷 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손쉽게 구입하는 시대에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동네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사람과 문화가 교류하는 열린 사랑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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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게으른오후
햇살이 가득 드는 게으른오후 모습.

‘게으른오후’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동네책방입니다. 경제적 독립만을 강조하는 시대에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심리적 독립을 꿈꾸는 공간입니다.

책방지기는 글을 깨우치면서부터 손에 닿는 대로 책을 읽고 국문학을 전공한 뒤 출판 편집자와 논술강사를 거쳐 지금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생 중반을 넘어서면서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협궤열차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을 위한 일을 찾다 보니 책에 닿아 있었습니다. 책방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짊어진 짐들을 내려놓고 이제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살고자 마련한 공간입니다. 황혼의 독립입니다. 은퇴 후 생긴 시간이 버겁거나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있는 분들과 함께 여유 있고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살아온 인생이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애쓴 자신에게, “당신, 참 애썼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공간입니다.

전자책이 활성화되고 인터넷 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손쉽게 구입하는 시대에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동네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사람과 문화가 교류하는 열린 사랑방입니다. 책을 매개로 모이는, 결이 비슷한 책동무들과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책 속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같은 책을 함께 읽어 나가고 좋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독서 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단편 일주 세미나’에서는 강사를 초빙해 수준 높은 인문학을 접하고, 책방지기와 함께하는 자서전 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글로 옮겨 쓰면서 마음을 챙기고 인생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책방에 놓인 책들을 보며 책의 초대에 설레기도 하고,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합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은 남아 책 속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거나 책 표지를 닮은 퀼트 작품을 만들어 내면 밋밋했던 일상이 각별해집니다.

게으른오후 내부 모습.
게으른오후 외부 모습.

책방 공간은 혼자 또는 여럿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여섯 명이 둘러앉아 책모임을 하는 큰 탁자와 글쓰기와 필사를 할 수 있는 1인책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구입한 책을 두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북키핑제’를 운영하여 가볍게 방문하여 독서할 수 있습니다. 또 책방지기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습니다.

책방 운영이 어렵긴 하지만, 귀히 대접해 주며 번거로움을 마다치 않고 일부러 찾아와 책을 구입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독자분들과 책방이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라며 재능 기부로 강연을 해주시는 강사님 덕분에 미래가 마냥 어둡지는 않습니다. 또한 강서구에 있는 여러 동네책방이 연대해서 독자들이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길들인책 길들이장’ 기획전을 하는 등 정기적으로 만나 책방 활성화 방안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시작할 때 제일 중시한 것도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꾸려 나갈 수 있을까였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공간,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기를 바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으른오후의 야외 독서 존.
게으른오후에 비치된 필사용 책상.
게으른오후 내부 모습.

아침이면 햇살이 제일 먼저 들어와 반겨주는 책방에 오셔서 게으른오후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양서 가운데서 삶을 빛나게 할 책들로 책방을 채우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사진 전미경 게으른오후 책방지기

게으른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로 30길 46,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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