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보험금' 만삭아내 교통사고 사망…다투고 다퉜지만 남편 무죄

박태훈 선임기자 2024. 5.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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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25개, 아내 피에서 수면제, 사망 직후 화장 [사건속 오늘]
대법 "범행 동기 선명하지 않다" 살인 무죄…졸음운전만 금고형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7년 5월 31일 조간신문에는 95억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만삭의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2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A 씨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1심 무죄-2심 무기징역-3심 무죄 취지라는 하늘과 땅 차이의 판결, 숨진 아내가 캄보디아 국적의 24세 여성, 아내 이름으로 든 생명보험이 25개(11개 보험사), 아내가 사망할 경우 받는 보험금 액수가 무려 95억원에 이르는 점 등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어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하곤 했다.

◇ 캄보디아 20대 만삭 아내 태운 남편, 새벽 교통사고…조수석 아내, 배 속 아들 사망

2014년 8월 22일 충남 금산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A 씨(당시 44세)는 승합차에 캄보디아 출신 아내(당시 24세)를 태우고 서울 남대문 시장으로 와 장을 본 뒤 다음 날 새벽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2014년 8월 23일 새벽 3시 41분쯤 A 씨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 나들목 인근에서 갓길에 세워져 있던 화물트럭을 들이받는 바람에 조수석에 타고 있던 B 씨가 사망했다.

당시 B 씨 배 속에 있던 7개월 된 아들도 엄마와 함께 목숨을 잃었고 A 씨도 늑골을 다치는 등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 보험사, 교통사고 조사하던 경찰에 숨진 아내 이름으로 든 95억 보험금 알려

경찰은 "졸음 운전했다"는 A 씨 말에 따라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몇몇 보험회사에서 엄청난 제보를 해 왔다.

A 씨가 아내 B 씨 이름으로 11개 보험사에 25개 생명보험을 들었으며 사망 시 받을 보험금이 95억원에 이른다는 점. 여기에 한 달 납입 보험료만 377만원에 달하는 점 등을 볼 때 '보험 사기'가 의심된다는 것.

화물차를 추돌한 남편 A 씨의 승합차는 처참하게 망가졌다. 오른쪽은 사고 당시 순간을 그린 모습. (경찰 제공) ⓒ 뉴스1

◇ 檢警이 본 타살 의심 정황…수면제, 안전벨트 미착용, 수동변속기 조작, 서둘러 화장

교통사고에서 형사 사건으로 방향을 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 B 씨 혈액 속에 수면 유도제 디펜히드라민 검출 △ 상향등이 켜져 있는 점 △ 수동변속기 기아가 6단에서 4단으로 변경된 점을 볼 때 의식적으로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여기에 △ 한국에 거주 중인 B 씨 동생이 '캄보디아에서 부모님이 올 때까지 화장을 미뤄달라'고 부탁했지만 A 씨가 이를 뿌리치고 3시간 만에 화장장을 예약하고 3일 뒤 화장을 한 점 △ 생활용품점 한 달 매출이 1000만 원이 채 안 되는데 월 납입보험료만 377만원으로 지나치게 놓은 점 △ 사고 발생 두 달 전인 2014년 6월 B 씨 앞으로 30억 원짜리 사망 보험 추가 가입한 점을 들어 검찰과 경찰은 A 씨가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아내를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 1심 무죄, 2심 유죄…판단 근거는

살인,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1심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손흥수)는 2015년 6월 10일 "범행 가능성이 의심되지만 △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 A 씨가 아내 말고도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도 다수 있는 점 △ 월수입이 1000만 원에 이르러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생활 유지가 가능한 점 △ 간접 증거외 직접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전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윤승은)는 2017년 1월 13일 "사고 두 달 전 30억 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기존 혐의에다 교통특례법상 치사혐의(졸음운전)도 추가 적용했다.

ⓒ News1 DB

◇ 대법원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무죄 취지 파기환송

A 씨의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서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017년 5월 30일 "피고인이 특별히 경제적으로 궁박한 사정도 없이 고의로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임신 7개월인 아내를 태아와 함께 살해하는 범행을 감행했다고 보려면 그 범행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지닌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는 것인데 그만큼의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살인, 보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 파기환송심 '살인· 보험사기 무죄', '졸음운전 유죄 금고2년'…재상고 기각

대전고법은 2020년 8월 10일 파기환송심에서 "해당 교통사고가 피고인의 살인의 범의에 의한 것임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보험사기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A 씨 책임을 물어 금고 2년 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021년 3월 11일 "검사는 형량을 갖고 상고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심 결정을 확정했다.

5마원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3.2.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형사 무죄 후 보험금 지급 소송 대부분 승소…지연 이자 포함 100억 원

A 씨는 형사 혐의 무죄를 선고받자 보험사를 상대로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 대부분 승소했다.

2023년 8월 25일 서울고법 민사27-2부(지영난 박연욱 이승련 부장판사)가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A 씨의 보험금 소송 2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는 등 A 씨는 그때까지 재판을 통해 90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B 씨 사망시점(2014년 8월 23일)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 원금을 주지 않았던 보험사들은 수억 원의 지연이자 등을 합해 A 씨에게 1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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