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해임 위기 탈출…어도어·하이브 ‘불편한 동거’ 시작

재판부 “충실한 증거조사·면밀한 심리 거쳐 판단될 필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4월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해임 위기가 극적으로 벗어났다.

30일 법원은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민 대표는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도 나머지 사내이사들의 해임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 어도어 이사회는 하이브 측 인사 위주로 재편될 예정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해임 또는 사임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고,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민 대표는 그간 하이브로부터의 압박에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왔으며, 법정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결정으로 민 대표는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안과 무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민 대표는 그간 자신을 ‘콩쥐’, 자신을 몰아세우는 하이브를 ‘팥쥐’에 빗대어왔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민 대표를 겨냥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특정 개인(민 대표를 가리키며)의 악의적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구축해온 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이러한 개인의 악의와 악행이 사회의 제도와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 시스템의 핵심 강점이라고 언급하며, 이를 바탕으로 민 대표의 해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이브의 박지원 CEO는 최근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과 아티스트들, 특히 뉴진스를 인사적, 제도적, 심리적으로 보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박 CEO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구성원들과 함께 뉴진스의 활동을 더욱 견고하게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결정이 회사의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뉴진스의 멤버 및 그들의 부모들과 일부 여론이 민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문제를 넘어서 여론전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은 양측 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곧 하이브 내부뿐만 아니라 전체 K-pop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의 강혜원 초빙교수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이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정에서 비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한 민 대표가 아이돌 산업의 불합리한 부분을 지적한 것에 대해 대중이 공감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어도어 이사회는 앞으로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인 김주영 CHRO, 이재상 CSO, 이경준 CFO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민 대표와 하이브 측 사내이사들 간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민 대표가 이사회 내에서 하이브에 밀릴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이브는 반드시 민 대표를 해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는 하이브가 추가 자료를 보강해 임시주총을 다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민 대표와 하이브 양측은 당분간 계속해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