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폭탄‘ 北삐라 전국서 발견…한밤 재난 문자에 ”전쟁났나”
북한이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한 지 이틀 만에 대남 전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경기도와 강원도 등 접경지역은 물론 경북도 등 전국에서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29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 17분쯤 동두천 소요산역 인근 식당에서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발견된 풍선의 잔해에는 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경기 파주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인근을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의 아파트, 평택시 사후동 저수지 나무 위 등 경기도 전역에서도 풍선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강원도에서는 양구군과 인제군, 고성군 등에서 현재까지 20여개의 대남전단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식별됐고, 강원경찰청에도 현재 7건의 대남전단 풍선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철원군이 4건, 원주시·인제군·화천군 각 1건이다.
특히 대남 선전용 풍선은 북한 접경지역에서 300여km 가까이 떨어진 경남 거창군에서도 발견됐다.
이날 오전 9시 51분쯤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한 논밭에 북한에서 보낸 대남 선전용 대형 풍선 2개가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인근 군 부대, 소방당국이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고, 수거했다. 풍선 아래 달린 비닐 안에는 각종 종이류 등 오물이 뒤섞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오전 기준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하는 풍선 90여개를 발견했다. 합참은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자정이 다된 늦은 시간에 공습경보를 뜻하는 ‘Air Raid’라는 영문 재난문자가 발송되며 혼란을 빚기도 했다.
경기도는 지난 28일 오후 11시 34분 수도군단의 요청에 따라 풍선의 이동 경로에 해당하는 파주, 연천 등 13개 시군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재난 문자는 북한 대남 전단 추정 미상물체가 식별됐다는 내용이었으나, 문자를 받은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라는 표현이 모호한 데다 재난문자에 영문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이 함께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 ‘Air raid’(공습)이란 단어가 사용돼 실제 전쟁이 난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연천군에 사는 박다솜(36)씨는 “여느 때와 같이 실종신고 문자인 줄 알고 봤는데 뜬금없이 대남전단지가 살포됐다는 내용이었다”며 “심각한 상황일까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원시 팔달구에 거주하는 김나영(29)씨도 “아닌 밤 중에 전쟁 난 줄 알았다”며 “공습 경보라고 써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군 관련 재난의 경우 군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알리고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재난문자를 보내게 되는 구조다.
경기도는 군이 보낸 내용의 문구를 거의 그대로 정리해 발송했다며, 영문은 외국인들을 위해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Air raid’(공습)란 문구는 행정안전부의 외국인 취급 재난문자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상물체 등을 경고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며 “상공을 통해 접근하는 미상물체인 것을 감안해 공습경보를 뜻하는 ‘Air raid’라는 문구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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