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사 55년만 첫 파업 …노조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달라"(종합 2보)
전삼노 1호 파업 지침 "조합원 2만8000여명 연차 투쟁"
성과급 지급 공방…"성과급 기준 EVA 아닌 영업익 기준돼야"
[마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의 첫 파업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 파업을 선언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노조가 여러 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했음에도 사측은 전날(28일)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노동자를 무시한 사측에 있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인상이 아닌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해달라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만 EVA 기준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직원들에게는 조금도 더 나눠주기 싫다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노조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측이 제시하는 협상 기준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다. 노조는 해당 기준으로는 노조원들이 제대로 된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손 위원장은 "올해 디바이스솔루션(DS)에서 영업이익이 11조원 나더라도 사측은 EVA 기준으로 성과급 0% 지급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운영중이다. 직원들에게 조금도 더 나눠주기 싫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삼노는 사측과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3월 교섭이 결렬됐다. 전날에도 노사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본 교섭에 나섰지만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참여 여부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빚었다.
노조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이 지난해 1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등 실적 악화에 따른 파업 진행에 대한 내부의 비판 목소리도 언급했다.
이현국 전삼노 노조 부위원장은 "회사는 10년간 위기라고 외치고 일부에서는 '노조리스크'라고 하지만 사실상 '경영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직원들은 성과급 30% 삭감 위기에 처했다"며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큰 문제로 사실상 지금은 '경영리스크'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업은 전국 삼성전자 사업장에 소속된 2만840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 7일 하루 연차 소진 등의 방식으로 진행한다. 또 이날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버스 숙박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손 위원장은 "(전삼노는)인내하고 전향적인 교섭을 기대했으나 지난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를 혐오하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파업을 거듭하다 보면 총파업까지 목표를 이룰 것인데 2호·3호 계획도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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