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전주·부안·진주… 도시와 일상이 공예로 물들다

김수정 객원기자 2024. 5. 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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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거점도시 4곳 중심으로 ‘공예주간’ 개최

일상 속 공예(工藝) 작품들은 나무·돌·천연염료 등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지곤 한다. 자연조건에 따라 모양새와 제작 과정이 달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지역의 신화·전설부터 사회·경제적 상황까지 반영된다. 더 나은 쓰임새와 만듦새를 위한 지역만의 독특한 공예 기술은 세대를 거쳐 전수된다. 요즘 여러 기관, 특히 각 지역자치단체에서 주목하는 문화예술 분야로 ‘공예’가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일례로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운영 중인 공예창작지원센터는 전국에 8곳 경기, 진주, 전남, 아산, 정읍, 서울, 청주, 김해(선정순)가 있다.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선정된 서울·청주는 첫해 떨어진 뒤 재도전했을 만큼 ‘공예 모시기’에 진심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신효마을 공예축제 ‘일상이 공예’엔 어린아이부터 마을 어르신까지 다함께 참여해 즐겼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한편, 지역 공예가들이 한 팀을 이뤄 문화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행복한 공예교육’ 사업도 있다. 지난해 전국 10곳에서 600명의 공예가와 시민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공예문화 활성화’ 열기는 지난 17일(금)부터 26일(일)까지 열흘간 열린 ‘2024 공예주간(Korea Craft Week 2024)’에 반영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이 주관하는 공예주간은 올해 ‘산들바람 불어오는 공예나루터’라는 표어 아래 공예와 사람, 도시와 문화를 연결해 주는 행사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획됐다.

◇지역민의 공예문화 향유 기회 증진 위해 지방자치단체·선정기관 협력

문체부와 공진원은 ‘공예주간’이 지역 고유의 공예문화가 반영된 공예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2024 공예주간 공예문화 거점도시 공모’를 신설했다. 지역 공예예술 생태계의 자생 기반을 갖추고, 궁극적으로 문화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까지 이루는 것이 목표다.

고성군은 공예주간 중 ‘송지호 그린 크래프트’ 같은 공예 체험 프로그램으로 청정 자연 속 지속 가능한 공예문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 결과, 올해 공예문화 거점도시로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경상남도 진주시가 선정됐다. 해당 지자체 및 수행단체는 공예주간 행사뿐 아니라 연중 공예문화 확산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기획·운영하며 최대 1억원까지 국비를 지원받는다. 올해 공예문화 거점도시 4곳은 공예주간에 맞춰 자연환경과 고유자원을 공예적으로 해석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지역 공예인 및 공방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 내 공예문화 확산까지 이뤄냈다.

◇고성·전주·부안·진주 등 공예문화 거점도시, 지역 특색 반영한 공예문화 프로그램 운영

먼저 고성군은 청정 자연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공예문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4년 전 고성으로 이주한 김현우 공예가는 숲과 해안가에서 만난 통나무나 그을린 나무들을 수집해 작품을 만든다. 쓸모없이 버려진 재료들로 만든 ‘달항아리’는 깊은 울림을 줬다. 국내 유일의 접경지역 호텔인 아트호텔 리메이커 등 지역 명소들을 ‘지역 공예의 장’으로 발굴해 조명한 점도 공예문화 거점도시의 성과다.

고성군은 국내 유일의 접경지역 호텔인 아트호텔 리메이커를 활용해 공예 전시를 진행했다.

전주시는 한 해 1000만 관광객이 찾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지·한복·한옥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내 공방·작가와 다채롭게 협업했다. 장인들과 함께 공예의 과거·현재, 미래 가치에 대해 공유하는 이야기 콘서트와 전북 무형문화재 9인의 공예품을 오감(五感)으로 만나는 참여형 전시가 열렸다.

부안군은 고려청자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부안청자를 핵심 자원으로 삼아 지역 명소와 이야기를 융합한 공예문화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아름다운 전나무숲길로 유명한 사찰 내소사에서는 공예의 치유적 기능을 강조한 ‘힐링사운드 콘서트’와 ‘차 명상’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유네스코 공예·민속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된 진주시는 지역 작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지역 대표 공예인 진주소목부터 규방·진주실크·도자·한지·유등공예 등 총 15개 공방이 참여해 시민들에게 ‘숨은 공방’ 찾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서울·강원·울산·제주 등에서도 장소 기반의 공예 기획 프로그램 진행

‘2024 공예주간’ 중 공예문화 거점도시뿐만 아니라 서울·강원·울산·제주에서도 지역 기반의 공예 기획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울산광역시를 공예로 뜨겁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한옥 공방 빌라오아시스에서 열린 ‘크래프터즈(CRAFT US)’였다. 국내외 유명 섬유작가 등 1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전시·체험·토크·마켓까지 폭넓은 생산과 소비 활동이 만나는 복합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울산광역시의 한옥 공방 빌라오아시스에서 열린 기획 프로그램 ‘크래프터즈(CRAFT US)’.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크래프터즈’ 배소현 작가는 “관람객들이 내년에도 울산에서 행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란다”며 “한자리에서 다양한 공예의 전시부터 체험, 마켓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예주간의 주인공은 지역공예가와 지역주민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방식을 개편했다”고 설명하며 “공예주간을 통해 공예가 더욱 많이 사랑받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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